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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배움의 글/감성 에세이 모음10

박완서 에세이 <보통 사람> 전문 보통 사람  - 박완서 남보다 아이를 많이 낳아 늘 집안이 시끌시끌하고 유쾌한 사건과 잔 근심이 그칠 날이 없었다. 늘 그렇게 살 줄만 알았더니 하나 둘 짝을 찾아 떠나기 시작하고부터 불과 몇 년 사이에 식구가 허룩하게 줄고 슬하가 적막하게 되었다. 자식이 제때제때 짝을 만나 부모 곁을 떠나는 것도 큰 복이라고 위로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식구가 드는 건 몰라도 나는 건 안다고, 문득문득 허전하고 저녁 밥상머리에서 꼭 누가 더 들어올 사람이 있는 것처럼 멍하니 기다리기도 한다. 딸애들이 한창 혼기에 있을 땐 어떤 사위를 얻고 싶으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 친구들끼리 모여도 화제는 주로 시집보낼 걱정이었다.  큰 욕심은 처음부터 안 부렸다. 보통 사람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말이 쉬워 보통사람이지 보.. 2024. 6. 30.
법정스님 글 ‘불행은 모자람이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다’ 불행은 모자람이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다 - 법정스님  현대인의 불행은 모자람이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과 만족함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 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 등 살아 있는 생물과도 교감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그러므로 행복과 불행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만들고 찾는 것이다. 행복은 이웃과 함께 누려야 하고 불행은 딛고 일어서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곧 자신의 운명임을 기억하라.  우리는 마땅.. 2024. 6. 24.
박완서 에세이 <유쾌한 오해> 전문 유쾌한 오해 - 박완서  전동차 속에서였다. 아직도 한낮엔 무더위가 많이 남아있었지만 3호선 전동차 안은 쾌적할 만큼 서늘했고 승객도 과히 붐비지가 않았다. 기술의 발달 때문인지, 경제성장 때문인지는 몰라도 1호선보다는 2호선이 더 쾌적하고 2호선보다는 3, 4호선이 더 쾌적한 걸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늘 2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약간은 샘도 났다. 내 옆자리가 비자 그 앞에 서있던 청년을 밀치고 뚱뚱한 중년 남자가 잽싸게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넉넉하던 자리가 꽉 차면서 내 치맛자락이 그 밑에 깔렸다.  약간 멋을 부리고 나간 날이라 나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치맛자락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꼼짝도 안 했다. 여간 무신경한 남자가 아니었다. 나는 별 수 없어 그 남자를 툭툭 치면서 내 치맛자락이.. 2024. 6. 22.
솔제니친 <모닥불과 개미> 전문과 해설 전문 활활 타고 있는 모닥불 속에 썩은 통나무 한 개비를 집어넣었다.  통나무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타오르자 나무통에서 개미들이 떼를 지어 쏟아져 나왔다. 한 무리가 통나무 뒤쪽으로 달리다가 불길에 휩싸여 타죽어 갔다. ​나는 황급히 불붙은 통나무를 모닥불 속에서 끌어내었다. 생명을 건진 개미들의 일부가 모래 위를 달려가고, 더러는 소나무 가지 뒤로 기어오르기로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미들은 좀처럼 불길을 피해 달아나려 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불길을 피해 나갔던 개미들도 방향을 바꾸어 다시 통나무 둘레를 빙빙 맴돌기 시작했다.  그 어떤 힘이 그들을 내버린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한 것일까. 많은 개미들은 활활 타오르는 통나무 뒤로 다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통나무에 붙어서 그대로 타 죽어 가는.. 2024. 6. 22.
양희은 <그러라 그래> 인상깊은 구절 양희은 에세이 인상깊은 구절 나와 다른 시선이나 기준에 대해서도 ‘그래, 그럴 수 있어’ ‘그러라 그래’ 하고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옳다’거나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같은 노래에도 관객의 평이 모두 다르듯 정답이랄 게 없었다. 그러니 남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살기로 했다. - 「흔들리는 나이는 지났는데」 중에서 어느덧 칠십, "나이 먹는 게 좋다. 너희도 나이 들어 봐봐. 젊음과 안 바꾼다" 했었는데 무심코 젊은 날의 내 사진을 하염없이 보고있다. 대체 무얼 하며 이 좋은 날들을 보냈나? 많은 나날이 손가락 사이 모래알처럼 덧없이 빠져나갔구나! - 「흔들리는 나이는 지났는데」 중에서 봄꽃을 닮은 젊은이들은 자기가 젊고 예쁘다는 사실.. 2024. 2. 10.
<사람풍경> 김형경 작가의 심리 에세이 김형경 심리 에세이 세상 풍경을 통해 내 마음의 풍경을 바라보다. 이 책은... 은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 여행 에세이집입니다. 작가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소소하고 다양한 체험에 무의식, 우울, 불안, 의존, 중독, 투사, 분리, 자기애, 인정과 지지, 공감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결부시켜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에를 들면 고대 로마의 지하무덤 카타콤을 보면서 그 어두움과 막막함에 ‘무의식’의 거대함을 생각하고, 어두컴컴한 파리의 하늘 아래에서 우울의 원인에 대해 고찰합니다. 책 속으로 여행 ~~ ● 무의식 : 우리 생의 은밀한 비밀창고 우리 삶의 중요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비밀 한 가지는 우리 대부분이 세 살까지 형성된 인성을 중심으로, 여섯 살까지 배운 관계 맺기 방식을 토대로 하여 살아간다는 점이다... 2023. 7. 23.
장영희 에세이 <괜찮아> 전문 장영희 에세이 초등학교 때 우리 집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작은 한옥이었다. 골목 안에는 고만고만한 한옥 여섯 채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한 집에 아이가 보통 네댓은 됐으므로, 골목길 안에만도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줄잡아 열 명이 넘었다. 학교가 파할 때쯤 되면 골목은 시끌벅적,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어머니는 내가 집에서 책만 읽는 것을 싫어하셨다. 그래서 방과 후 골목길에 아이들이 모일 때쯤이면 어머니는 대문 앞 계단에 작은 방석을 깔고 나를 거기에 앉히셨다. 아이들이 노는 걸 구경이라도 하라는 뜻이었다. 딱히 놀이 기구가 없던 그때, 친구들은 대부분 술래잡기, 사방치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등을 하고 놀았지만 다리가 불편한 나는 공기놀이 외에는 그 어떤 놀이에도 참여할.. 2023. 7. 8.
피천득 수필 ‘오월’ 전문 피천득 수필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의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얻었노라, 사랑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잃었노라, 사랑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 2023. 5. 5.
이효석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 전문 낙엽을 태우면서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같이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덧 날고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언만, 날마다 시중이 조련치 않다. 벚나무 능금나무…. 제일 귀찮은 것이 벽의 담쟁이다. 담쟁이란 여름 한철 벽을 온통 둘러싸고 지붕과 연돌의 붉은 빛만 남기고 집 안을 통째로 초록의 세상으로 변해 줄 때가 아름다운 것이지,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드러난 벽에 메마른 줄기를 그물같이 둘러칠 때쯤에는 벌써 다시 지릅떠볼 값조차 없는 것이다. 귀찮은 것이 그 낙엽이다. 가령 벚나무 잎같이 신선하게 단풍이 드는 것도 아니요, 처음부터 칙칙한 색으로 물.. 2022. 10. 20.
‘밀라논나’ 이야기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의 인생 내공 에세이 ◇ 가만히 끄덕이게 되는 밀라논나의 이야기 장명숙, 요즘은 ‘밀라논나’로 더 유명한 1952년생 멋쟁이 할머니시다. 한국인 최초의 밀라노 패션 유학생이고, 서울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이너였으며, 이탈리아 정부 명예기사 작위 수여자이다. 그리고 지금은 구독자수 100만 명을 향해가는 유튜버 ‘밀라논나’로 잘 알려져 있다. 유튜브에서 젊으나 늙으나 꿈과 희망을 전해주던 밀라논나가 최근 에세이집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발간했다. ‘밀며든다’ 즉, ‘밀라논나에게 스며든다’라는 말이 쓰일 만큼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저자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신간 출간에 맞춰 출판사가 화상인터뷰 시간을 마련했다. 전문인터뷰어 백은하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화상만.. 202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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