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대한 시 모음
봄비
-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힌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봄비
- 황동규
조그만 소리들이 자란다
누군가 계기를 한금 올리자
머뭇머뭇대던 는개 속이 환해진다
나의 무엇이 따뜻한지
땅이 속삭일 때다
봄비 그리고 꽃비
- 이호정
바람 불더니 꽃잎 날리고
진자리에 비가 앉습니다
뜨락에 핀 라일락
꽃향기 찬비가 시샘하는지
온종일 향기를 지웁니다
창가에 앉아서
네가 좋아했던 봄비를
내가 좋아했던 찬 빗방울을 헵니다
봄비
- 한효상
조용히 내리는 봄비
들뜬 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그대와 마주 보며
해맑은 웃음 지며 걸었던
그 길에 어제 같은 비가 내린다
라일락 꽃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래서 우리 사랑
꽃피웠는데
덩그런 그리움만
내 가슴에 남겨 놓고서
그대는 어디쯤 가고 있나요
봄비
-선미숙
내 작은 창을 두드리며 봄이 옵니다.
먼 길을 마다 않고, 잊지 않고 옵니다.
지독하게 춥고 길었던 한철을 견뎌내며
오랜 기다림에 지쳐가던 나무들은
머지않아 파란 웃음으로 반기겠지요
길가에 풀잎도 가녀린 몸을 일으키며
겨울을 털어 냅니다.
뺨을 스치는 찬바람은
가슴에 스민 봄을 어쩌지 못합니다.
깊게 얼었던 땅을 뚫고
돋아나는 싹이 더욱 푸르듯
아팠던 만큼 다져진 마음에 찾아올 사랑은
이제 철부지가 아닐 듯합니다.
눈을 뜨게 해준 아픔이 고맙습니다.
내가 버린 그 세월이 나를 키웠습니다.
원망이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겁니다.
비와 함께 고운 임도 봄을 안고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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