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오는 3월의 시 모음
3월이 되면
- 오광수
웃으세요
3월이 되면,
말라버린 척,
굳어버린 척,
외면했던 빛깔들을 되살리고
조용하니 생명 하나하나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세요.
소망의 외침은
마당 가운데 높다랗게 달고
하늘구름으로 날개 만들어
맑은 바람 한점씩 가만히 불러
살랑살랑
손잡고 웃으며 날아보세요.
움츠렸던 설렘들은
고운 옷 입혀 앞세우고
이산 저 산 날아다니며
긴 한숨들을 받아내어
고상한 언어로
고백도 만들어보세요.
미래는 꿈이 있어 다듬는 것
고운 계절의 사랑을 위해
웃으세요.
3월이 되면,
3월
- 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 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3월의 소리
- 배혜경
방글방글 햇살 웃음소리
파릇파릇 새싹 돋아나는 소리
통통통통
꽃망울 터지는 소리
졸졸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
새록새록
잎사귀 자라나는 소리
몽실몽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소리
으앙으앙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
3월의 소리는
천상의 노래입니다
3월
- 용혜원
봄이 고개를
쑥- 내밀기에는
아직은 춥다
겨울이 등을 돌리고
확- 돌아서기에는 아직은
미련이 남아 있다
뼈만 남은 나무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연초록과 꽃들의 행진을
눈앞에 그리며
기다림과 설렘으로
가득한 계절이다
땅속에 햇살이 따사로운
봄을 기다리는
새싹 눈빛이 가득하다
3월에
- 이해인 수녀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3월
-김광섭
3월은 바람쟁이
가끔 겨울과 어울려
대폿집에 들어가 거나해서는
아가씨들 창을 두드리고
할아버지랑 문풍지를 뜯고
나들이 털옷을 벗긴다
애들을 깨워서는
막힌 골목을 뚫고
봄을 마당에서 키운다
수양버들
허우적이며
실가지가 하늘거린다
대지는 회상
씨앗을 안고 부풀며
겨울에 꾸부러진 나무허리를 펴주고
새들의 방울소리 고목에서 흩어지니
여우도 굴속에서 나온다
3월 바람, 4월 비, 5월 꽃
이렇게 콤비가 되면
겨울 왕조를 무너뜨려
여긴가 저긴가 그리운 것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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