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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봄시] ‘봄을 기다리며’ 외 4편

by 늘해나 202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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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봄시' 감상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은 어디서 오는가

 

- 양광모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해마다 꽃들이 다시 핀다

 

젖은 마음을 햇살에 말리고

웃음꽃 한송이 얼굴에 싱긋 피우면

 

사람아

너는 봄의 고향이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봄을 위하여

 

-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봄을 기다리며

 

- 이양자

 

 

바람이 스치는데

옷깃 여미는 손 차지만

가만히 흘러드는

남쪽햇살 품어져와

 

껍질 깨뜨려 내듯

산에 들에 따사로운 손길 닿네.

 

대한에 왔던 눈이

아직 먼 산골짜기에 남아있지만

정녕 이제 봄은 오나보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으리니

한해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라.

 

매화가 피었으니

머잖아 봄이 부르는 소리에

봄꽃은 물오른 가지에

 

고개 빼꼼히 내밀며 나와

진달래 개나리 피워

아름답게 꽃피는 봄이리라

 

봄이 부르는 소리에

봄꽃은 물오른 가지에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항상 봄처럼 새로와라.

 

아름답게 꽃피는 봄

봄꽃처럼 피고지는 인생 앞에

다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내 삶의 이정표 되어

아름답게 꽃피는 따사로운

봄길 들판을 걷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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