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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힐링시] 박목월 시인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by 늘해나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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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이미지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 북으로

틔어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시의 일부분이 들어간 이미지

 

 

시인의 눈과 가슴에 들어온 봄은 바람결에서부터 다릅니다. 꽃샘 추위를 몰고 오는 바람이 아니라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를 실어오는 바람입니다. 그 바람결이 오랜 친구에 대한 그리움도 자아내게 합니다.

 

시인의 눈은 이윽고 골목길에 이르러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은 희망을 노래합니다. 유행가의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노랫말처럼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봄을 맞으면 “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무슨 일을 하고 싶다”는 의욕이 솟아나고 더욱이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죠.

 

긍정적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할 만큼 선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많이 맺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연에서 시적 화자는 다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을 부릅니다.

 

그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리고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나”는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시인의 상상력이 긍정의 아이콘을 달고 종횡무진 신선한 봄의 이미지를 불러 일으킵니다.

 

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산뜻한 긴장미가 감도는 시로 인해 우리의 걸음걸이가 한결 가벼워지리라 생각됩니다. 곳곳에 연둣빛 공기가 차 오릅니다. 봄사람이 되는 기쁨의 싹이 돋습니다.

 

- 문현미 시인 ‘명시산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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