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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레시피/외국문학

빌 게이츠가 추천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by 늘해나 2020.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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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자전적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동심 속에 머물고 싶어한 소년 홀든, 허위·위선 가득한 어른 세계 싫어했죠.

그런 그는 여동생 피비에게서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발견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 지켜주고자 호밀밭의 파수꾼 되는 꿈 갖게 돼요.

 

16세인 홀든은 어린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닙니다. 그는 두 세계 사이에 서 있어요. 보통 '사춘기'라고 일컫는 이 시기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입니다. 이 변화의 시기를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넘기지만, 누군가는 열병을 치르며 힘들게 겪어 내기도 합니다. 오늘은 후자에 속하는 홀든 콜필드의 이야기를 들어 봐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1919~2010)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통해서 말이에요.


1951년에 발표한 <호밀밭의 파수꾼>


뉴욕 부유한 가정의 아들인 홀든은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벌써 네 번째 퇴학을 당했습니다. 5과목 중 4과목에서 낙제를 했기 때문입니다. 공부에는 의욕이 없고 이미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을 너무도 싫어하는 홀든에게는, 센트럴파크의 연못에 살던 오리들이 겨울에는 어디로 날아가는지 정도가 관심사입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사소하고 변변치 않은 것이지만 그는 오리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빠져나오지 못하지요. 어린아이들이 작은 것에 호기심을 갖고 몰두하는 것처럼요


홀든은 세상을 어린이의 세계와 어른의 세계로 나눠서 생각합니다. 어린이의 세계는 순수한 동심으로 가득 차 있고, 무엇이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거짓을 잘 꾸며내지 못하지요. 반면 어른의 세계는 위선과 허위의식, 겉치레로 가득 차 있다고 봅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펜시 고등학교를 그만둔 날부터 이야기를 해야겠다. 펜시 고등학교란 펜실베니아 주 어거스타운에 있는 학교인데, 아마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광고란이라도 보았을 것이다. 수많은 잡지에다 광고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 광고에는 늘 말쑥한 청년이 말을 타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사진이 실린다. 이건 마치 펜시 고등학교에선 언제나 폴로(polo)를 시키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이제껏 펜시 고등학교 근처에서도 말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사진에 나온 그 청년 바로 밑에는 '1888년 창립 이래 본교는 항상 우수하고 명철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청년들을 양성해 왔습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건 어이없는 말이다.


학교의 잡지 광고를 보면 말쑥한 청년이 말을 타고 장애물을 넘고 있어 학교에서 늘 폴로 경기를 할 것 같지만, 정작 한 번도 말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광고는 진실이 아니라 명문임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죠


설민석 강독 tvN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화면 캡처


또 홀든은 '훌륭한'이라는 말을 지독히 싫어합니다. 어른들은 홀든의 부모님을 훌륭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진심이 아니라 변호사와 교사라는 부모님의 직업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처럼 '훌륭한'이라는 단어는 허위에 차 있다고 말합니다.


#이야기 하나

누구나 피터팬을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피터팬은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에 살지요. 순수한 어린이를 찾아 하늘을 날아다니는 피터팬이 우리 집에 오기를 기대하고 기다린 적 있나요? 피터팬은 홀든만큼 심각해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어린이와 어른의 세계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을 거예요. 그리고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세계를 선택한 것이지요


실제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피터팬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요.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육체적으로는 성숙해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린이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심리를 일컫지요. 어른이 됐지만 어린이와 같은 대우와 보호를 받고자 하는 것으로, 살아가기 힘들고 어려운 사회일수록 이런 사람이 많아진다고 하네요.


홀든이 마음의 안식을 얻는 장소는 자연사 박물관입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늘 같은 자리에서 낚시하는 에스키모, 여전히 남쪽으로 날아가는 새와 물을 마시는 사슴 등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요. 변치 않는 박물관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는 동심의 세계가 이처럼 이해 가능하고 단순한, 영원히 같은 무한한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어린 시절에 머물고 싶어 해요. 박물관과는 달리 그가 뛰어들어 살아야 하는 어른들의 세상은 늘 변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복잡하며 끝이 있는 세상입니다. 그는 그 세계 앞에서 멈춰 서서 뛰어들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입니다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른들과 다름없는 태도와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상대 기분에 맞춰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겉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기도 하지요. 좋아했던 박물관에도 들어가기 싫어지고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거예요


설민석 강독 tvN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화면 캡처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여동생 피비에게서 찾습니다. 단순하면서도 고집 센 피비의 모습이 곧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며, 그것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홀든은 거기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튼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항상 눈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어린애들만이 있을 뿐 주위에는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 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럴 때 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온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지.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그러나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런 거야. 바보 같은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깁니다. 아이들만 가득 뛰노는 넓은 호밀밭을 상상해 보세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서 홀든 자신은 낭떠러지, 즉 아이들이 어른의 세상으로 떨어지는 경계에 서 있다가 행여 아이들이 떨어질 것 같으면 붙잡아 구해주겠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이로 자기 자신을 자리매김합니다.


설민석 강독 tvN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화면 캡처


이야기 둘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기억하나요? 개츠비는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돈을 벌었지요. 그가 위대한 것은 자수성가한 인물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어린 시절의 사랑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위대하다고 칭하는 것입니다


<호밀밭의 파수꾼>17세가 된 홀든이 캘리포니아의 한 요양소에서 정신과 의사에게 16세 때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털어놓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어요. 그는 결국 격리돼 치료와 교정의 대상이 된 것이죠


그러나 홀든의 순수함에 대한 열망은 세상에서 또 다른 에너지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사회에서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른들은 이야기하지요. 요즘은 어린이들도 아이답지가 않다고요. 어린이들에게서조차 순수함을 찾아보기 어려운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타락한 세상을 밝고 강하게 바꾸는 것은 순수함입니다. 자기 자신 안에 있는 순수함을 발견하고 지켜나갈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며, 우리 사회가 품을 희망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 조선일보, 안진훈 MSC브레인컨설팅 대표



 tvN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설민석 선생님의 강독도 함께 보세요

    <호밀밭의 파수꾼> 줄거리 요약과 내용 이해쏙쏙


https://www.youtube.com/watch?v=hNAkLz4Um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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