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읽기 좋은 나태주 시인의 봄시 모음
오는 봄
- 나태주
나쁜 소식은 벼락 치듯 오고
좋은 소식은 될수록 더디게
굼뜨게 온다
몸부림치듯, 몸부림치듯
해마다 오는 봄이 그러하다
내게 오는 네가 그렇다
봄날의 이유
- 나태주
그대 같은 사람 하나
세상에 있어서
세상이 좀 더 따스하고
서럽고도 벅찬 봄날이
조금쯤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꽃 필 날
- 나태주
내게도
꽃 필 날 있을까?
그렇게 묻지 마라
언제든
꽃은 핀다
문제는
가슴의 뜨거움이고
그리움, 기다림이다.
봄
- 나태주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봄이 봄이니까
꽃이 피어나는 거다
까닭이 또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제가 풀이니까
새싹을 피우는 거다
다만 너는 어여쁜 생명
나도 아직은 살아 있는 목숨
둘이 마주보면 더러
꽃으로 피어나기도 허고
잎으로 자라기도 하는 것이다.
봄비
- 나태주
사랑이 찾아올 때는
엎드려 울고
사랑이 떠나갈 때는
선 채로 울자
그리하여 너도 씨앗이 되고
나도 씨앗이 되자
끝내는 우리가 울울창창
서로의 그늘이 되자.
좋으신 봄
- 나태주
햇살 쪼아 먹으려고
새들 모이고
바람 무등 타려고
새소리 모이는
나무 나무 수풀 어름에 나
나도 또한 어린아이 햇살
햇살 만나면 햇살과 놀고
바람 바람 만나면
바람 무등 타는
하늘 알른알른 발가벗은 마음
목련꽃 낙화
- 나태주
너 내게서 떠나는 날
꽃이 피는 날이었으면 좋겠네
꽃 가운데서도 목련꽃
하늘과 땅 위에 새하얀 꽃등
밝히듯 피어오른 그런
봄날이었으면 좋겠네
너 내게서 떠나는 날
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네
잘 갔다 오라고 다녀오라고
하루치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가볍게 손 흔들듯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좋겠네
그렇다 해도 정말
마음속에서는 너도 모르게
꽃이 지고 있겠지
새하얀 목련꽃 흐득흐득
울음 삼키듯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앉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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