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에 관한 시 모음
어디 우산 놓고 오듯
- 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우산
- 도종환
혼자 걷는 길 위에
비가 내린다
구름이 끼인 만큼
비는 내리리라
당신을 향해 젖으며 가는
나의 길을 생각한다
나도 당신을 사랑한 만큼
시를 쓰게 되리라
당신으로 인해 사랑을 얻었고
당신으로 인해 삶을 잃었으나
영원한 사랑만이 우리들의 영원한
삶을 되찾게 할 것이다
혼자 가는 길 위에
비가 내리나
나는 외롭지 않고
다만 젖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먼 거리에 서 있어도
나는 당신을 가리는 우산이고 싶다
언제나 하나의 우산 속에 있고 싶다
우산이 되어
- 이해인
우산도 받지 않은
쓸쓸한 사랑이
문밖에 울고 있다
누구의 설움이
비 되어 오나
피해도 젖어오는
무수한 빗방울
땅위에 떨어지는
구름의 선물로 죄를 씻고 싶은
비오는 날은 젖은 사랑
수많은 나의 너와
젖은 손 악수하며
이 세상 큰 거리를
한없이 쏘다니리
우산을 펴주고 싶어
누구에게나
우산이 되리
모두를 위해
우산도 없이
- 홍수희
나무도 비를 맞고
말없이 서서 있는데
풀꽃도 비를 맞으며
꽃잎꽃잎 하늘거리는데
유독 사람만이
우산을 쓰고 빗속을
서둘러 간다
유독 사람만이
부끄럽고 서러운 일도 많아
하늘 아래 또 다른
지붕 있어 그리 숨는다
아, 한 번쯤은 우산도 없이
비 오는 날의 나무가
되어 볼 일입니다
내가 바로 젖은 우산이
되어 볼 일입니다
사랑 우산
- 윤보영
사랑으로
우산을 만들겠습니다
만든 우산을
당신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외로움도 가리고
슬픔도 가리고
힘듦도 가리고
아픔도 가릴 수 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햇볕 좋은 날에도
늘 쓰고 다닐 수 있게
사랑으로 만들겠습니다
그 우산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은 이미
나의 우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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