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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배움의 글/단편소설 읽기

펄벅 <평생 잊지 못할 선물> 전문

by 늘해나 2024.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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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잊지 못할 선물

 

 

- 펄 벅(Pearl S. Buck)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면서 정신이 또렷해졌다. 새벽 네 시, 아버지가 우유 짜는 것을 도와 달라고 항상 자기를 깨우던 바로 그 시간이다.

 

어렸을 때의 습관이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니 신기하기만 했다. 그는 돌아 누어 다시 잠을 청하는 데에도 익숙해 있었지만, 그날은 크리스마스 날 아침이었기에 다시 잠을 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나이에 도대체 크리스마스의 마법이란 무엇인가? 어린 시절과 소년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고 아버지와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다. 아이들도 이미 다 성장하여 부모 곁을 떠났고 아내와 단 둘이 지내고 있다.

 

어저께 아내가 말했다,

 

“내일까지 나무를 다듬지 말아요, 로버트. 피곤하단 말이에요.”

 

그는 그러자고 했고 나무는 아직도 앞마당에 그대로 누워있다.

 

그는 다시 시간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요즘 들어 그런 일이 종종 반복되었다. 그가 열다섯 살 때였다. 아버지의 농장에 있을 때였는데 그는 아버지를 무척 좋아했다.

 

크리스마스를 몇 일 앞둔 어느 날 그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는 말을 어깨너머로 들었다.

 

“매리, 아침에 로버트를 깨우는 게 죽기보다 싫은데. 그 애는 부쩍부쩍 자라는데 잠이 더 필요하지 않아! 내가 혼자서 일을 다 해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만 당신 혼자서는 안 돼요, 아담” 하는 어머니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천천히 말했다.

 

“잘 알아, 그렇지만 그 녀석 깨우는 게 싫단 말이야.”

 

이 대화를 들었을 때 무언가 새로운 깨달음이 그의 마음을 때렸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는구나!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일 후에 그는 빨리 일어났고 졸려서 비틀거리며 눈이 감긴 채 옷을 잡아당겨 입으면서도 반드시 일어났다. 그리고 그가 열다섯 살 되던 해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 다락방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구멍가게에서 산 타이보다 좀 더 좋은 선물을 아버지를 위해 준비했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였다.

 

밖의 별들은 빤짝였고 유난히 하나의 별이 더욱 빛을 발하여 진짜 베들레헴의 별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가 “아버지, 마구간이 뭐에요?” 라고 물었을 때 ‘그것은 헛간을 말한단다, 마치 우리 것과 같이”라고 대답하였다.

 

그 말은 예수가 헛간에서 나셨고 그곳으로 목자들과 동방박사들이 그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지고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아버지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면 어떨까?

 

아주 일찍 네 시 이전에 일어나서 마구간으로 몰래 들어가 우유를 혼자서 다 짜는 거야. 나는 혼자서 다 할 수 있어 - 우유를 짜고, 청소하고 그러고 나면 아버지가 우유 짜러 오셨다가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을 아시고 그러면 누가 했는지도 아시겠지.

 

그날 밤 그는 아마 스무 번도 넘게 잠이 깨었었다. 드디어 3시 15분 전에 일어나 옷을 입고 삐그덕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와 밖으로 나왔다.

 

커다란 별 하나가 헛간 지붕 위에 주황색 빛을 발하면서 걸려 있었다. 젖소들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직까지 혼자서 우유를 다 짜본 적이 없지만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놀라실 것을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으며 우유를 짜기 시작했다.

 

두 개의 굵다란 우유 줄기가 거품과 향긋한 향기를 내면서 양동이에 떨어졌다. 젖소들은 여전히 이상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순순히 따라주었다. 젖소들의 움직임으로 보아 젖소들도 오늘이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아는 듯 했다.

 

모든 일들이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우유를 짜는 일은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이상이었다. 자기를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드리는 선물이었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가 일어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깜깜한데서 서둘러 옷을 벗고 침대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는 거친 숨소리를 감추려고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썼다. 문이 열리더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버트야, 이제 일어나야 돼, 크리스마스 날이지만, 아들아!”

 

“으응, 그래요”

 

그는 졸린 듯이 대답하였다.

 

“나는 나가서 먼저 시작할게”

 

아버지가 말했다.

 

문이 닫히고 그는 계속 가만히 누워 웃고 있었다. 시간이 무척 지루했다. 10분, 15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가 다시 들렸다.

 

“로버트”

 

“예, 아버지! “

 

아버지는 웃음을, 기괴한 울음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다.

 

“아버지를 놀려주려고 그랬지?”

 

“크리스마스예요, 아버지”

 

아버지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그 커다란 가슴에 그를 꼭 껴안았다. 어두웠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아들아, 고맙다. 아무도 그렇게 깔끔하게 해치운 것을 보지 못했는데.”

 

“오, 아버지.” 그는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 그저 사랑으로 가슴이 벅차오를 뿐이었다.

 

“그래, 이제 침대로 돌아가도 되겠지” 잠시 후 아버지가 말했다.

 

“아니야, 들어 봐, 동생들이 일어나는 모양이지. 아들아, 생각해 봐라. 나는 항상 헛간에서 일하느라고 너희들이 크리스마스 날 아침 눈을 비비며 크리스마스 트리 앞으로 모여드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단다. 자, 같이 내려가 보자.”

 

로버트는 일어나 다시 옷을 챙겨 입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아래로 내려갔다. 금방 별이 떠있던 헛간 지붕 위로 해가 솟아올랐다.

 

크리스마스 트리

 

오, 얼마나 감격적인 크리스마스인가. 아버지가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에게 로버트가 새벽에 혼자서 모든 일들을 얼마나 잘하였는가를 이야기 할 때 한편 쑥스러우면서도 자부심으로 가슴이 터질듯 했다.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가운데 최고의 선물이야! 아들아! 해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나는 너의 선물을 기억할 것이고 내가 살아있는 동안 늘 기억할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다 함께 그것을 잊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그만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축복받은 크리스마스 새벽, 혼자서 젖소들과 함께 헛간에 있었지, 그가 준비했던 첫 번째 진정한 사랑의 선물이었지.

 

그는 벌떡 일어나 침대에서 나와서 슬리퍼를 신고 가운을 걸치고 다락으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들어있는 상자가 있었다.

 

그것들을 아래층 거실로 옮겨온 그는 밖으로 나가 나무를 들여왔다. 조그마한 나무였다. 아이들이 다 나간 다음에는 큰 나무를 사온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받침대에 나무를 꽂고 기다란 테이블 한 가운데에 올려놓은 후 나무를 조심스럽게 다듬기 시작했다.

 

금방 모든 일이 끝났다. 시간은 옛날 헛간에서의 아침과 같이 금방 지나갔다. 그는 서재로 가서 아내에게 주려는 선물, 조그마한 다이아몬드 별이 들어 있는 상자를 가져왔다. 그는 그 선물을 나무에 걸어 놓고 몇 발짝 뒤로 가서 보았다. 아름다운, 아주 아름다운 별이다. 아내가 분명히 놀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만족스럽지가 못했다. 그는 그녀를 매우 특별한 방법으로 사랑해 왔으며 젊었을 때 보다 훨씬 더 사랑하고 있지만 그가 그녀에게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본지가 무척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아하! 사랑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삶의 진정한 기쁨이 아닌가! 그는 어떤 사람들은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사랑이 자기 안에 살아있다. 면 옛날 아버지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자기 안에도 사랑이 태어났기 때문에 지금 사랑이 자기 안에 살아 있다. 바로 그것이다. 사랑만이 사랑을 깨울 수 있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선물을 계속해서 줄 수가 있었다. 이 아침 복된 크리스마스 아침, 그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러한 선물을 주려고 한다. 그는 그것을 아내가 읽고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편지로 쓸 수 있었다.

 

그는 책상으로 가서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애인에게.

 

그는 불을 끄고 발꿈치를 들고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에 떠 있던 별은 이미 사라졌고 첫 햇살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얼마나 행복한 크리스마스인가!

 

 

▷ 작가에 대하여

 

펄벅(Pearl S. Buck : 1892~1973) 

선교사의 딸로 거의 일생을 중국에서 보낸 미국 작가.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대지(The Good Earth)>를 통해 중국 역사와 문화를 소개했다. 동서양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 공로로 193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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