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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깊어가는 가을, 낙엽에 관한 시 모음

by 늘해나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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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낙엽에 관한 시 모음

 

낙엽 시 모음 섬네일 이미지

 

 

낙엽

 

-유치환

 

 

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

 

 

 

문앞에 낙엽이 떨어진 모습

 

 

낙엽

 

- 나태주

 

 

나누어주고 싶어요

하나하나씩

 

내려놓고 싶어요

하나하나씩

 

내가 좋아한 사람

그도 나를 좋아한 사람

 

그에게 조금씩

돌려드리고 싶어요

 

 

 

낙엽 한 장 이미지

 

 

낙엽이 지던 날

 

- 용혜원

 

 

나뭇잎들이

마지막 이야기를 끝내고

안녕을 외치는 가을입니다

 

삶의 마지막을 더욱더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하여

 

은행잎은

노란 옷을 입기 위해

여름날의 찬란함도

잊어버려야 했습니다

 

단풍잎은

붉은 옷을 입기 위해

마지막 남아 있던 생명까지

모두 버려야 했습니다

 

가을 거리에

외로움으로 흔들리며

쏟아져 내리는 낙엽들

 

우리의 남은 이야기를

다 하기에도

이 가을은 너무나

빨리 흐르고 있습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모습

 

 

낙엽

 

-조병화

 

세월의 패잔병처럼

보도 위에 낙엽이 깔려

뒹굴고 있습니다

 

나는 낙엽을 밟기가 안쓰러워

조심조심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낙엽은 나를 보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me today you tomorrow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

 

 

낙엽

 

- 이해인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 할지 깨우쳐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 보게 한다.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더 많이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붉게 물든 나뭇잎

 

 

낙엽

 

- 복효근

 

 

떨어지는 순간은

길어야 십여 초

그 다음은 스스로의 일조차 아닌 것을

 

무엇이 두려워

매달린 채 밤낮 떨었을까

 

​애착을 놓으면서부터

물드는 노을빛 아름다움

마침내 그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죽음에 눈을 맞추는

찬란한

신.

 

 

 

 

 

낙 엽

 

-이생진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그때가 좋은 때다

그때가 때묻지 않은 때다

 

낙엽은 울고 싶어하는 것을

울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편지에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다

 

낙엽이 떨어지고 있는 나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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