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 <유자소전> 줄거리와 해설

 

 

 

<유자소전> 줄거리와 작품해설

 

❑ 작가에 대하여

 

이문구(1941～2003)

 

충남 보령 출생. 우리말 특유의 가락을 잘 살려 낸 문장으로 농촌과 농민의 문제를 작품화하고, 소설의 문체까지도 농민의 어투에 근접한 사실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보여 농민소설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으로 농촌을 소재로 한 연작소설 <관촌수필>, 새마을운동 이후 변모된 농민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또 다른 연작소설 <우리 동네>가 있다. 주요 작품으로 <장한몽>, <이 풍진 세상을>, <산너머 남촌>, <매월당 김시습>, <백면서생> 등이 있다.

 

이문구 작가

 

❑ 등장인물

• 유자(유재필)

화자인 ‘나’의 중학교 친구로 넉살 좋고 입담 좋은 인물.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다.

 

• 나(이문구)

이 소설의 화자. 유자의 중학교 찬구이며 무명 소설가이다. 유자의 삶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 총수

10대 재벌기업의 총수. 유자를 자신의 승용차 운전수로 고용하지만 나중엔 노선 상무로 좌천시켜 버린다. 평소 고상한 척하며 비단잉어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자 하는 허영심이 많고 위선적인 인물이다.

 

등장인물 관계도

 

 

❑ 줄거리

•유자의 성품

화자인 ‘나’는 자신의 친구 유재필을 공자, 맹자처럼 존경의 의미를 담아 ‘유자’라 칭한다. 그 이유는 그가 심성이 깔끔하고, 매사에 생각이 깊고, 침착하며, 남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길 줄 아는 덕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한다.

 

•유자의 학창 시절과 청년기

유자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대범하고 넉살이 좋아서 나이가 한참 위인 중학생들과도 친구처럼 지냈고 선생님 앞에서도 기죽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학업에 충실하기보다는 직업을 먼저 생각하여 극장의 영사 기사가 되고자 무급으로 조수 노릇을 하기도 했다. 유자는 이때 배운 확성기 배선 기술로 국회의원 선거 기간에 어느 후보의 확성기를 고쳐주었고 이 일을 계기로 선거운동원이 된다.

 

얼마 뒤 그 후보가 장관이 되자 유자는그의  비서관이 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장관이 몰락했고 오갈 데 없어진 유자는 군대에 입대한다. 논산훈련소로 가는 완행열차에서 사주 책을 읽었던 유자는 특유의 입담과 눈썰미로 군인들에게 사주풀이를 해주어 ‘족집게 도사’로 통하기도 했다.

 

• 총수의 운전사에서 노선 상무로 좌천된 유자

유자는 제대 후 서울로 올라가 재벌 그룹 총수의 승용차 운전사가 되었다. 유자는 총수 앞에서도 위축되는 법이 없었고 거침없이 말했고 당당하게 행동했다.

 

총수가 비싼 값으로 수입하여 연못에 기르던 비단잉어들이 갑자기 죽었는데, 유자는 고이 묻어주기는커녕 매운탕으로 끓여 먹었다. 평범한 직장인의 몇 년 치 월급으로 비단잉어를 키우는 총수의 사치가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유자는 총수 자택의 불당에서 불상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처님 손등에 파리똥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얼룩이 잘 지워지지 않았다. 총수가 나타나기 전에 청소를 마치지 못할 것 같아 유자는 자동차 닦던 버릇으로 자기도 모르게 마른행주에 침을 뱉어서 얼룩을 지우려고 했다. 그것을 본 총수의 노여움을 사서 유자는 운수업체의 노선 상무로 발령받는다.

 

• 노선 상무로서 유자의 삶

유자가 맡은 노선 상무의 업무는 그룹에 속한 운수업체의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일이었다. 말단 부서의 현장 실무자로 유배된 셈이지만, 유자는 불평 없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가해자인 총수 혹은 그룹의 동료 운전사에게나 피해자에게나 부정한 승리, 부당한 패배가 있을 수 없도록 하는 일이 자신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유자는 피해 환자에 대한 문병과 신속한 치료 조치, 사망자가 난 사건에는 넉넉한 부의와 정중한 조문, 장지까지 따라가서 장례를 거드는 성의와 적극적인 피해 보상 절차 이행, 한 푼이라도 더 보태 주려고 보험회사와 밀고 당기는 대결 등 진정으로 애쓰는 모습을 보여 피해자 가족의 대부분은 사건이 마무리된 뒤에 유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 예사였다.

 

유자의 인간미는 가해자인 운전사들도 감동시켰다. 사건 처리를 위해 주소지를 찾아가 보면 그들은 대부분 딱하기 짝이 없는 살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용돈을 털어 쌀이나 밀가루를 사주고 연탄을 들여놓아 주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굴비 두름을 산비탈 셋방을 찾아가 매달아 주었다.

 

그런데 유자는 10년이 지나도 과장이었다. 그가 자리를 옮기면 누가 그 자리에 가더라도 그만한 능력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총수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유자의 아버지가 과거에 좌익 활동을 한 경력을 이유로 승진시켜주지 않았던 것이다.

 

• 유자의 만년과 죽음

1987년 6·29 선언 이후 노동자들의 파업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갈 무렵, 어느 종합병원의 원무실장으로 근무하던 유자는 시위 중에 다친 노동자들이 병원으로 찾아오자 그들을 도와주었다.

 

그들은 노사분규로 해고된 사람들이라 회사에서 치료비를 부담할 리 없다고 판단한 병원장은 그들의 입원을 반대했다. 그러나 유자는 원무실장의 권한으로 그들을 입원시키고 치료받게 했다.

 

유자는 병원은 환자를 위하여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임을 진다. 당직 의사만 나오는 일요일에 치료비 없는 환자들을 탈출시킨 것이다.

 

이렇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약자를 돕던 유자는 건강을 잃고 결국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화자인 ‘나’는 유자의 인간적인 삶과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비단잉어

 

❑ 작품해설

 

- <유자소전>은 어떤 소설인가?

이 소설은 ‘나(이문구 작가)’가 위대한 인물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대로 의미 있게 살다 간 자신의 친구 유재필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까지 일대기를 소전(줄여서 간략하게 쓴 전기)’ 형식으로 쓴 것이다.

 

작가는 인정 많고 입담 좋은 친구 유자(유재필)의 삶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와 허위의식을 비판하고, 인정과 도리를 중시하는 인간의 가치관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 소설 속 유자는 어떤 인물일까?

유자는 정직과 인간미를 대표하는 인물로, 물질과 권력을 우선시하는 세태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삶을 살아간다. 유자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남을 돕고, 인정 넘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현대인의 잃어버린 인간미를 상기시킨다.

 

 

- 실존 인물인 유재필은 어떤 사람일까?

유재필은 작가 이문구의 30년 친구이며, 이문구 주변의 수많은 문인들과 교유하였다. 그는 실제로 항공사를 겸하는 운수회사의 사고처리 담당 과장으로 일했으며, 주변인들의 교통사고나 장례, 치산 등을 헌신적으로 도와주었다.

그는 술과 독서 그리고 남을 위한 일로 일생을 보냈으며, 간암으로 쉰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 비단잉어의 상징과 의미는?

총수가 잉어들의 떼죽음의 원인에 대해 유자에게 묻자, 유자는 잉어들이 감기나 피로가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또 죽은 잉어를 어떻게 했는지 물었을 때, 먹었다고 하면서 값이 비싼 고기지만 맛은 없었다고 대답한다.

 

이것은 사람의 월급보다도 더 비싼 값을 주고 사온 물고기이기에 사람보다 더 대접받는 상황이 지닌 모순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유자는 사람보다도 값비싼 잉어에 더 가치를 두는 총수를 비판하거나 풍자함으로써 물질을 우선시하는 현대 사회의 세태를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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