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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2월시 모음, 이해인 수녀 ‘2월의 시’외

by 늘해나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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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대한 시 모음

 

섬네일 이미지

 

 

2월의 시

 

-이해인 수녀

 

 

하얀 눈을 천상의 시처럼 이고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깎아먹는 한조각 무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주지못한 일상에

새옷을 입혀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있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있음으로

또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봄꽃에 눈이 쌓인 모습

 

 

2월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뭇가지마다 달린 하얀 꽃망울들

 

 

2월

 

- 정연복

 

 

일년 열두 달 중에

제일 키가 작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해마다 묵묵히 해낸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기어코 봄은 찾아온다는 것

슬픔과 고통 너머

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음을

가만가만 깨우쳐 준다.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나를 딛고

새 희망 새 삶으로 나아가라고

 

자신의 등 아낌없이 내주고

땅에 바싹 엎드린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무지무지 크고 착한 달.

 

 

 

나뭇가지에 자란 작은 나무잎

 

 

2월의 기다림

 

- 이채

 

 

내 당신 기다림에 얼음이 되었어도

내 가슴 벌써 분홍 꽃이 피었어요

 

아침 햇살에 작은 가슴 열었더니

소복이 꽃망울이 맺혔는데

당신을 기다리는 내 뜰은

벌써부터 향기로운 봄꽃이에요

 

봄보다 마음 먼저 실려 오는

2월의 기다림

 

눈꽃이 흩날리던 긴 겨울도

내 창을 햇살에게 내어주고

하얀 손을 흔들고 떠나가요

잘 가요. 하얀 아가씨

 

지난밤 아무도 없는 그 뜰에도

여전히 달빛 고운 그리움 내리고

하얗게 쏟아지는 별들의 미소에

간절한 마음 작은 소망 실었더니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 봐요

어서 와요. 예쁜 아가씨

 

 

이른 봄에 피는 매화꽃 이미지

 

 

2월 편지

 

- 홍수희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로 오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 2월 시모음 ‘2월에 꿈꾸는 사랑’ 외

 

 

[2월 시모음] ‘2월에 꿈꾸는 사랑’ 외

2월의 시 모음 2월 - 목필균 바람이 분다 나직하게 들리는 휘파람 소리 굳어진 관절을 일으킨다 얼음새꽃 매화 산수유 눈 비비는 소리 톡톡 혈관을 뚫는 뿌리의 안간힘이 내게로 온다 실핏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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