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봄에 관한 시 모음
그저 봄
-나태주
만지지 마세요
바라보기만 하세요
그저 봄입니다
봄이 되면
- 나태주
봄 되면 산과 들과 골짜기는
꽃과 신록으로 호사를 하고
개구리 울음 소리로
귀까지 호사를 하고
가진 것 별로 없는 나도
봄 따라 호강을 한다.
봄은 담장
- 나태주
봄은 담장 밑에서 오고
꽃은 남쪽에서 피어 오는 것,
꽃이런가 구름인가 산정 위에 올라보면
군산 포구 뱅어잡이 배, 나빈 듯 떠나가고
마음 따라 날개 달던
그 봄날의 들놀이 꽃놀이여
산수유
- 나태주
아프지만 다시 봄
그래도 시작하는 거야
다시 먼 길 떠나보는 거야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네 편이란다.
서러운 봄날
- 나태주
꽃이 피면 어떻게 하나요
또다시 꽃이 피면 나는
어찌하나요
밥을 먹으면서도 눈물이 나고
술을 마시면서도 나는
눈물이 납니다
에그 나 같은 것도 사람이라고
세상에 태어나서 여전히 숨을 쉬고
밥도 먹도 술도 마시는구나 생각하니
내가 불쌍해져서 눈물이 납니다
비틀걸음 멈춰 발 밑을 좀 보아요
앉은뱅이걸음 무릎걸음으로 어느새
키 낮은 봄 풀들이 밀려와
초록의 주단방석을 깔려합니다
일희일비,
조그만 일에도 기쁘다 말하고
조그만 일에도 슬프다 말하는 세상
그러나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많기 마련인 나의 세상
어느 날 밤늦도록 친구와 술 퍼마시고
집에 돌아가 주정을 하고
아침밥도 얻어먹지 못하고 집을 나와
새소리를 들으며 알게 됩니다
봄마다 이렇게 서러운 것은
아직도 내가 살아 있는
목숨이라서 그렇다는 것을
햇빛이 너무 부시고 새소리가
너무 고와서 그렇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 그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는지요
꽃이 피면 어떻게 하나요
또다시 세상에 꽃 잔치가 벌어지면
나는 눈물이 나서 어찌하나요.
소생
- 나태주
강은 고요하다
죽은 듯 숨도 쉬지 않는다
젊은이 두 사람
깔깔거리며 물가에 다다라
조약돌 주워
강물 향해 물수제비 뜬다
잠방잠방잠방……
사내아인 세 방
계집아인 두 방
젊은이들의 웃음소리도
잠방잠방
조약돌을 따라가
물방울로 퉁겨오른다
드디어 강물이 숨을
쉬기 시작한다
강이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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