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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봄날은 간다’ 봄을 떠나보내는 시모음

by 늘해나 202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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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떠나보내는 시모음

 

‘봄날은 간다’ 섬네일 이미지

 

 

봄날은 간다

 

- 구양숙

 

 

이렇듯 흐린 날에 누가

문 앞에 와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보고 싶다고

꽃나무 아래라고

술 마시다가

목소리 보내오면 좋겠다.

 

난리난 듯 온 천지가 꽃이라도

아직은 내가 더 예쁘다고

거짓말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봄꽃 이미지

 

 

봄날은 간다

 

- 김종철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하얀 살구꽃 이미지

 

 

봄날은 간다

 

- 안도현

 

 

늙은 도둑놈처럼 시커멓게 생긴

보리밭가에서 떠나지 않고

서 있는 살구나무에

꽃잎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자고 나면 살구나무 가지마다 다닥다닥

누가 꽃잎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쓸데없는 일을 하는 그가 누구인지

꽃잎을 자꾸자꾸 이어 붙여

어쩌겠다는 것인지

 

나는 매일 살구나무 가까이 다가갔으나

꽃잎과 꽃잎 사이 아무도 모르게

봄날은 가고 있었다

 

나는 흐드득 지는 살구꽃을

손으로 받아들다가 또 입으로 받아먹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하였는데

 

어느 날 들판 한가운데

살구나무에다 돛을 만들어 달고 떠나려는

한척의 커다란 범선을 보았다

 

살구꽃 피우던 그가

거기 타고 있을 것 같았다

멀리까지 보리밭이 파도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어서 가서 저 배를 밀어주어야 하나

저 배 위에 나도

훌쩍 몸을 실어야 하나

 

살구꽃이 땅에 흰 보자기를

다 펼쳐놓을 때까지

나는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봄꽃 이미지

 

 

봄은 간다

 

- 김억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테이블 위에 차주전자와 찻잔, 꽃이 있는 이미지

 

 

봄날은 간다

 

- 김윤아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 영화 '봄날은 간다' OST(자우림의 김윤아가 작사하고 노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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