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 참 좋은 날에 _ 이해인 수녀
-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_ 공지영
- 어우렁 더우렁 _ 한용운
- 살다가 _ 최유진
참 좋은 날에
- 이해인 수녀
청소를 하고 난 후의 깨끗한 기쁨
이러한 일상의 기쁨들을
많이 만들며 살고 싶습니다
주위 상황을 잘 살피는
큰 눈
사람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예민한 귀
스스로를 성실하게 가꾸어 가는
맑은 마음
남에게 이왕이면
기쁨을 줄 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랑의 입을 지니도록
순간마다 노력하기로 해요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 공지영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지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 줍니다.
어우렁 더우렁
- 한용운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소풍 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했겠지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
한 세상 세 살다 갈 소풍 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 빈말 안 되게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보자
살다가
-최유진
살다가 힘든 일이 생기거든
누구를 탓하지 말거라
이미 생긴 일이거늘 어찌하겠느냐
살다가 울 일이 생기거든
누구를 원망 말고 실컷 울어보렴
울고 나면 속이라도 시원하지 않겠니
살다가 이별할 일이 생기거든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인연은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는 것이란다
살다가 사랑할 일이 생기거든
밀고 당기는 시간을 줄이거라
사랑의 실타래가 항상 질기지 않으니
적당히 밀고 당기려무나
살다가 행복한 일이 생기거든
너무 잡으려 애쓰지 말거라
무엇이든 잡으려 하면 달아나고
꽉 쥐고 있는다고 내 것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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