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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봄시] 이해인 수녀의 봄에 관한 시 모음 '봄 일기'외

by 늘해나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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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봄에 관한 시

 

봄에 관한 시 섬네일 이미지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수녀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봄 일기

 

- 이해인 수녀

 

 

봄에도 바람의 맛은 매일 다르듯이

매일을 사는 내 마음빛도

조금씩 다르지만

쉬임없이 노래했었지

쑥처럼 흔하게 돋아나는

일상의 근심 중에도

희망의 향기로운 들꽃이

마음속에 숨어 피는 기쁨을

 

언제나 신선한 설레임으로

사랑하는 이를 맞듯이

매일의 문을 열면

안으로 조용히 빛이 터지는 소리

봄을 살기 위하여

내가 열리는 소리

 

 

 

 

꽃과 나

 

- 이해인 수녀

 

 

예쁘다고

예쁘다고

내가 꽃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꽃들은 더 예쁘지고

 

고맙다고

고맙다고

꽃들이 나에게

인사하는 동안

나는 더 착해지고

 

꽃물이 든 마음으로

환히 웃어보는

우리는 고운 친구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수녀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 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꽃씨 편지

 

- 이해인 수녀

 

 

당신이 보낸 꽃씨를 심어

꽃을 피워냈어요

 

흙의 향기 가득한 꽃밭을 향해

고맙다고 놀랍다고 자꾸자꾸만

감탄사를 되풀이하는 것이

나의 기도입니다

 

이 꽃을 사진에 담아

당신에게 보내며 행복합니다

 

내 마음속에 심겨서 곱게 자라난

나의 사랑도 편지에 넣었으니

받아주시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봄과 같은 사람

 

- 이해인 수녀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 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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