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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바람에 대한 시] 이해인 ‘바람에게’ 외 6편

by 늘해나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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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대한 시 모음

 

바람에 대한 시모음 섬네일 이미지

 

 

바람에게

 

-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 가다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겠다

 

삶의 절반은 뉘우침 뿐이라고

눈물 흘리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묵묵히 하늘을 보여준

그 한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파란 하늘 배경으로 한 언덕에서 풀을 먹고 있는 양떼들 모습

 

 

바람이 오면

 

-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강아지풀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 김영랑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이길래

내 숨결 가볍게 실어 보냈지

하늘가를 스치고 휘도는 바람

어이면 한숨만 몰아다 주오

 

 

들판에 바람이 세차게 부는 모습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바람 부는 날의 꿈

 

- 류시화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 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 가를 보아라

 

 

 

 

바람 부는 언덕

 

- 김일중

 

 

지금은

어느 낯선 하늘 밑에서

살고 있을까?

 

실바람이

그리운 꽃망울을 터뜨리면

바람 부는 언덕에 올라가본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수많은 바람 중에

행여 은은한 당신의 음성을

싣고 오는 바람은 없을까?

 

혹시

따스한 당신의 체온을

안고 오는 바람은 없을까?

 

어쩌다

포근한 당신의 마음을

담고 오는 바람은 없을까?

 

실바람이

그리운 꽃망울을 터뜨리면

바람 부는 언덕에 올라가 본다.

 

 

 

바람 부는 날의 시

 

- 김기택

 

 

바람이 분다

바람에 감전된 나뭇잎들이 온몸을 떨자

나무 가득 쏴아 쏴아아

파도 흐르는 소리가 난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보자고

바람의 무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 보자고

작고 여린 이파리들이

굵고 튼튼한 나뭇가지를 잡아당긴다

실처럼 가는 나뭇잎 줄기에 끌려

아름드리 나무 거대한 기둥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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