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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232

새출발 새로운 시작! 힘을 주는 시 ‘첫마음’ 외 새 출발, 새로운 시작! 힘을 주는 인생시 모음 첫 마음 -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 2023. 1. 13.
[겨울시 모음] 도종환 ‘겨울나무’ 외 겨울에 관한 시 모음 겨울나무 -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 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하였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겨울 산길에서 ​ - 이해인 수녀 추억의 껍질 흩어진 겨울 산길에 촘촘히 들어앉은 은빛 바람이 피리 불고 있었네 새 소리 묻은 솔잎 향기.. 2023. 1. 7.
[겨울시] 허형만 ‘겨울 들판을 걸으며’ 겨울 들판을 걸으며 -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겨울시 모음.. 2023. 1. 6.
[1월시 모음] 윤보영 ‘1월의 기도’ 외 새해 첫달, 1월시 모음 1월의 기도 - 윤보영 사랑하게 하소서 담장과 도로 사이에 핀 들꽃이 비를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새벽잠을 깬 꽃송이가 막 꽃잎을 터뜨리는 향기로 사랑하게 하소서 갓 세상에 나온 나비가 꽃밭을 발견한 설렘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바람이 메밀꽃 위로 노래 부르며 지나가는 여유로 서두르지 않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 그게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늘 처음처럼, 내 사랑이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게 하소서 1월 - 목필균 새해가 밝았다 1월이 열렸다 아직 창밖에는 겨울인데 가슴에 봄빛이 들어선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연륜이 그어진다는 것이 주름살 늘어난다는 것이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 모두 바람이다 그래도 1월은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 2023. 1. 2.
이해인 수녀님 새해시 ‘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 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 - 이해인 수녀 빨강 그 눈부신 열정의 빛깔로 새해에는 나의 가족, 친지, 이웃들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느님과 자연과 주변의 사물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결점이 많아 마음에 안 드는 나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렵니다. 주황 그 타오르는 환희의 빛깔로 새해에는 내게 오는 시간들을 성실하게 관리하고 내가 맡은 일들에는 인내와 정성과 책임을 다해 알찬 열매를 맺도록 힘쓰겠습니다. 노랑 그 부드러운 평화의 빛깔로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밝고 따스한 말씨 친절하고 온유한 말씨를 씀으로써 듣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지혜로운 매일을 가꾸어가겠습니다. 초록 그 싱그러운 생명의 빛깔로 새해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힘들게 하더라도 절망의 늪으로 빠지지 않고 초록빛 물감을 풀.. 2023. 1. 1.
[새해시 모음] 새해맞이 시 ‘새해 다짐’외 신년시, 새해를 맞이하는 시 모음 새해 다짐 -조미하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자 내 할 일도 바쁘다 안 되는 일 붙잡고 시간 낭비하지 말자 되는 일에 신경 쓰고 열정을 쏟자 누굴 탓하는 버릇을 버리자 모두 내 판단에 의한 것 내 탓이다 책임은 나에게 있다 복잡하게 살지 말자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이것저것 생각하다 머리 쥐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의기소침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시간이 해결한다 누군가와 오해가 생기면 그 자리서 풀려고 하지 말자 풀리지도 않고 오히려 역효과다 살다 보면 내 맘대로 안 되는 거 투성이다 그때마다 절망하면 세상 살맛 안 난다 자기만의 극복 방법을 정해놓으면 쉽게 이겨낼 수 있다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 이해인 수녀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 2023. 1. 1.
이해인 수녀님 송년시 ‘저무는 이 한 해에도’ 저무는 이 한 해에도 - 이해인 수녀 ​ 노을 빛으로 저물어 가는 이 한 해에도 제가 아직 살아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음을 사랑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음을 들녘의 볏단처럼 엎디어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새로이 태양이 떠오르듯 오늘은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제 마음의 하늘에 환희 떠오르시는 주님, 12월만 남아 있는 한 장의 달력에서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시간의 소리들은 쓸쓸하면서도 그립고 애틋한 여운을 남깁니다. 아쉬움과 후회의 눈물 속에 초조하고 불안하게 서성이기보다는 소중한 옛 친구를 대하듯 담담하고 평화로운 미소로 떠나는 한 해와 악수하고 싶습니다. 색동 설빔처럼 곱고 화려했던 새해 첫날의 다짐과 결심들이 많은 부분 퇴색해 버렸음을 인정하며 부끄러운 제 모습을 돌아봅니.. 2022. 12. 31.
[송년시 모음] ‘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외 송년에 관한 시 모음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이채 사랑보다 찬란한 보석이 없음을 정녕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를 미워한 날이 더 많았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믿음 보다 진실한 빛이 없음을 가슴으로 새기고 새겼어도 불신의 늪으로 높은 울타리만 쌓았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용서보다 아름다운 향기가 없음을 진실로 깨닫지 못하고 반목의 싸늘한 바람만 불어왔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비우고 낮추라는 말이 정녕 옳은 줄은 알지만 부질없는 욕심의 씨앗만 키워왔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으로 포장한 고집과 아집으로 고요한 자성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끝내 용서하지 못하고 끝내 홀로인 고독의 외딴 방으로 어리석게도 스스로 자신을 가둬버린 또 한 해가.. 2022. 12. 30.
크리스마스 시, 성탄절 시 모음 ‘메리 크리스마스’ 외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 모음 메리 크리스마스 -박목월 크리스마스 카드에 눈이 왔다. 유리창을 동그랗게 문질러 놓고 오누이가 기다린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네 개의 샛파란 눈동자 네 개의 샛파란 눈동자 참말로 눈이 왔다. 유리창을 동그랗게 문질러 놓고 오누이가 기다린다. 누굴 기다릴까.. 네 개의 까만 눈동자 네 개의 까만 눈동자 그런 날에 외딴집 굴뚝에는 감실감실 금빛 연기 감실감실 보랏빛 연기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그래도 크리스마스 - 임영준 잠시 잊어야지 철 없는 세속 영혼을 울리는 탄일종으로 시름 따위는 함께 묻어야지 번듯하지 않아도 오만이 짓눌러도 한 묶음 돼야지 그래도 은총 가득한 크리스마스인데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 김시태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 2022. 12. 18.
[눈에 대한 시] 원태연 ‘다시 눈이 내리면’ 외 눈 오는 날 어울리는 시 모음 다시 눈이 내리면 -원태연 다시 눈이 내리면 생각이 나 주겠지요 오랜 세월에 묻혀 어렴풋해진 얼굴 다시 눈이 내리면 생각이 나 주겠지요 다시 눈이 쌓이면 떠올라 주겠지요 차곡차곡 쌓이는 눈처럼 그 얼굴과의 얘기 다시 눈쌓이면 떠올라 주겠지요 다시눈이 녹으면 녹아 없어지겠지요 한 송이 한 송이 정성스레 만든 얘기 다시 눈이 녹으면 어이없이 녹아 없어지겠죠 눈 오시는 날 - 오탁번 눈 오시는 날 밖을 가만히 내다본다 넉가래로 눈 치우느라 애를 먹겠지만 그거야 다음 일이다 그냥 좋다 눈을 맞는 소나무가 낙낙하다 대추나무는 오슬오슬 좀 춥다 대각선으로 날리던 눈발이 좀 전부터 허공에서부터 춤을 추듯 송이송이 회오리치며 쏟아진다 ㅅㅅㅅ, ㅎㅎㅎ, 소란스레 눈소리 들린다 메숲진 앞산 .. 2022. 12. 15.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시 ‘마음을 위한 기도’ 마음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수녀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자신의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성실함 어떤 모양으로든지 관계를 맺는 이들에게는 변덕스럽지 않은 진실함을 지니고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힘겨운 시련이 닥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견디어내는 참을성으로 한 번 밖에 없는 삶은 길을 끝까지 충실히 걷게 해주십시오. 숲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시끄럽고 복잡하게 바삐 돌아가는 숨찬 나날들에도 방해 받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마음의 고요를 키우고 싶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왠지 낯설고 서먹해진 제 자신과도 화해할 수 있는 고요함 밖으로 흩어진 마음을 안으로 모아들이는 맑고 깊은 고요함을 지니게 해주십시.. 2022. 12. 14.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시 ‘출발을 위한 기도’ 출발을 위한 기도 -이해인 수녀 생명의 샘에서 물을 긷듯이 생명의 책에서 말씀을 긷습니다 주님, 당신 말씀을 떠 마시며 살아가는 이들의 기쁨이 굽이치는 강 되어 세상 곳곳 모든 이의 가슴에도 흘러들게 하소서 당신의 책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 읽는 게 아니라 살아야 하는 것 모르지 않으면서 무심히 지냈음을 용서하소서 어둡고 팍팍한 일상의 삶에도 빛과 물이 솟게 하는 단 하나의 생명의 책을 그 어느 것과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어떤 기도서보다 내 마음을 깊게 하며 어떤 백과사전보다도 나 자신을 넓혀 주는 사랑의 성서 그 안에 늘 당신과 함께 살아감을 감사하게 하소서 ​ 한밤에 잠을 떨치고 일어선 사무엘처럼 이제는 더욱 분명히 당신의 목소리를 나도 듣사오니 말씀하소서 당신의 종이 듣나이다. 오.. 2022. 12. 13.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시 ‘말을 위한 기도’ 말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수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내 언어의 나무 주님 내가 짓는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2022. 12. 12.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시 ‘오늘을 위한 기도’ 오늘을 위한 기도 -이해인 수녀 기도로 마음을 여는 이들에게 신록의 숲이 되어 오시는 주님 제가 살아있음으로 살아있는 또 한 번의 새 날을 맞아 오늘은 어떤 기도로 바쳐야 할까요? 제 작은 머리 속에 들어찬 수천 갈래의 생각들도 저의 가슴 속에 풀잎처럼 돋아나는 느낌들도 오늘은 더욱 새롭고 제가 서 있는 이 자리도 함께 살아가는 이들도 오늘은 더욱 가깝게 살아옵니다. 지금껏 제가 만나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2022. 12. 12.
[눈에 대한 시] 이해인 ‘첫눈 편지’ 외 첫눈 편지 - 이해인 1. 차갑고도 따스하게 송이송이 시가 되어 내리는 눈 눈나라의 흰 평화는 눈이 부셔라 털어내면 그뿐 다신 달라붙지 않는 깨끗한 자유로움 가볍게 쌓여서 조용히 이루어 내는 무게와 깊이 하얀 고집을 꺾고 끝내는 녹아 버릴 줄도 아는 온유함이여 나도 그런 사랑을 해야겠네 그대가 하얀 눈사람으로 나를 기다리는 눈나라에서 하얗게 피어날 줄밖에 모르는 눈꽃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순결한 사랑을 해야겠네 2. 평생을 오들오들 떨기만 해서 가여웠던 해묵은 그리움도 포근히 눈밭에 눕혀놓고 하늘을 보고 싶네 어느 날 내가 지상의 모든 것과 작별하는 날도 눈이 내리면 좋으리 하얀 눈 속에 길게 누워 오래도록 사랑했던 신과 이웃을 위해 이기심의 짠맛은 다 빠진 맑고 투명한 물이 되어 흐를까 녹지 않은 꿈들일.. 2022. 12. 6.
첫눈 시 모음,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외 첫눈에 관한 시 모음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2022. 12. 4.
[12월 시모음] 12월의 좋은 시 ‘행복한 12월’ 외 12월에 관한 좋은 시 모음 행복한 12월 -정용철 ​ 나는 12월입니다 열한 달 뒤에서 머무르다가 앞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네요 돌아설 수도, 더 갈 곳도 없는 끝자락에서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지금 나의 외로움으로 희망을 만들고 나의 슬픔으로 기쁨을 만들며 나의 아픔으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를 "행복한 12월"이라 불러 주세요 12월의 기도 -목필균 ​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 놓습니다. 제 얼굴에.. 2022. 11. 30.
[인생시] 김재진 ‘삶이 나를 불렀다’ 삶이 나를 불렀다 -김재진 한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다 남보다 목소리 높이진 않았지만 결코 턱없이 손해 보며 살려 하지 않던 그런 것이 삶인 줄 알았다. 북한산이 막 신록으로 갈아입던 어느 날 지금까지의 삶이 문득 목소리 바꿔 나를 불렀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건가? 반짝이는 풀잎과 구르는 개울 하찮게 여겨 왔던 한 마리 무당벌레가 알고 있는 미세한 자연의 이치도 알지 못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듯 착각하며 그렇게 부대끼는 것이 삶인 줄만 알았다. 북한산의 신록이 단풍으로 바뀌기까지 노적봉의 그 벗겨진 이마가 마침내 적설에 덮이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는 그렇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 * 김재진 시집 에서 2022. 11. 24.
[인생시] 삶에 대한 시, 양광모 ‘아깝다’ 외 삶과 인생에 대한 시 모음 아깝다 -양광모 화를 내는 시간이 아깝다 슬픔에 젖어 있는 시간이 아깝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시간이 아깝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시간이 아깝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시간이 아깝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시간이 아깝다 모든 것은 흘러가고 다시 오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이 참으로 아깝지 않은가 아까운 시간을 불행의 시간으로 흘러 보내지 말라 불행을 선택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멈추지 마라 -양광모 비가 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할 곳이 있다면.. 2022. 11. 19.
[가을시] 용혜원 ‘가을이 가네’ 외 가을이 가네 - 용혜원 ​ 빛 고운 낙엽들이 늘어놓은 세상 푸념을 다 듣지 못했는데 발뒤꿈치를 들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가슴에 찾아온 고독을 잔주름 가득한 벗을 만나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함께 나누려는데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세파에 찌든 가슴을 펴려고 여행을 막 떠나려는데 야속하게 기다려주지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인생도 떠나야만 하기에 사랑에 흠뻑 빠져들고픈데 잘 다듬은 사랑이 익어가는데 가을이 가네. 가을이 떠날 때까지 -김수용 움츠렸던 가슴 마음의 빗장을 활짝 열고 만추를 느껴 봅니다 화사했던 단풍마저 초라한 낙엽이 되어 거리를 떠도는 쓸쓸한 모습을 보면서 욕심을 내려놓고 미움을 내려놓고 고집도 내려놓았습니다 낙엽에 머물러 있는 그리운 얼굴은 그저 잠시 잊으.. 2022.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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