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향기
- 정연희
초록이 짙은 실바람에
수목의 싱그러움이 물결치고
푸르른 잎새에 신선함이 향기롭다
아침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영롱하게 반짝이고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고운 미소로
나를 반겨준다
너의 청초한 모습에
처음 느껴보는 환희
풍선처럼 부푼 설렘
맑은 가슴은
어린날의 소녀가 된 듯
파란 하늘에 흰구름 되어
두둥실 흐른다
산들산들 푸르른 바람에
하늘거리는 수풀들의 노래가 향기롭고
싱그러운 초록의 여름 향기
내 마음 푸른 숲 되어
달콤한 휴식을 한다
여름 단상
- 이해인
아무리 더워도
덥다고
불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땀을 많이 흘리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해 아래 피어나는
삶의 기쁨 속에
여름을 더욱 사랑하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며
여름을 시작하는 삶의 기쁨!
혹서 일기
- 박재삼
잎 하나 까딱 않는
30 몇 도의 날씨 속
그늘에 앉았어도
소나기가 그리운데
막혔던 소식을 뚫듯
매미 울음 한창이다.
계곡에 발 담그고
한가로운 부채질로
성화같은 더위에
달래는 것이 전부다.
예닐곱 적 아이처럼
물장구를 못 치네.
늙기엔 아직도 멀어
청춘이 만리인데
이제 갈 길은
막상 얼마 안 남고
그 바쁜 조바심 속에
절벽만을 두드린다.
복더위
- 박주일
어지간하다
한 점 바람도 없는
이 적막 속을
코 하나 달랑 밀어내 놓고
복날을 넘기는데
매미 울음이
하늘 끝을 돌아 나가면서
더위를 감아 올렸다가
풀어 놓았다가 하긴 하는데
복더위는 복더위다.
그늘 만들기
- 홍수희
8월의 땡볕
아래에 서면
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
손바닥 하나로
하늘 가리고
애써 이글대는
태양을 보면
홀로 선 내 그림자
너무 작았네
벗이여,
이리 오세요
홀로 선 채
이 세상 슬픔이
지워지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끼워봅시다
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때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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