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
삶이 힘들고 괴로워도… 당당하게 맞서요
여러분은 바다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어떤 사람은 광활한 바다가 주는 여유로움을, 어떤 사람은 멀리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시원함을, 어떤 사람은 해변에 밀려와 부닥치는 파도 소리의 상쾌함을 즐길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바다에서 고기 잡으며 사는 어부라면 어떨까요? 바다 날씨는 변덕스러워서 구름 한 점 없이 평온하다가도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폭풍우가 불면서 모든 걸 집어삼킬 듯 거센 파도가 몰아치기도 해요.
아무 일 없이 고기를 잡아온 날에는 즐거울 테지만, 그렇지 못한 날에는 늘 근심스러운 눈으로 바다의 상태를 살펴야 할 거예요.
<노인과 바다> 줄거리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는 노인 산티아고가 등장합니다. 한물간 어부인 그는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어요. 산티아고는 '불길하다'는 뜻의 '살라오'로 불릴 정도로 마을에서조차 대접을 받지 못해요. 오직 한 소년만이 그를 살갑게 대하며 응원해줄 따름입니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이러한 주변의 평판에 아랑곳하지 않아요. 그는 85일째 되는 날에도 여느 때처럼 배를 타고 나가 바다에 낚싯줄을 드리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고기가 미끼를 덥석 문 느낌이 들었지요. 그런데 이것은 보통 물고기가 아니었어요. 낚싯줄을 통해 엄청난 무게와 힘이 전해졌거든요.
"그는 줄을 등으로 꽉 눌렀고, 마침내 줄이 아주 팽팽해지자 물방울들이 그 줄에서 튕겨 나왔다."
몇 시간 동안 물고기(청새치)와 씨름하며 끌려간 늙은 어부는 어느새 항구와 멀리 떨어지고 말았어요. 노인도, 물고기도 모두 지쳤지요. 이윽고 밤이 되었다가 다시 날이 밝았어요.
가만히 헤엄치던 물고기가 갑자기 꿈틀거리는 바람에 갑작스레 낚싯줄을 잡아챈 노인의 손에서는 피가 흘렀습니다. 큰 물고기에 끌려가며 언제 바닷속으로 가라앉을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어요.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서 노인은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난 녀석에게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참고 견뎌낼 수 있는지 보여 줘야겠어.”
물고기와의 사투가 언제 끝날지, 자신이 언제까지 자그마한 배 위에서 버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지요. 그런 채로 또다시 해가 졌다가, 날이 밝아왔어요. 그러다가 사흘이 지났을 때, 노인은 마침내 물고기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물고기의 몸길이는 노인이 탄 배보다도 길었고, 무게는 배가 기울 정도로 무거웠어요. 노인은 큰 성취감을 느꼈지요. 하지만 기쁜 순간은 잠시뿐이었어요. 물고기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의 공격이 시작되었거든요.
물고기와의 사투로 지친 노인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친 거예요. 결국 어렵사리 잡은 물고기의 살점은 상어에게 모조리 뜯어 먹히고 말아요. 그래도 산티아고는 포기하지 않고 상어가 물러갈 때까지 힘껏 저항합니다. 상어의 공격이 끝나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노인은 항구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말해요.
"누가 뭘 어떻게 했다고? 아니야. 단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며칠 동안 잠도 자지 못한 채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고, 곧이어 들이닥친 상어의 공격까지 꿋꿋이 막아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물고기의 앙상한 뼈뿐이었어요.
그럼에도 그는 아무런 불평이나 원망도 늘어놓지 않아요. 단지 자신이 너무 바다 멀리 나갔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와 편히 쉬지요. 그리고 잠에서 깨었을 때 자신을 응원해주던 소년과 다시 한 번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가자고 약속합니다.
<노인과 바다> 해설
이 소설을 쓴 헤밍웨이는 제1차, 제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을 직접 겪었어요. 그래서 전쟁을 소재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다룬 작품을 주로 발표했지요.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같은 대작을 발표하며 훌륭한 작가로 평가받았어요.
하지만 한동안 이를 뛰어넘는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여 '작가 생명이 끝났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심한 우울증과 강박증을 겪었다고 해요.
하지만 결국 1952년 <노인과 바다>를 발표하며 멋지게 재기에 성공하지요. 그는 이 작품으로 1953년에 퓰리처상을, 그 이듬해엔 노벨문학상을 받았어요. 이 작품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받고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줬거든요.
당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엄청난 비극을 겪은 사람들은 비참한 현실을 부정하며,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어했어요. <노인과 바다>를 읽은 사람들은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진 노인의 처지가 자신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답니다. 그 어떤 운명이라도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노인의 의지와 태도에 당시 사람들은 큰 감명을 받았어요.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이에 당당히 맞선다면 반드시 고난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노인 산티아고처럼 말이에요. 이것이 노인(인간)이 바다(인생) 위에서 우리에게 보여준 교훈이지요.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우리에게 삶의 용기를 줍니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절대 패배하지는 않아."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은 살면서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일과 마주할 때, 또는 어떤 일을 하다가 힘들고 지칠 때 어떻게 극복하나요? 쉽게 포기하고 다른 길로 돌아가려고 하나요, 아니면 당당히 맞서 넘어서려고 하나요? 평소 자신의 태도를 한번 돌아보세요.
- 조선일보 <책으로 보는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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