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풍습과 오 헨리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에는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진다. 구세군 냄비에 정성을 보태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축하 카드와 선물을 나눈다. 아이들은 전날 밤에 굴뚝으로 들어온 산타클로즈 할아버지가 평소에 갖고 싶었던 선물을 가득 넣어주고 갈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썰매에 매달린 방울 종을 ‘징글벨(jingle bell)’이라 하는데,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카드에는 산타클로즈의 징글벨이 빠지지 않는다. 1857년 미국의 제임스 피어폰트가 작곡한 캐롤인 '징글벨'이 소개된 뒤, 징글벨은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되었다.
♤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다신교를 숭배하던 로마시대에는 일 년 중 낮이 짧고 밤이 가장 긴 12월 17일에서 23일 사이인 동지 근처에 로마의 신 새턴(Saturn)을 섬기는 축제가 열렸다. '새터나리아(Saturnalia)'라 불리던 이 날은 모두가 흥겹게 술을 마시고 환락적인 축제를 벌였다.
이어진 12월 25일에는 '정복할 수 없는 태양의 생일' 축제가 시작되는데, 이날은 동지 동안 죽어있던 태양이 다시 하늘로 떠오르는 날이며 정의의 태양이자 빛의 신인 미트라의 생일로 믿어졌다. 로마인들은 이때에는 집안을 상록수 넝쿨과 촛불로 장식하고 어린이와 가난한 사람과 노예들에게 선물을 주었다.
이러한 전통은 AD 4세기까지도 계속되었다. 375년 쥴리어스 1세 황제의 로마교회는 예수의 생일이 12월 25일로 밝혀졌다고 공표하였고, 이후 이날은 예수의 생일인 크리스마스로 결정되었다. 몇몇 고위 성직자들이 새터나리아 축제와 미트라의 생일 근처를 예수의 탄생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반대하였으나, 로마교회에 이어 결국 440년경 예루살렘 교회도 이를 수용하였다.
기독교가 공인된 후에도 이러한 선물을 주는 풍습이 계속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동방박사가 아기예수를 찾아와 황금, 유향, 몰약(약제)을 선물로 드린 것을 되새기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교환하는 전통이 생겼을 것으로도 추측된다.
♤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리는 책,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O. Henry, 1862-1910)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가난한 부부가 서로를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델라와 짐은 가난하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젊은 부부이다. 이들은 주 8달러의 가구 딸린 아파트에서 가난하고 불편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각자에게 매우 소중한 보물을 한 가지씩 지니고 있었다. 델라에게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긴 금발을 늘 소중하게 손질하는 기쁨이 있었다. 짐에게는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금시계가 있었으나, 시곗줄이 없었기에 차고 다닐 수는 없었다.
사랑하는 남편 짐에게 줄 선물을 살 돈이 고작 1달러 87센트뿐이라니. 그래도 델라는 남편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궁리하며 벌써 몇 시간째 들떠 있었다. 멋지고 드물면서도 제법 괜찮은 선물이 무엇일지, 남편 짐이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에게서 존경심이 우러나오고, 짐을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게 해 줄 가치 있는 것으로 사고 싶었다.
그 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델라는 사랑하는 남편에게 선물을 해 주고 싶었으나, 그녀가 가진 돈은 1달러 87센트가 전부였다. 그녀는 고심 끝에 아끼던 자신의 금발을 잘랐고, 머리카락을 팔아 받은 돈으로 짐의 금시계에 어울리는 멋진 시곗줄을 준비했다.
저녁에 집으로 돌라온 짐은 델라의 출렁이던 금빛 머리카락이 잘려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델라가 뿌듯한 표정으로 “오늘 머리카락을 팔아, 당신에게 드릴 선물로 시곗줄을 샀어요”라고 말하였다.
짐도 고개를 푹 숙이며, 안주머니에서 포장지에 싼 선물을 꺼내 놓았다. 아주 값비싼 머리빗 세트였다. 델라의 긴 금발을 가꾸기 위하여 자기가 지닌 유일하게 값나가는 물품이자 아버지의 유산인 금시계를 팔아서 마련한 선물이었다. 그들은 사랑하는 서로에게 주기 위하여,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을 팔아서 선물을 마련한 것이다.
델라는 말한다. “걱정마세요. 나의 출렁거리는 머리는 곧 다시 자랄 거예요.” 짐은 “이 시곗줄이 없었다면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한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고, 이 빗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었을까요.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예요. 오늘은 우리 둘만을 위한 작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해요”라고 위로한다.
♤ 세상에서 가장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
이 소설은 마태복음 2장의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드린 선물'을 모티브로 쓴 작품으로, 원 제목은 '동방박사의 선물(The Gift of the Magi)'이다. 글의 끝부분에 “이들 부부의 선물은 동방박사들이 예수께 드린 선물만큼이나 값진 것이었다.”라는 마지막 설명이 붙어있다.
오 헨리는 48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10년 동안에 300 편에 가까운 단편소설을 남겼다. 그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 카우보이, 점원, 공장의 직공 등을 전전하였다. 그러다가 일하던 은행의 돈을 횡령하여 3년3개월 동안 감옥생활을 하였는데, 이 기간 동안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이후 뉴욕으로 가서 본격적인 작가가 되었고, 감옥에서의 체험은 그의 문학 세계를 일군 원천이 되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평범한 미국인의 소박한 생활을 그린 단편 소설이었는데,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독자들의 상상을 뒤엎는 마무리는 그의 문학작품들의 특징이다.
19세기 말은 자본주의의 욕망이 분출하던 시기이지만, 델라와 짐은 미국인이 사랑하는 유머와 애수를 지닌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소시민들이었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소중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의 값어치는 금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담겨진 사랑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이재태의 종 이야기> 에서
[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이야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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