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익한 배움의 글/단편소설 읽기

오 헨리 단편소설 <20년 후> 전문

by 늘해나 2023. 12. 24.
728x90
반응형

 

오 헨리 단편소설 <20년 후> 전문

&#39; After Twenty Years&#39; 책표지

 

20년 후(​After Twenty Years)

 

- 오 헨리(O Henry, 1862~1910)

 

 

1

경찰관이 느린 걸음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 거들먹거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남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그저 습관일 뿐이었다.

 

밤 10시라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서 그런지 거리는 인적이 드물고 한산했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경찰관은 익숙한 솜씨로 봉을 돌리면서 골목길 구석구석을 살폈다.

 

이곳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이나 편의점 불빛이 가끔 보이기도 했지만 거의 모든 회사나 가게의 문은 닫혀 있었다.

 

여기저기 살피던 경찰관은 뭔가 발견한 듯 갑자기 걷는 속도를 늦추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불이 꺼진 철물점 앞에 한 사나이가 서 있었다. 그는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벽에 기대어 있었다. 사나이는 경찰관이 다가오자 안심시키려는 듯이 서두르며 말했다.

 

“수고 많으십니다. 전 지금 친구를 기다리고 있어요. 20년 전에 한 약속이긴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렇답니다. 제 말이 의심스럽다면… 아, 참 20년 전엔  여기 이 철물점이 있는 곳에 '빅 조 브레디'라는 레스토랑이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경찰관은 여기 사정을 잘 안다는 듯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그 레스토랑은 6년 전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헐렸습니다."

 

&#39; After Twenty Years&#39; 한 장면
' After Twenty Years' 한 장면

 

2

철물점 앞에 서 있던 사나이는 성냥불을 켜서 시가에 불을 붙였다. 그 순간 사나이의 날카로운 눈매와 각진 턱이 불빛에 드러났다. 표정은 창백했고, 오른쪽 눈썹 옆에는 작은 흉터가 있었다. 그의 넥타이핀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사나이가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바로 오늘, 나는  '빅 조 브레디' 레스토랑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 지미 웰스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지미와 나는 뉴욕에서 함께 자라서 형제나 다름없었죠. 그때 나는 열여덟 살이었고, 지미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스무살이었어요. 그 다음 날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서부로 떠나게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미는 뉴욕보다 더 멋진 곳은 없다면서 여길 떠날 생각이 없다고 했죠. 그래서 우리는 그날 밤에 20년 뒤 이 자리에서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어요. 서로 어떤 상황이든, 어떻게 변해 있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반드시 만나자고 굳은 약속을 했지요. 20년 후에 우리는 서로 부자가 되거나 높은 지위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미있군요. 하지만 20년 후의 약속이라... 재회까지의 기간이 너무 긴 것 같은데요. 그래, 그렇게 헤어진 후에 한 번도 연락을 못 했나요?”

 

“아니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한동안 연락을 했죠. 하지만 한두 해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소식이 끊기더군요. 잘 아시다시피 서부는 매우 복잡한 곳이고, 일거리도 너무 많았고, 부지런히 돈도 벌어야 해서 그리된 겁니다. 어찌 되었건 지미는 죽지 않았다면 꼭 올 겁니다. 지미는 약속을 잊을 사람이 아니죠. 저도 아주 긴 여행이었지만 친구를 만나려고 천 마일을 달려왔습니다. 그 친구를 만날 수만 있다면 천 마일이 그리 멀진 않죠.”

 

이야기하면서 사나이는 뚜껑에 다이아몬드가 여러 개 박혀 있는 회중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봤다.

 

​“10시 3분 전이군요. 우리가 여기에서 작별 인사를 나눈 게 바로 10시 정각이었지요.”

 

“당신은 서부에서 한밑천 크게 잡았나요?”

 

경찰관이 묻자 사나이가 대답했다.

 

“물론이죠. 아마 지미도 성공했을 겁니다. 그 친구는 너무 착한 게 탈이지만…서부에서는 자기 돈을 지키기 위해서 악착같이 싸우며 살아야 하지요. 뉴욕이야 그저 그런대로 비슷하게 매일 살아가지만, 서부에서 살아남으려면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할 만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경찰관은 곤봉을 돌리면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이제 그만 가 봐야겠군요. 그 친구를 꼭 만나길 바랍니다. 근데 약속 시각에서 얼마나 더 기다릴 거죠?”

 

“글쎄요. 한 30분 정도는 더 기다릴 생각입니다. 살아만 있다면 반드시 올 거라 믿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경관님.”

 

“그럼, 전 이만.”

 

경찰관은 남은 순찰 구역을 살피면서 걸어갔다. 계속 바람이 불더니 차가운 가랑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한산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20년 전 오늘,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사나이는 철물점 앞에서 옛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3

약 29분쯤 기다리자, 길 저쪽에서 키가 큰 남자 한 명이 외투를 휘날리며 나타났다. 그 남자는 급히 사나이 쪽으로 오더니 조금 의심쩍은 듯이 물었다.

 

“자네 밥이지?”

 

사나이는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지미 웰스? 야. 이거 정말 오랜만이야!”

 

남자는 사나이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틀림없이 밥이로군! 자네가 살아만 있다면 꼭 다시 만날 줄 알았다니까. 20년이라니, 정말 긴 세월이군. 옛날 그 레스토랑은 없어졌네.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같이 저녁도 먹고 좋을 텐데. 그건 그렇고 그동안 서부에서 어떻게 지냈나?”

 

사나이가 말했다.

 

“서부는 정말 대단하지. 원하는 건 뭐든 얻을 수 있고 말이야. 그런데 자네도 많이 변했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키도 더 큰 것 같은데.” ​

 

“스무 살이 훨씬 넘어서까지 키가 자라지 뭐야.”

 

사나이가 말을 이으면서 물었다.

 

“그래, 그동안 뉴욕에서 어떻게 지냈어?”

 

“난 잘 지냈지. 지금 시청에서 일하고 있고. 자, 친구. 우리 자리를 옮겨서 천천히 옛날 얘기나 나누자고.”

 

두 사람은 함께 길을 걸었다. 사나이는 남자에게 자신이 어떻게 성공하고 출세했는지를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남자는 그저 흥미롭다는 듯 듣고만 있었다.

 

&#39; After Twenty Years&#39; 한 장면
' After Twenty Years' 한 장면

 

4

길모퉁이에 전등이 밝게 비치는 약방이 있었다. 두 사람이 밝은 불빛 아래 있게 되자 서로 얼굴을 보려고 동시에 몸을 돌렸다. 사나이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쳤다.

 

​“자네는 지미가 아니야. 아무리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지만 어떻게 매부리코가 그렇게 납작해질 수가 있지?”

 

“그래, 하지만 20년이란 세월은 착한 사람을 악인으로 변화시키기도 하지.”

 

키 큰 남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당신은 10분 전부터 체포되었소. 지금 경찰서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오. 사실 시카고 당국에서 당신이 우리 구역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는 전보를 받았지. 순순히 나랑 함께 가는 게 좋을 거요. 그리고 당신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받은 쪽지가 있으니 창가에서 읽어보도록 하시오. 웰스 경찰관이 전하는 것이오."

 

&#39; After Twenty Years&#39; 한 장면
' After Twenty Years' 한 장면

 

사나이는 작은 쪽지를 받아 펼쳐들었다. 그가 쪽지를 읽기 시작할 때에는 손이 떨리지 않더니 다 읽을 때쯤에는 손이 약간 떨렸다.

편지 내용은 간단했다.

 

밥, 나는 우리가 약속한 그 시간에 거기에 갔었네. 그러나 자네가 시가에 불을 붙이려고 성냥불을 켰을때 불빛에 비친 자네 얼굴을 보고 시카고 당국이 수배 중인 사람이란 걸 알았네.
하지만 차마 내 손으로 자네를 체포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다른 형사에게 부탁한 것이라네.

- 지미가

 

 

 

▷ 오 헨리의 다른 작품들 추천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유래와 읽을 만한 책

크리스마스 풍습과 오 헨리 크리스마스에는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진다. 구세군 냄비에 정성을 보태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축하 카드와 선물을 나눈다. 아이들은 전날 밤에 굴뚝으로 들어온 산

bookhappy.tistory.com

 

오 헨리 <마녀의 빵> 줄거리와 작품해설

오 헨리 줄거리와 작품해설 ❒ 줄거리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마사 미첨은 재산을 어느 정도 모아둔 마흔 살의 미혼 여성이다. 마사는 일주일에 두세 번 빵을 사러 오는 남자 손님에게 관심

bookhappy.tistory.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