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름 카페
- 서정란
벚나무 허공에다
꽃구름 카페를 열었습니다
밤에는 별빛이 내려와 시를 쓰고
낮에는 햇빛이 시를 읽는
허공카페입니다
곤줄박이며 콩새 방울새 박새 오목눈이까지
숲속 식솔들이 시를 읽고 가는가 하면
벌과 나비 바람둥이 바람까지
시를 어루만지고 가는
꽃구름 카페입니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나도
꽃구름카페 아래 쉬어갑니다
벚꽃 닮은 매화, 매화 닮은 벚꽃
어느 것이 진품이고
어느 것이 모사품일까,
생각을 하는 나에게
자연은 위작도 모사품도 모르는
신의 창작품이라고
팔랑팔랑 허공을 떠다니는
꽃잎이 일러 줍니다
잠시 불온한 생각에 붉어진 얼굴로
꽃구름 카페 휴식차를 마십니다
[ 시 해설과 감상 ]
지금 시인은 봄꽃들로 화창한 계절의 한가운데 서 있다. 더욱이 벚나무 앞에서 천연의 자재들로 지은 허공 카페를 바라보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시가 있는 카페라는 걸 알 수 있다. “밤에는 별빛이 내려와 시를 쓰고” 있는 카페, “낮에는 햇빛이 시를 읽는” 카페라니 참 신선한 발상이지 않은가.
봄날 언 땅을 뚫고 솟아나는 새순처럼 시인의 시적 발상이 생동감이 느껴지고 향기마저 나는 듯하다. 어디 햇빛과 달빛만 시를 읽고 가랴.
숲속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시가 있는 카페를 드나드는 단골 고객이다. 곤줄박이와 콩새, 방울새, 박새, 오목눈이도 시의 독자가 되고 벌과 나비와 바람마저 시를 어루만지는 문화 예술인으로 등장한다.
단조로운 일상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과는 매우 다른 픙경이 시의 세계에 담겨 있다. 시인이 열어 놓은 “꽃구름 카페”에서 ‘쉼이 있는 차’, ‘무욕의 차’를 한 잔 마시고 싶다.
무엇보다도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어서 좋다. 시인도 ‘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서’ 카페를 찾는다. 여기서 그의 생각은 이 모든 아름다운 자연을 떠 올리며 ‘진품’과 ‘모사품’을 구분 지으려는데에 이른다.
하지만 곧 눈부신 봄날 속 모든 것은 “신의 창작품”이라는 걸 “팔랑팔랑 허공을 떠다니는 꽃잎”을 통해 깨닫게 된다. 시인의 창조적 상상력 덕분에 삼라만상이 노래하는 봄의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허공에 꽃구름 카페를 연 시인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런 시인을 빚으신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 밀려오는 봄날이다.
- 문현미 <명시산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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