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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11월 시모음] 목필균 ‘11월이 보낸 편지’ 외

by 늘해나 2022.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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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시 모음

 

섬네일 이미지

 

 

11월이 보낸 편지

 

- 목필균

 

 

달력 마지막 장을 남겨두고

은행나무는 빈 가지에

바람을 담고 있다

 

밤새 뒤척이며 썼다가

아침이면 구겨버렸던

소심한 편지가 배달된다

 

수십 년 전 가슴에 그려진

선명한 붉은 흔적은

열 번도 지웠다 펼쳤다 해도 그대로

 

매일매일 쓸려간 시간들

거슬려 갈 수 없는 만큼

주름진 나이에

어느 날 문득 찾아낸

책갈피 속 단풍잎 같은 사랑

 

한 해의 끝자락

혜화동 거리가 바람 속에

옷을 벗고 있다

 

 

 

 

누런 들판과 푸르고 넓은 하늘

 

 

11월의 시

 

​-홍수희

 

 

텅텅 비워

윙윙 우리라

 

다시는

빈 하늘만

 

가슴에

채워 넣으리

 

 

 

 

앙상한 가지에 붙어있는 단풍잎

 

 

11월

 

-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유리창에 작은 장식등들이 달려있는 모습

 

 

11월의 기도

 

-이임영

 

어디선가 도사리고 있던

황량한 가을바람이 몰아치며

모든 걸 다 거두어가는

11월에는 외롭지 않은 사람도

괜히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입니다

 

11월엔 누구도

절망감에 몸을 떨지 않게 해 주십시오

가을 들녘이 황량해도

단지 가을걷이를 끝내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수확물이 그득한 곳간을 단속하는

풍요로운 농부의 마음이게 하여 주십시오

 

낮엔 낙엽이 쌓이는 길마다

낭만이 가득하고

밤이면 사람들이 사는 창문마다

따뜻한 불이 켜지게 하시고

지난 계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랑의 대화 속에

평화로움만 넘치게 하여 주소서

 

유리창을 흔드는 바람이야

머나먼 전설 속 나라에서 불어와

창문을 노크하는 동화인 양 알게 하소서!

 

 

 

 

해 저무는 들녁에 억새풀이 고개 숙인 모습

 

 

11월의 노래

 

​-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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