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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에 관한 시 모음
<차례>
- 호박꽃에 취하여 _ 안도현
- 호박꽃 _ 안도현
- 호박꽃 _ 정연복
- 호박꽃 _ 박영근
- 호박꽃 _ 최두석
호박꽃에 취하여
- 안도현
호박 넝쿨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갔더니
거기 호박꽃이 피었더라
그 호박꽃
속으로 난 길을 걸어 들어갔더니
호박밭에 쪼그리고 앉은 내가 보이더라
호박꽃
- 안도현
호호호호 호박꽃
호박꽃을 따버리면
애애애애 애호박
애호박이 안 열려
호호호호 호박전
호박전을 못 먹어
호박꽃
- 정연복
첫눈에 보기에
생긴 모습 그대로
'포용'과 '관대함'이라는
꽃말을 가졌네
'사랑의 용기'라는
또 다른 꽃말도 있다네
후덕한 성품의
아줌마같이 느껴지는
너와 마주친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호박꽃
- 박영근
밤새 몰래
밭두둑을 더듬고 간 여우비에
과부 한숨이 벙글었네
비바람에 꽃이 진들 어떠리
애호박 따는 손이
첫서방 보듯 떨리겄구나
호박꽃
- 최두석
연애 시절 애인에게
호박꽃이 아름답다고 말했다가
파국을 맞을 뻔한 적이 있다
나중에 아내가 된 그 처녀는
긁힌 자존심에 바르르
몸을 떨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땐 나에겐 진정으로
호박꽃이 아름답게 보였다
눈요기로 화초를 심지 않는
농민의 아들로서 호박나물과
호박떡을 먹고 자란 탓이라고
애써 변명하고 달래었지만
미묘한 정감의 속살을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으랴
먹고 사는 것도 좋지만
분위기도 좀 살려보자는
핀잔을 주고받으며
어언 이십 년을 함께 산 지금도
간혹 아내는 그때의 상처가 덧나고
여전히 나는 호박꽃이 아름답게 보인다
호박꽃 초롱을 들여다보노라면
흙담 위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호박이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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