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대한 시 모음
봄비
- 용혜원
봄비가 내리면
온통 그 비를 맞으며
하루 종일 걷고 싶다
겨우내 움츠렸던 세상을
활짝 기지개 펴게 하는 봄비
봄비가 내리면
세상 풍경이 달라지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내 마음에도
흠뻑 봄비를 맞고 싶다
내 마음 속 간절한 소망을
꽃으로 피워내고 싶다
봄비
- 김세영
간밤 빚은 은하의 눈물
촉촉이 젖은 봄 물 머금고
초록빛 싱그러움 그렁그렁
옹골차게 돋아나다
푸른 물 주르르 흘릴 것 같은
봄 눈망울 초롱초롱
마치 아기의 눈망울 같아
아니면 맑은 호수 같아
'풍덩'하고 빠져도 좋을
어느새 훌쩍 다가온 봄
봄비 그친 뒤
- 남호섭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 안개다.
산 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 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
봄비 마중
-강사랑
예쁜 임이 오신다기에
노란 우산 하나 들고
봄 마중 갑니다.
시가 되고 그림이 되는
풍경을 한 아름 안고
소리 없이 사뿐사뿐 걸어오십니다.
봄 바구니에
쑥과 냉이를 가득 담고
해맑은 미소 한가득 담아 오십니다.
진달래와 개나리를 닮아
가녀린 몸이지만 오시는 임 반기려
커다란 목련을 피웠습니다.
노란 우산 살며시 감추고
먼 길 오신 임을
온몸으로 맞이하면
설렘에 순간의 행복은
기쁨의 눈물 되어
소리없이 대지의 깊은 곳까지 적십니다.
내일은 온 세상에
봄꽃이 만발할 것 같습니다
봄비
- 박목월
조용히 젖어드는
초가지붕 아래서
온종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월곡령 삼십 리
피는 살구꽃
그대 사는 마을이라
봄비는 와서
젖은 담 모퉁이
곱게 돌아서
모란 움 솟으랴
슬픈 꿈처럼.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가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봄비
- 이동순
겨우내
햇볕 한 모금 들지 않던
뒤꼍 추녀 밑 마늘광 위으로
봄비는 나리어
얼굴에 까만 먼지 쓰고
눈감고 누워 세월 모르고 살아온
저 잔설을 일깨운다
잔설은
투덜거리며 일어나
때묻은 이불 개켜 옆구리에 끼더니
슬쩍 어디론가 사라진다
잔설이 떠나고 없는
추녀 밑 깨진 기왓장 틈으로
종일 빗물이 스민다
봄비 내리는 밤
- 윤월심
산안개 뿌연 적막을 뚫고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가로등 불빛마저
고독으로 잠들어 가는 밤
그리운 사람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창문을 열어보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봄비만 하염없이 내린다
눈 감으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 하나
그대여 봄비처럼
내게로 사뿐히 오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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