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에 관한 시 모음
여름 비
- 이성선
대낮에 등때기를 후려치는 죽비 소리
후두둑
문밖을 달려가는 여름 빗줄기
여름 비
- 김덕성
열풍을 깔아 앉히고
아침을 식히려 비가 내립니다.
님이 보낸
사랑의 빗방울처럼
정겹게 내리면서
반갑게 다가와
뜨거운 살결을 식히는
달콤한 청량제
누구는 비를
눈물이라고 말을 하지만
난 생수라
말하고 싶어요.
내 손바닥에 내린
빗방울 하나
따르르 구르며
그리움을 실고 와
전하는 님의 편지니까요.
여름비 한단
- 고영민
마루에 앉아
여름비를 본다
발밑이 하얀
뿌리 끝이 하얀
대파 같은 여름 비
빗속에 들어
초록의 빗줄기를
씻어 묶는다
대파 한단
열무 한단
부추. 시금치 한단 같은
그리움 한단
그저 어림잡아 묶어놓은
내 손 한묶음의
크기
여름비를 맞으며
- 윤무중
억센 나뭇잎들이 이리저리
나부끼는 한낮에
시커먼 구름이 햇볕을 가리더니
우두둑우두둑
여름비가 쏟아지면
더위가 어디론가 가버린 뒤
어느덧 시원한 곳에 와 있다
시골엔 장독 뚜껑 덮으랴
논물 빼고 밭이랑 돋우랴
닭은 처마밑으로 몸을 숨기는데
어리둥절한 내마음
낮게 엎드린 채
살며시 드리운 그 고향에
오늘만은 여름비에 젖어 본다
비는 변덕스러우나
내곁에선 끈질긴 생명줄이 되어
나를 붙잡고 놓을 줄 모르는데
그래도 여정의 변곡점이려니
오늘도 가볍게 하려 한다
마음을 빗속에 두고
몸만 피하노니
나는 홀가분하게 달릴 수 있을까
여름비
-공석진
하늘도 지쳤네
잔뜩 찌푸린 인상
후끈한 입김
툭툭 털어내던
땀방울은
줄줄 흘리고 있네
덕분에
대지를 식혀
체온을 떨어뜨리네
비 갠 여름 아침
- 김광섭
비가 갠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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