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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단편 <가난한 사람들> 전문

by 늘해나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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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단편 &lt;가난한 사람들&gt; 섬네일 이미지

 

 

빅토르 위고(1802~1885)는 프랑스의 낭만파 시인, 소설가 겸 극작가로,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의 꼽추〉. 〈바다의 노동자〉, 〈웃는 사나이〉 등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단편소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감사의 조건들을 발견하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아름다운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전문

- 빅토르 위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밖에는 사정없이 폭풍우가 몰아쳤고 가난한 어부의  아내 쟈니는 오막살이 안에서 다 꺼져가는 난로 옆에 앉아 낡아빠진 돛을 깁고 있었다.

 

억수같이 굵은 빗줄기는 잠시도 쉬지 않고 유리창에 와서 부딪치고 성난 파도가 철썩이며 암벽에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쟈니는 그처럼 요란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무서웠다.

 

그렇게 밖에서 폭풍우가 세상을 뒤집어 집어삼킬 듯 요동을 쳤지만 가난한 어부의 오막살이 집은 포근하고 아늑했다. 비록 흙바닥일망정 바닥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난로에는 마른 나무들이 바지직거리며 제 몸을 불태워 방 안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방 한쪽 구석의 찬장에는 깨끗한 접시와 그릇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집안의 저편에는 낡긴 했지만 제법 튼튼한 침대가 놓여 있었고 낡은 카펫이 깔린 방바닥에는 바깥의 요란한 폭풍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부의 다섯 아이들이 새근거리며 잠자고 있었다.

 

쟈니의 남편은 지금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 있다. 물론 폭풍우가 몰아치는 춥고 사나운 날씨에 바다에 나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먹고살기가 빠듯해 날씨를 가려가며 일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쟈니는 열심히 바느질을 하면서도 마음은 줄곧 바다에 나가 있었다. 더욱이 오늘처럼 폭풍우가 거세게 몰아치는 날이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간간이 거센 폭풍우를 뚫고 갈매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는 줄기차게 퍼부었고 쟈니는 불안하고 불길한 마음에 자꾸만 부정적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폭풍우에 배가 난파당하는 장면이 그림처럼 떠올랐던 것이다. 배가 암초에 걸려 부서지고 사람들이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아, 제발 무사해야 할 텐데......

 

쟈니는 두려움에 떨려 몸을 웅크렸다. 그때, 낡은 괘종시계가 뎅뎅거리며 시간을 알려 주었다. 철부지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에 빠져 있고 쟈니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먹고 사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남편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추위와 폭풍우를 무릅쓰고 바다에 나가 시시각각 조여 오는 위험 속에 내 맡기는 일이 다반사고, 쟈니는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쉴 새 없이 부지런히 일해야 겨우 입에 풀칠을 하는 실정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부지런히 노력하며 산다는 것은 정말로 값지고 보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덥든 춥든 늘 신발도 없이 맨발로 뛰어다니고 있다.

 

아이들에게 검은 빵이라도 매일 배부르게 먹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바닷가에 사는 덕분에 생선만큼은 가끔 얻어 먹일 수 있다. 비록 제대로 입히고 먹이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쟈니는 두 눈을 감고 이렇게 기도했다.

 

“하느님, 그이는 어디 있나요. 부디 그이를 지켜 주십시오.”

 

빗줄기는 더욱더 굵어 졌다. 마음이 불안하여 도무지 집 안에만 있을 수 없었던 쟈니는 외투를 걸치고 작은 램프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혹시 남편이 돌아오고 있는지, 바다가 조금 잠잠해 졌는지, 등대불이 켜져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밖은 여전히 추웠고 심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어느덧 쟈니의 발길은 아랫마을의 해변에 인접한 낡은 초가집 앞에 이르렀다. 벽을 허물어지고 앙상한 기둥에 매달려 있는 낡은 문짝 하나가 보였는데 , 그 문짝은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삐걱거리고 있었다. 폭풍우는 마치 그 초가집을 한입에 삼키기라도 하려는 듯 세차게 불어닥치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치려던 쟈니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가엾은 사람, 내가 깜박했구나. 저 불쌍한 사람을 좀 더 일찍 돌봐 주었어야 했는데...... 남편이 저 사람을 늘 외롭고 아무것도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는데 ......’

 

쟈니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쟈니는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픈 모양이로군. 팔자도 세지..... 둘째를 임신하고 과부가 되었으니 어린 것들이 저 여자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데...... 가엾어라!’

 

쟈니가 여러 번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

 

“안에 계세요.”

 

그래도 대답이 없었다.

 

“주무신다면 그냥 돌아갈게요.”

 

온몸이 비에 젖은 쟈니는 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그녀가 막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거센 비바람이 쟈니의 외투를 날려 버리기라도 하듯 사납게 몰아쳤고 자신도 모르게 몸이 문에 부딪치면서 저절로 문이 열렸다.

 

쟈니는 집안으로 들어섰고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램프가 집안 구석구석을 비춰주었다. 그저 모양만 집이지 집 안은 바깥보다 더욱더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천장의 구석구석마다 빗물이 흘러들었고 문을 등진 벽에는 지저분한 지푸라기 더미가 보였다. 그 위에 죽은 과부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커다란 입을 벌린 채 싸늘하게 식어 버린 그 얼굴을 절망과 고뇌가 꽁꽁 얼어붙은 채 그대로 있었다. 더욱이 죽어가면서까지 뭔가를 열심히 붙잡으려 했는지 쭉 뻗은 그녀의 푸르스름한 손은 지푸라기 침대에 아래로 축 쳐져 있었다.

 

죽은 여인의 발치 아래에는 때에 절어 버린 이불이 있었는데 그 속에 아이들이 누워있었다. 비록 얼굴은 창백하고 살집이 없어도 금발머리의 예쁘장한 두 아이가 서로 얼굴을 맞댄 채 잠들어 있었다. 사나운 폭풍우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이들의 몸을 한 이불로 감싸주고 자기 옷을 아이들에게 덮어 주었던 모양이다.

 

죽음보다 강한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한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뺨을 고이고 있었고 다른 아이는 형의 목에 귀여운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의 그 무엇도 그들의 포근한 잠을 깨우지 못할 정도로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밖에서는 비바람이 더욱더 거세게 몰아쳤고 천장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줄기가 죽은 여인의 얼굴에 떨어져 뺨으로 흘러내렸다. 그것은 마치 근심과 걱정을 뒤로 남긴 채 참아 감기지 않은 눈을 감아야 했던 어머니의 한스러운 눈물처럼 보였다.

 

쟈니는 갑자기 그 집에서 뭔가를 훔쳐 외투자락 속에 감추고는 그 집을 도망치듯 나왔다. 누군가가 자신을 뒤쫓아 오는 것 같아 그녀의 심장은 방망이질 하는 것처럼 요동쳤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외투 속에 싸들고 온 것을 침대 뒤에 내려 놓고 재빨리 이불로 덮어 놓았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의자를 끌여당겨 주저앉은 다음 침대 끝에 이마를 대고 엎드렸다. 그녀의 얼굴은 몹시 창백했고 마치 발작을 일으키듯 심장이 쿵광거렸다. 양심의 가책을 받은 듯 그녀는 간간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이가 뭐라고 할까?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아, 일을 어쩐담...... 나는 바보야 .....바보. 혹시 그이가 오지는 않았을까? 아직 오지 않았군. 차라리 그이가 와서 실컷 때려주기라도 한다면 좋으련만...... 아, 나는 몹쓸 짓을 한 거야. .....”

 

그때 인기척이 들이는 것 같아 쟈니는 몸을 벌벌 떨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느님! 제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이런 짓을 하다니..... 이제 일에 지쳐 돌아올 남편의 얼굴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요?”

 

쟈니는 말없이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온갖 고뇌로 인해 가슴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이윽고 비가 그치고 먼동이 터왔지만 바람은 여전히 거셌고 파도소리도 성난 외침처럼 들렸다.

갑자기 문소리가 들려오더니 축축하고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집 안으로 흘러들어 왔다. 동시에 키가 크고 햇볕에 그을린 건장한 어부가 갈기갈기 찢어진 그물을 질질 끌며 안으로 들어왔다.

 

“여보, 나왔어.”

“아, 당신이로군요!”

 

그렇게 대답했지만 쟈니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말 사나운 날씨로군. 굉장한 밤이었어.”

 

“그래요. 고기는 많이 잡았나요?”

 

“고기는 무슨 ...... 그물만 잔뜩 찢기고 말았는걸. 내 평생 그렇게 무서운 폭풍우는 처음이야. 마치 미친 악마처럼 달려들더라고, 밧줄이 순식간에 끊어지고 선체가 흔드리는데...... 어휴. 이렇게 살아 돌아온 것만도 하늘이 도운 거야.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앉아서 뭘 하는 거야?”

 

어부는 피곤한 기색으로 난로 옆에 앉았다.

 

“그게 ...... 저 ......”

 

쟈니는 챙백한 얼굴로 남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뜨개질을 하고 있었어요. 간밤에 폭풍우가 얼마나 거세게 닥치던지 혼자 있기가 너무 무서웠어요. 내내 당신 걱정만 했죠.”

 

“그래 정말 지독한 날씨였어. 그래서 밤을 꼬박 세운 거야?”

 

남편이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잠시 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던 쟈니는 무슨 죄라도 지은 것처럼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여보, 시몬 아주머니가 죽었어요. 언제 죽었는지 몰라요. 모르긴 몰라도 당신이 그 집을 다녀온 엊그제쯤 되는 것 같아요. 죽을 때 몹시 고통스러웠나 봐요. 어린 것들을 두고 떠나려니 찢어지도록 마음이 아팠겠죠. 더욱이 젖먹이 둘을 남겨놓았으니 ...... 큰 아이는 기어다니기라도 하지만 작은 아이는 아직 그곳도 못하는데 ......”

 

갑자니 쟈니가 입을 다물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쟈니의 말을 듣고 있던 순박한 남편의 표정이 엄숙하게 변했다.

 

“정말 안됐군..... 아이들의 앞날이 걱정이야.....”

 

그는 안쓰럽다는 듯 목덜미를 손으로 벅벅 긁으며 말했다.

 

“아이들이라도 데려오지 그랬어. 아이들이 잠이 깨면 엄마를 찾을 텐데..... 당신이 가서 어린 것을 데려오구려.”

 

하지만 쟈니는 못 박힌 듯 꼼짝하지 않고 있어다.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이 싫어서 그래? 평소 당신답지 않게 왜 그래?”

 

그제야 쟈니는 무거운 짐을 진 사람처럼 천천히 일어서더니 말없이 남편을 침대 옆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조용히 덮어 놓은 이불을 걷어 보았다. 이불 속에는 죽은 과부의 아이들이 얼굴을 맞댄 채 평화스럽게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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