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돌의 죽음> 줄거리와 작품해설
▣ 작가
최서해(1901~1932)
함북 성진 태생으로. 가난하여 소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그는 『청춘』이나 『학지광』 같은 잡지를 읽으면서 독학으로 문학 수업을 하고 이들 잡지에 투고도 하는 등의 습작기를 보냈다.
1918년 간도 등지를 유랑하면서 나무장사‧두부장사‧부두노동자‧음식점 배달꾼 등 최하층 생활을 경험하는데, 이 체험이 창작의 밑거름이 되었다. 1924년 초에 단편소설 <토혈>을 동아일보에 발표하는 것을 계기로 상경한 그는 조선문단사에 입사하였다.
1925년 극도로 빈궁했던 간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 <탈출기>를 발표함으로써, 당시 문단에 충격을 줌과 동시에 작가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의 소설들은 주인공의 극빈 상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그 주인공들이 그들을 배태한 사회 제도를 저주하며 부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 줄거리
뒷집에서 버린 상한 고등어를 먹은 박돌이 심한 복통을 일으키자 박돌의 어미 파충댁은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마을 의원인 김초시를 찾아가 아픈 아들을 봐 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김초시는 박돌 어미가 가난하여 돈을 받지 못할 것을 염려해서 거절한다. 약이라도 지어달라고 사정했지만 김초시는 약종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그것마저 거절한다.
집으로 돌아온 박돌 어미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들을 보고 안타까워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궁여지책으로 젊은 주인의 말에 따라 박돌에게 쑥으로 뜸을 떠주었다. 그런데도 별 효과 없이 밤새도록 고통스러워 하다가 새벽 무렵 박돌은 숨을 거두었다.
박돌 어미는 애비 없이 자란 열두 살 박돌의 죽음에 가슴을 치며 울면서 한탄한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 사정없이 아들을 끌고 가는 환영을 본다. 실성한 박돌 어미는 환영을 따라 김초시 집을 찾아간다.
박돌 어미는 방에 들어가 김초시의 멱살을 잡고 박돌이를 내놓으라며 악을 썼다. 그리고 놀라 방바닥에 자빠진 김초시의 가슴을 타고 앉아서 김초시의 얼굴을 물어뜯었다.
박돌 어미에게 달려들던 김초시 부인은 피가 묻은 입과 퀭한 눈을 보더니 뒤로 추춤했다. 김초시의 집에 모여든 마을 사람들은 엷은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그까짓 놈, 죽어도 싸지! 못할 짓도 하더니…" 이렇게 혼잣말처럼 뇌는 사람도 있었다.
▣ 등장인물 분석
• 박돌의 어미 (파충댁)
궁핍한 생활에 찌들어 가난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지만, 적극적인 저항의식을 표출한 하층민의 전형.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던 여인이지만,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사회 현실에 눈 뜨고 그 구조적 모순과 가진 자들의 횡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인물이다. 가난한 자신에게 약을 지어 주지 않아서 자식을 죽게 만든 김초시를 응징한다.
이는 단순한 ‘보복’이 아닌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 상황과 그로 인한 비인간성에 대한 ‘울분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 김초시와 그의 부인
하층민에 대해 냉소적이고 이기적이며 이해타산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유층의 전형.
박돌이 죽어간다는 이야기에도 행색이 초라하고 돈이 없어 보이자 박돌의 어미를 약이 떨어졌다고 돌려보내고 그것을 잘했다고 말하는 비인간적인 사람들이다. 의사라는 직업의식도 없고 인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다른 사람의 딱한 사정보다는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물욕에 가득 찬 인물들이다.
뜸을 떠 달라는 박돌 어미의 부탁에 "그것도 할 줄 모르냐"고 말하며 더럽게 상한 고등어를 먹었다고 핀잔을 주고 무신경하게 집을 나가버리는 젊은 주인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몰인정하고 개인주의적인 인물이다.
• 마을 사람들
박돌 어미가 정신이 나가 김초시를 물어뜯을 때, 누구 하나 박돌 어미를 말리지 않고 지켜보았다. 이들은 박돌의 죽음에 내막을 알거나 박돌 어미처럼 그동안 김초시에게 당한 사람들로 짐작된다. 그러기에 김초시가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방관한다. 마을 사람들은 김초시에 대한 일종의 간접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
▣ 작품 해설
최서해의 <박돌의 죽음>은 1925년 조선문단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빈궁소설로, 조선인 간도 이주민(하층민)의 빈궁한 삶과 계급 간의 갈등을 담고 있다.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박돌이 상한 고등어를 먹고 심한 복통을 일으키자 박돌의 어미 파충댁은 의원인 김초시를 찾아가 치료를 부탁한다. 그러나 김초시는 파충댁이 치료비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알고 외면한다. 박돌이 고통스럽게 죽자 정신이 나간 파충댁은 김초시를 찾아가 김초시의 얼굴을 물어뜯는다.
이처럼 박돌의 죽음을 중심 구조로 하면서 고난에 찬 하층민들의 저항과 반항을 주제로 드러내고 있다. 박돌이 죽자 박돌 어미가 곧장 김 초시를 찾아가 김 초시의 얼굴을 물어뜯는 장면은 적극적이고 극단적인 저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던 계급에 대한 하층민의 저항과 응징으로 볼 수 있다.
주로 기아와 살육, 방화 등 일제 치하의 참담한 사회적 현실과 처참한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1920년대 신경향파 문학의 특징을 보여주는 소설로, 가진 자들의 비도덕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 정면으로 반항하는 당대 하층민들의 삶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박돌이 죽은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우리 민족을 궁지로 몰아넣은 일제에 있다. 박돌 어미의 저항은 현실의 모순과 문제를 극복하는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며, 당시 이런 비극과 불행이 발생하게 된 사회 구조적인 배경과 원인 분석이 결여된 채 단순히 한 개인의 세상에 대한 울분과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는 한계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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