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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여름시 모음] 이해인 수녀 ‘여름이 오면’ 외

by 늘해나 2022.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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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관한 시 모음

 

섬네일 이미지

 

 

여름이 오면

 

- 이해인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 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나무 그늘 드리운 해변 이미지

 

 

여름날의 수채화

 

- 김소미

 

딩동댕

실로폰 소리 같은

영롱한 아침

 

도토리 나뭇잎

사이사이

쏟아지는 은구슬

 

산새들의

청청한 세레나데

여름 숲이 흔들리다

 

풀잎 이슬

또르르 구르는

고즈넉한 오솔길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서

수채화 같은 여름날

화폭에 담는다

 

 

 

해변에 모자와 슬리퍼를 벗어놓은 이미지

 

 

여름 바다에 눕다

 

- 박명숙

 

 

여름 바다로 가자

파도가 노래하고

조가비의 꿈이 있는 곳

그곳에 메마른 가슴을 적시며

사색의 시간을 갖자

 

여름 바다로 가자.

햇빛 부서지는 바다가

시리도록 아름다운 것은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

지난날의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노래에

꿈을 실어 춤을 추자

 

파도야! 파도야! 꿈을 품으라

부서지고 깨지며 아프게 소리쳐라

파도가 부르는 노래는

향긋한 바다 향기

슬픈 이에겐 위로의 노래가

기쁨이 있는 곳에 희망의 노래를

 

파도야! 파도야! 높이 솟아라

조가비에 새긴 꽃 빛 물결

아름다운 문양의 언어를 새겨라

여름 바닷가 별들의 고향

연인들의 사랑 노래 들려다오

 

뜨거운 태양 빛이 바다에 눕고

다시 여기에

아름다운 추억을 묻으며

달빛의 그리움을 잠재운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해변가 모습

 

 

지난여름 바닷가

 

- 정연희

 

 

뜨거운 태양이 정열을 부르고

파도 소리가 가슴을 적시는

지난여름 바닷가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시원한 솔바람 사이로

향기롭던 우리의 속삭임

물결처럼 일렁인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우리의 지난날

그리워 다시 찾은 바다에는

정다운 우리의 이야기가

파도에 실려 가슴을 뛰게 한다

 

 

 

투명하고 얕은 바다 위에 요트가 떠있는 모습

 

 

여름은 깊어만 가고

 

- 김수용

 

풀벌레 노래하는

개건너 과수원 가는 길

 

뜨거운 태양 아래 옥수수는

탐스럽게 익어가고

냇가에 물장구치는 아이들

해지는 줄 모른다

 

흙먼지 날리는 메마른 황토밭엔

앳된 아낙네의

애절한 사연이 가득하고

 

검게 그을린 얼굴에 흐르는

세월의 땀방울엔

고된 삶의 질곡이 남아있다

 

채마밭 사이로 군락을 이룬

개망초의 하얀 미소에

한낮의 열기는 식어가고

 

뻐꾸기 구슬피 우는

저녁노을 아래

여름은 점점 깊어만 간다

 

 

저녁노을 지는 해변에 빈 소라껍질 덩그러니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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