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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가을시 모음] 가을에 어울리는 시 6편

by 늘해나 202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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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어울리는 시 모음

 

가을에 어울리는 시모음 섬네일 이미지

 

 

가을이 아름다운 건

 

- 이해인 수녀

​가을이 아름다운 건

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 여름 헤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몇은 하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면

긴 신호음으로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애잔함

뒹구는 낙엽이여...

 

아, 가슴의 현이란 현 모두 열어

귀뚜리의 선율로 울어도 좋을

가을이 진정 아름다운 건

눈물 가득 고여 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리

 

 

 

도토리와 낙엽 이미지

 

 

가을볕

 

- 정진아

골목길 걷는 동안

내 등에 업힌 가을볕

 

동생 숨결처럼

따뜻하게 느껴지고

 

아랫목 할머니 품처럼

시린 어깨 감싸 주고.

 

 

 

풀밭 위에 쌓여있는 단풍잎들

 

 

가을 들녘에 서서

 

- 홍해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단풍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이미지

 

 

가을비

 

- 이정록

 

단 한 번의

빗나감도 없이

오직 정타뿐이어서

 

벌레 한 마리

다치지 않는

저 참깨 터는 소리

 

불길 헤집던 부지깽이가

나이테도 없는 빈 대공을

어루는 소리

 

골다공증의 뼈마디와

곳간 열어젖힌 꼬투리가

긴 숨 내쉬는 소리

 

비운 것들의

복주머니 속으로만

저 초가을 빗소리

 

 

 

가을하늘에 구름들이 떠있는 모습

 

가을하늘의 화두

 

-정연복

 

파란 가을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

 

그냥

마음이 편안하다.

 

몸은 비록

지상에 매여 있어도

 

내 마음 내 영혼은

문득 한 점 구름이 된다.

 

삶은 흐르는 것

구름같이 흘러 흘러서 가는 것

 

가을하늘이 툭

벼락같이 던지는 화두다.

 

 

 

뜨락을 걷는 여인 모습

 

 

가을 편지

 

- 나호열

 

당신의 뜨락에

이름모를 풀꽃 찾아왔는지요

눈길 이슥한 먼발치에서

촛불 떨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

 

어느 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

이미 가을은 깊어

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는지요

 

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

당신을 맴도는 소리죽인 발자국과

까만 눈동자 같은 씨앗들이

눈물로 가만가만 환해지겠는지요

 

뭐라고 하던가요

작은 씨앗들은

그냥 당신의 가슴에 묻어두세요

상처는 웃는다 라고

기억해 주세요

 

당신의 뜨락에

또 얼마마한 적막이 가득한지요.

 

 

'가을편지' 시구절이 들어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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