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독서 레시피/우리문학59 현덕 <남생이> 줄거리와 작품해설 줄거리와 작품해설 ◉ 등장인물•노마 주인공. 여덟아홉 살 정도의 남자아이. •노마 아버지시골에서 소작농을 하다가 영이 할머니의 편지에 기대를 앉고 인천 선창가로 이사 왔으나 고된 일로 병을 얻게 됨 •노마 어머니항구에서 들병장수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짐. •영이 할머니노마네가 시골 살 때 이웃 살던 할머니. 병든 노마 아버지를 위해 부적과 남생이 한 마리를 가져다 줌. •영이노마의 친구. 영이 할머니의 손녀. 아버지 어머니가 일찍 죽고 할머니 손에 자람. •곰보아이들에게 유행가도 알려주고 어른처럼 돈을 잘 쓰는 노마네 이웃 아이. •털보선창의 관리인. 들병장수 노마 어머니와 단골손님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음. •바가지노마네 이웃에 사는 무면허 이발사. 노마 어머니를 좋아하여 추근거림. ◉ .. 2025. 2. 13. 현덕 <남생이> 전문 남생이 - 현덕 호두형으로 조그만 항구 한쪽 끝을 향해 머리를 들고 앉은 언덕, 그 서남면 일대는 물매가 밋밋한 비탈을 감아내리며, 거적문 토담집이 악착스럽게 닥지닥지 붙었다. 거의 방 하나에 부엌이 한 칸, 마당이랄 것이 곧 길이 되고 대문이자 방문이다. 개미집 같은 길이 이리 굽고 저리 굽은 군데군데 꺼먼 잿더미가 쌓이고, 무시로 매캐한 가루를 날린다. 깨어진 사기 요강이 굴러 있는 토담 양지짝에 누더기가 널려 한종일 퍼덕인다. 냄비 하나와 사기 그릇 몇 개를 엎어 논 가난한 부뚜막에 볕이 들고, 아무도 없는가 하면 쿨룩쿨룩 늙은 기침 소리가 난다. 거푸 기침 소리는 자지러지고 가늘게 졸아들더니 방문이 탕 하고 열린다. 햇볕을 가슴 아래로 받으며 가죽만 남은 다리를 문지방에 걸친다. 가느다란 목, .. 2025. 2. 13. <사랑손님과 어머니> 줄거리와 작품해설 줄거리와 작품해설 ▨ 작가 주요섭(1902~1972) 숭실중학, 도쿄 아오야마학원 등을 거쳐 중국 호강대학을 졸업했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해방 후 경희대 교수를 지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에는 인력거꾼>, 추운 밤> 등 하층민의 생활을 다룬 작품을 주로 쓰면서 일제강점기의 가난하고 힘겨웠던 조선인의 모습을 그렸다. 1930년대 이후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바탕으로 할머니>, 사랑손님과 어머니>와 같이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작품을 발표하였다. ▨ 등장인물• 나(옥희)여섯 살 여자아이. 이 작품의 관찰자이며 서술자이다. 사랑손님(아저씨)과 친하게 지내면서 어머니와의 사랑을 순수한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대로 전한다. • 어머니옥희의 어머니. 결혼한 지 .. 2025. 2. 10. 주요섭 <사랑손님과 어머니> 전문 사랑손님과 어머니 - 주요섭(1902~1972) 1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고요. 우리 집 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났군, 외삼촌을 빼놓을 뻔했으니……. 지금 중학교에 다니는 외삼촌은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집에는 끼니 때 외에는 별로 붙어 있지 않아, 어떤 때는 한 주일씩 가도 외삼촌 코빼기도 못 보는 때가 많으니까요. 깜박 잊어버리기도 예사지요, 무얼. 우리 어머니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둘도 없이 곱게 생긴 우리 어머니는, 금년 나이 스물네 살인데 과부랍니다. 과부가 무엇인지 나는 잘 몰라도, 하여튼 동리 사람들이 날더러 ‘과부 딸’이라고들 부르니까, 우리 어머니가 과부인 줄을 알지요. 남들은 다 아버지가 있.. 2025. 2. 10. 정호승 <항아리> 줄거리와 작품해설 줄거리와 작품해설 ❍ 작가 : 정호승(1950~ )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면서 문학계에 등단하였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면을 따뜻한 시각과 감성으로 바라보며, 산업화 등을 거치며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는 작품을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 소설 등이 있다. ❍ 등장인물 • 나(항아리) 독 짓는 젊은이가 처음으로 만든 항아리이다. 항아리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절망한다. • 젊은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독을 만든다. 첫 작품으로 항아리를 만들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뒷마당에 버려둔다. • 주지스님독 짓는 젊은이의 아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폐허가.. 2025. 2. 2. 이범선 <오발탄> 줄거리와 작품해설 이범선 줄거리와 작품해설 은 6·25전쟁 이후 당시의 암담한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한 작품이다. 주인공 철호를 중심으로 그 가족이 겪은 전쟁의 참담함과 전후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양심을 가진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송철호계리사 사무실 서기로, 가난하지만 양심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애쓰다가 좌절하는 인물. 전후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형. • 명호철호의 동생. 전후의 희망 없는 세상에 분노를 느끼며 한탕주의로 살아가려는 인물. 권총 강도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잡힘. 당시 젊은이들의 뿌리 깊은 좌절과 분노를 상징하는 인물. • 명숙철호의 여동생.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양공주가 되어버린 인물로 전쟁 직후 생계를 위해 몸을 팔아야했던 빈곤층 여성의 모습을 보.. 2025. 1. 20. 현덕 <하늘은 맑건만> 전문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현덕의 단편소설 은 고깃간 주인의 착각으로 더 받은 거스름돈을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모른 척하고 썼다가 양심에 가책을 느껴 떳떳이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삶에서 정직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행동이 얼마나 용기 있고 가치 있는 일인지 보여준다. 잘못을 덮으려 하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것도 큰 교훈이다. 전문 - 현 덕 중문 안 안반( 떡을 칠 때에 쓰는 두껍고 넓은 나무판) 뒤에 숨겨 둔 공이 간 데가 없다. 팔을 넣어 아무리 더듬어도 빈탕(아무 소용이 없게 헛된 것으로 되고 만 일)이다. 문기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혹 동네 아이들이 집어 갔을까?’ 도리어 그랬으면 다행이다. 만일에 그 공이 숙모 손에.. 2025. 1. 19. 이범선 <오발탄> 전문 오발탄 - 이범선 계리사 사무실 서기 송철호는 6시가 넘도록 사무실 한구석 자기 자리에 멍청하니 앉아 있었다. 무슨 미진한 사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장부는 벌써 집어치운지 오래고 그야말로 멍청하니 그저 앉아 있는 것이었다. 딴 친구들은 눈으로 시계바늘을 밀어 올리다시피 다섯 시를 기다려 후다닥 나가 버렸다. 그런데 점심도 못 먹은 철호는 허기가 나서만이 아니라 갈 데도 없었다. "송 선생은 안 나가세요?" 이제 청소를 해야 할테니 그만 나가달라는 투의 사환애의 말에, 철호는 다 낡아빠진 해군 작업복 저고리 호주머니에 깊숙이 찌르고 있던 두 손을 빼내어서 무겁게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나가야지." 하품 같은 대답이었다. 사환애는 저쪽 구석에서부터 비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먼지가 사정없이 철호의 얼굴.. 2025. 1. 19. 채만식 <논 이야기> 해설과 전문 > 줄거리 요약 및 해설 1946년 《해방문학선집》에 발표된 채만식의 대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광복 후 달라진 농민 현실이 어떤 조건 속에 놓여 있는지를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한 농민소설이다. 주인공 한생원의 아버지는 부지런한 농군이었다. 그는 제대로 입지 않고 먹지 않으면서 푼푼이 모은 돈으로 열세 마지기와 일곱 마지기의 두 자리의 논을 장만하였다. 이렇게 논을 장만한 지 5년만에 그는 열세 마지기 논을 고을 원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동학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씌워 강제로 빼앗긴 것이다. 한생원이 스물한 살 때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한생원은 가난한 소작농으로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해나간다. 부친이 작고한 지 몇 해 안 되어 그는 힘에 겨운 빚을 지게 되었다. 한생원은 일본인 길천이가 땅을 비싸게 사들인다.. 2024. 12. 21. 최서해 <박돌의 죽음> 줄거리와 작품해설 줄거리와 작품해설 ▣ 작가최서해(1901~1932) 함북 성진 태생으로. 가난하여 소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그는 『청춘』이나 『학지광』 같은 잡지를 읽으면서 독학으로 문학 수업을 하고 이들 잡지에 투고도 하는 등의 습작기를 보냈다. 1918년 간도 등지를 유랑하면서 나무장사‧두부장사‧부두노동자‧음식점 배달꾼 등 최하층 생활을 경험하는데, 이 체험이 창작의 밑거름이 되었다. 1924년 초에 단편소설 을 동아일보에 발표하는 것을 계기로 상경한 그는 조선문단사에 입사하였다. 1925년 극도로 빈궁했던 간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 를 발표함으로써, 당시 문단에 충격을 줌과 동시에 작가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의 소설들은 주인공의 극빈 상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그 주인공들이 그들을 배태한.. 2024. 11. 4. 최서해 <박돌의 죽음> 전문 - 최서해 1 밤은 자정이 훨씬 넘었다.이웃의 닭 소리는 검푸른 새벽빛 속에 맑게 흐른다. 높고 푸른 하늘에 야광주를 뿌려 놓은 듯이 반짝이는 별들은 고요한 대지를 향하여 무슨 묵시를 주고 있다. 나뭇잎에서는 이슬 듣는 소리가 고요하다. 여름밤이건만 새벽녘이 되니 부드럽고도 쌀쌀한 기운이 추근하게 만상(萬象:온갖 사물의 형상)을 소리 없이 싸고 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둠 속에 잘 분간할 수 없는 히슥한 그림자가 동계사무소앞 좁은 골목으로 허둥허둥 뛰어나온다.고요한 새벽 이슬에 추근한 땅을 울리면서 나오는 발자취는 퍽 산란하다. 쿵쿵 하는 음향은 여러 집 울타리를 넘고 지붕을 건너서 어둠 속으로 규칙 없이 퍼져 나갔다. 어느 집 개가 몹시 짖는다. 또 다른 집 개도 컹컹 짖는다. 캥캥한 발바리 소리도.. 2024. 11. 3. 이범선 <고장난 문> 줄거리와 해설 줄거리와 해설 ▥ 작가이범선(1920 ~ 1981)평안남도 신안주 출생. 평양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광복 후 월남하여 1952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거제고, 대광고, 숙명여고 교사를 거쳐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였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음울한 현실을 반영하면서 무기력하게 훼손되어 한에 젖은 인간들을 많이 부각시키고,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담담한 필치로 펼쳐 보였다. 대표작으로 , , , 등이 있다. ▥ 등장인물• 만덕열여덟 살의 청년으로 화가와 함께 산다. 수사관 앞에 피의자로 끌려와 억울한 누명을 쓴다. • 화가 인정 많고 그림 작업에 충실한 화가. 집안에 갇혀있다가 질식사한다. • 수사관진술 내용과 조서보다 심증을 더 믿는 중년의 경찰관이다. ▥ 줄.. 2024. 9. 19. 이범선 <고장난 문> 전문 고장난 문 - 이범선 “자, 그럼 처음부터 찬찬히 이야기해 봐. 거짓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아. 우린 벌써 다 알고 있으니까.”열여덟 살 만덕이에게는 아버지뻘이나 되어 보이는 중년 수사관이 볼펜을 거기 조서 위에 굴려 놓고 걸상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어 앉았다. 이미 조서는 꾸며졌으니 들으나마나 한 이야기지만 하도 애원을 하니까 한 번 더 들어 봐 준다는 그런 대도였다.“형사님, 제가 왜 무엇 때문에 거짓뿌렁을 합니까. 정말 억울합니다! 제가 한 말은 다 사실입니다. 요만큼도 거짓뿌렁 없습니다.”책상 모서리에 놓인 나무 걸상에 두 무릎을 모으고 단정하게 앉은 만덕은 새끼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그 새까만 손톱을 가리켜 보이며 울상을 지었다.“글세, 그러니까 한 번 더 얘기해 보라는 거 아냐!”수사관은 담배를.. 2024. 9. 19. 이태준 <돌다리> 전문 돌다리 - 이태준 정거장에서 샘말 십 리 길을 내려오노라면 반이 될락말락한 데서부터 샘말 동네보다는 그 건너편 산기슭에 놓인 공동묘지가 먼저 눈에 뜨인다. 창섭은 잠깐 걸음을 멈추고까지 바라보았다. 봄에 올 때 보면, 진달래가 불붙듯 피어 올라가는 야산이다. 지금은 단풍철도 지나고 누르테테한 가닥나무들만 묘지를 둘러, 듣지 않아도 적막한 버스럭 소리만 울릴 것 같았다. 어느 것이라고 집어 낼 수는 없어도, 창옥의 무덤이 어디쯤이라고는 짐작이 된다. 창섭은 마음으로 창옥아' 불러 보며 묵례를 보냈다. 다만 오뉘뿐으로 나이가 훨씬 떨어진 누이였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자기가 마침 방학으로 와 있던 여름이었다. 창옥은 저녁 먹다 말고 갑자기 복통으로 뒹굴었다. 읍으로 뛰어들어가 의사를 청해 왔다.. 2024. 8. 29.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전문 운수 좋은 날-현진건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마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결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동광학교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첫 번에 30전, 둘째 번에 50전―---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첨지는 10전짜리 백동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 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 2024. 8. 21. 현진건 <빈처> 전문 빈처 - 현진건 [1]“그것이 어째 없을까?”아내가 장문을 열고 무엇을 찾더니 입안말로 중얼거린다.“무엇이 없어?”나는 우두커니 책상머리에 앉아서 책장만 뒤적뒤적하다가 물어 보았다.“모본단 저고리가 하나 남았는데…….”“……”나는 그만 묵묵하였다. 아내가 그것을 찾아 무엇 하려는 것을 앎이라. 오늘 밤에 옆집 할멈을 시켜 잡히려 하는 것이다. 이 2년 동안에 돈 한 푼 나는 데는 없고 그대로 주리면 시장할 줄 알아 기구(器具)와 의복을 전당국 창고(물건을 잡고 돈을 빌려주어 이익을 취하는 곳)에 들이밀거나 고물상 한구석에 세워 두고 돈을 얻어 오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아내가 하나 남은 모본단 저고리를 찾는 것도 아침거리를 장만하려 함이라. 나는 입맛을 쩍쩍 다시고 폈던 책을 덮으며 후― 한숨을 내쉬었.. 2024. 8. 20. 김유정 <동백꽃> 전문 동백꽃 - 김유정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르득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 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또 푸드득 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어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 2024. 8. 19. 김유정 <봄봄> 전문 봄봄- 김유정 “장인님! 인젠 저…….”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하고 만다.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3년 하고 꼬박이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일을 좀더 잘해야 한다든지 혹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노상 걱정이니까) 좀 덜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점순이가 아직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여기에는 어째 볼 수 없이 그만 벙벙하고 만다. 이래서 나는 애최 계약이 잘못된 걸 알았다. 이태면 이태,.. 2024. 8. 18. 하근찬 <흰 종이수염> 전문 흰 종이수염 - 하근찬 아버지가 돌아오던 날 동길이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다른 다섯 명의 아이와 함께였다. 아이들은 모두 풀이 죽어 있었다. 어떤 아이는 시퍼런 코가 입으로 흘러드는 것도 아랑곳없이 눈만 대고 깜작거렸고, 입술이 파랗게 질린 아이도 있었다. 여생도 둘은 찔끔찔끔 눈물을 짜내고 있었다. 축처진 조그마한 어깨들이 볼수록 측은했다. 그러나 동길이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두 주먹을 발끈 쥐고 있었다. 양쪽 볼에는 발칵 불만을 빼물고 있었고, 수박씨만한 두 눈은 차갑게 반짝거렸다. '울엄마 일하는데 어떻게 학교에 오는공. 울아부지 안제 돈 많이 벌어 갖고 돌아오면 다 줄낀데 자꾸 지랄같이…….' 동길이는 담임선생의 처사가 도무지 못마땅하여 속으로 또 한번 눈을 흘겼다. 쫓.. 2024. 8. 17. 하근찬 <수난이대> 전문 수난이대 - 하근찬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 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르며 삐익 기적 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때가 가까워 도착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해가 이제 겨우 산등성이 위로 한 뼘 가량 떠올랐으니, 오정이 되려면 아직 차례 멀.. 2024. 8. 17. 이전 1 2 3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