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의 봄시 모음
봄봄봄 그리고 봄
-김용택
꽃바람 들었답니다
꽃잎처럼 가벼워져서 걸어요
뒤꿈치를 살짝 들고 꽃잎이 밟힐까
새싹이 밟힐까 사뿐사뿐 걸어요
봄이 나를 데리고 바람처럼 돌아다녀요
나는 새가 되어 날아요
꽃잎이 되어 바람이 되어
나는 날아요. 당신께 날아요
나는 꽃바람 들었답니다
당신이 바람 넣었어요
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레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 지요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봄이 그냥 지나요
- 김용택
올 봄에도
당신 마음 여기 와 있어요
여기 이렇게 내 다니는
길가에 꽃들 피어나니
내 마음도 지금쯤
당신 발길 닿고 눈길 가는 데
꽃 피어날 거예요
생각해 보면 마음이 서로 곁에 가 있으니
서로 외롭지 않을 것 같아도
우린 서로 꽃보면 쓸쓸하고
달보면 외롭고 저 산 저 새 울면
밤새워 뒤척여져요
마음이 가게 되면 몸이 가게 되고
마음이 안 가더래도
몸이 가게 되면 마음도 따라가는데
마음만 서로에게 가서
꽃 피어나 그대인 듯 꽃 본다지만
나오는 한숨은 어쩔 수 없어요
당신도 꽃산 하나 갖고 있고
나도 꽃산 하나 갖고 있지만
그 꽃산 철조망 두른 채
꽃 피었다가
꽃잎만 떨어져 짓밟히며
새 봄이 그냥 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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