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반 소년들> 줄거리와 해설
<원예반 소년들>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세 명이 우연히 원예반에 들어가 꽃을 가꾸게 되면서 벌어지는 봄, 여름, 가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학교 뒤편 작은 화원에서 펼쳐지는 세 소년의 풋풋한 성장기는 청소년들은 물론 어른이 읽어도 공감되고 힐링이 된다.
[주요 등장인물]
• 오와다 잇페이(1학년 4반)
중학교 때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렸으나 3학년 때 죽어라 공부만 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머리는 빡빡 깎고 눈썹은 밀어 거의 없는데다가 목에는 납작한 금속 체인 목걸이, 호피 무늬 티셔츠, 군복 무늬 바지 등 불량소년 차림새를 하고 다닌다.
• 시노자키 다쓰야(1학년 2반)
평범한 외모의 착실한 모범생이지만, 시니컬한 성격으로 패거리로 몰려다니지도 않을 뿐더러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 쇼지 요시오(1학년 1반)
중학교 때 얼굴 생김새 때문에 집단 괴롭힘을 받은 일로 인해 늘 머리에 종이상자를 쓰고 다닌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지 않고 머리에 상자를 뒤집어쓰고 비밀리에 따로 상담실로 등교를 한다.
[줄거리]
- 뜻하지 않게 ‘원예반’에 들어가다
평범한 모범생 다쓰야는 새로 입학한 고등학교를 어슬렁거리다 학교 뒤편에서 버려진 화원을 발견한다. 점심시간마다 그곳에서 혼자 조용히 쉬던 다쓰야는 교복의 넥타이를 풀어서 청진기처럼 목에 걸고 바지는 벨트를 골반까지 내려서 입은 것도 모자라 빡빡머리에 눈썹도 밀어버린, 누가 봐도 불량스러운 오와다를 만나게 된다.
다쓰야와 오와다는 무심코 화분에 버린 물을 머금고 시들어 축 늘어져 있던 풀들의 잎 모양이 싱싱하게 살아난 것을 발견하고는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둘은 점심시간마다 물을 주었는데, 운동부에 강제로 가입시키려는 선배들을 따돌리려다가 얼떨결에 원예반에 들어가게 된다.
원예반 선생님은 반기며 두 사람에게 창고 뒤 버려진 화단의 화분들을 싱싱하게 만들고, 그곳을 푸른 잎과 꽃으로 가득한 회원으로 만들라고 말한다.
- 원에반에 새로 들어온 쇼지
점심시간에 오와다와 다쓰야가 원예반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쇼지가 찾아오면서 세 소년이 만나게 된다.
쇼지는 머리에 네모난 종이상자를 쓴 모습으로 온실 안에 들어왔다가 오와다와 다쓰야를 보고 당황하며, 자신도 이 학교에 다니는 1학년 학생이지만 교실에서 공부하지 않고 상담실로 등교하고 있다고 밝히며 자기를 봤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오와다는 그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함께 화초에 물 주는 일을 도와 달라고 요구했고, 쇼지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며 원예반에 함께 합류하게 된다.
- 꽃을 가꾸며 달라지다
원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다쓰야와 오와다는 화분에 있는 꽃이 어떤 꽃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꽃을 키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물만 주고, 각자 페튜니아와 스토크 씨앗을 가지고 와서 화분에 심었다.
심기만 하면 저절로 싹이 나고 꽃이 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두 사람은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난감해 한다. 그리고 쇼지의 조언대로 책을 보며 원예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된다.
꽃의 종류에 따라 물주는 법, 씨를 심는 것, 모종을 옮겨 심는 것. 도구를 사용하고 정리하는 방법 등에 대해 공부를 하며 원예에 대해 더 관심이 생긴 세 사람은 꽃모종을 사서 화분에 심고, 다 시들어 버려진 화분을 화원으로 가져와 살려 내기도 하면서 꽃 키우는 일에 정성을 들인다..
- 오와다와 쇼지의 갈등
그러던 어느 날, 오와다의 원예반 활동에 호기심이 생긴 친구가 오와다를 따라 갑자기 화원에 들어오는 일이 생긴다. 이에 자신의 모습을 들킬까 봐 놀란 쇼지는 오와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화를 낸다.
평소에 오와다의 불량스러운 옷차림이나 생김새와 말투 때문에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던 쇼지는 오와다가 약속을 깨고 친구를 데려온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오와다는 자신이 일부러 그런 것 아닌데도 쇼지가 강하게 불만을 표현하자 쇼지에게 원예반 활동의 협조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하고, 쇼지도 원예반 활동을 그만하겠다고 말한다.
쇼지와 오와다의 다툼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다쓰야는 두 사람의 본심을 알기에 상담실에 찾아가 쇼지를 만난다. 그리고 오해를 풀어주며 오와다가 쇼지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그 후 쇼지는 커다란 라벤더 화분을 들고 화단에 다시 나타났고, 오와다는 쇼지가 급하게 숨다가 부딪혀 상자가 찌그러진 것을 기억하고 깨끗한 상자를 들고 와 선물하면서 갈등은 해결된다.
- 화초가꾸기 대회에서 입상하다
셋이서 화원을 잘 가꾸는 것을 보고 원예반 선생님은 새로운 임무를 주었다. 그것은 1학년 신발장 옆 작은 화단을 가꾸는 일이었다.
세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화단을 가꾸기 시작했다. 자신의 존재를 들키고 싶지 않은 쇼지는 지원부대로 남아 열심히 협조하였고, 오와다와 다쓰야는 흙투성이가 되어가며 신발장 옆 작은 화단을 열심히 가꾸었다.
이렇게 작업한 화단이 화초 관련 회사가 주최한 ‘화단가꾸기 대회’에서 입상을 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우연히 대회 전단지를 본 쇼지가 리포트를 써서 응모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원예반은 학교 조회에서 표창까지 받았다.
- 쇼지가 종이상자를 벗다
여름방학이 되자 원예반 세 소년은 산으로 떠났고 '환상의 꽃 공원'을 찾아갔지만 그곳이 '폐쇄 중'이라 강가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묵기로 한다. 그들은 물놀이도 하고 가벼운 식사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캠프파이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쇼지가 쓰고 있는 종이상자에 불똥이 튀어 불이 붙는 바람에 쇼지는 상자를 벗어버리고 강물로 뛰어 들어가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오와다가 얼굴에 묻은 물도 닦고 얼굴도 가리라고 수건을 주었지만, 쇼지는 차라리 잘됐다고 말하며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캠프파이어 불빛에 비친 쇼지의 얼굴은 눈썹이 짙고 쌍꺼풀이 있는 눈이 유난히 컸고, 코도 반듯하게 높아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얼굴이었다.
쇼지는 중학교 때 불량한 학생들이 쇼지의 얼굴을 갖고 이러쿵저러쿵 놀려 대고 때리기도 해서 그때부터 밖에 나갈 때 상자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오와다는 쇼지가 괴짜지만 머리도 좋고 의외로 행동력도 있으며 성격은 조금 어둡지만 싫지 않다고 위로한다. 다쓰야도 이제 더 이상 상자는 필요 없다고 말하며 상자를 불 속으로 던져 넣자, 쇼지 역시 상자를 벗길 잘했다고 말한다.
- 꽃들과 함께 성장한 세 소년
9월 축제 때, 오와다가 중학교 시절에 어울렸던 불량한 친구들이 학교로 찾아왔다. 오와다가 원예반 대표가 되었다는 말에 그들은 비웃으며 화분들을 발로 차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며 행패를 부렸다.
그때 한 여자아이가 “선생님” 하고 소리치자 도망쳤고, 다쓰야는 분을 참지 못하고 그들을 쫓아갔지만 오히려 주먹으로 얻어맞는다. 상대도 되지 않는 싸움을 한 다쓰야는 속상함과 아픔에 눈물을 흘렀다.
선생님의 등장으로 불량한 친구들은 모두 도망을 갔지만, 화원의 화분들이 절반이 넘게 망가져 버렸다. 그리고 교무실로 불려간 오와다는 그동안 규칙을 위반했고 이런 소동까지 일어났기 때문에 눈썹도 교복도 깔끔하게 하고 다니지 않으면 퇴학도 각오하라는 말을 듣는다.
오와다는 자신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후 그 자리를 떠났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2주 후, 학교에 복귀한 오와다는 뭘 하느라 학교에 나오지 않았냐는 다쓰야의 질문에 자신의 눈썹을 가리키며 "이거, 원상 복귀하느라고 그랬지 뭐."라고 답한다. 오와다는 검은 눈썹이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 학교에 나온 것이다.
이렇게 세 소년이 변화하고 성장한 모습으로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작품 해설]
<원예반 소년들>은 청소년과 꽃이 공통적으로 지닌 ‘생명의 힘’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식물과 함께 세 소년의 일상과 마음에 자그마한 변화들이 찾아온다. 전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들꽃들이 눈에 띄고, 사진관 앞에 시든 아프리카봉선화에 물을 주고 아르바이트생 앞으로 ‘물을 주세요.’라는 쪽지를 남기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꽃을 키우며 달라지는 세 소년의 마음과 치유다. 원예반 활동을 하면서 세 소년은 많은 변화를 보인다.
먼저 다쓰야는 초등학교 때, 권력을 가진 남자애가 시비를 거는 것을 빠져나가려다 한 어리숙한 친구를 외면한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우연히 마주친 그 친구에게 다쓰야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친구 탓을 하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하지만 우연히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다쓰야는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그 힘은 원예반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 있는 이름 없는 존재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는 법을 알게 되고, 오와다와 쇼지를 통해 우정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시니컬한 성격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친구보다 자신의 안전함이 더 우선이던 다쓰야는 원예반 활동을 하면서 오와다와 쇼지가 갈등을 겪을 때 중재자 역할을 하고, 오와다가 학교에 나오지 않을 때 계속 염려해 찾아다니고 기다려 준다.
쇼지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종이상자를 머리에 쓰고 상담실에서 따로 수업을 받았지만, 원예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뿌듯함을 느끼게 되고 친구들의 관심과 배려에 용기를 내 종이상자를 벗고 세상에 나오는 변화를 보여 준다.
오와다는 중학교 때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지만 야쿠자가 되거나 아무 직업 없이 방황하며 살기 싫어서 1년 동안 죽도록 공부해 고등학교에 들어왔다. 하지만 겉모습은 여전히 불량소년 같았다.
학교축제 때 중학교 친구들이 찾아와 화분을 던지고 꽃을 짓밟는 행패를 부리고, 그 행패에 용기 있게 맞서는 다쓰야를 보며 오와다는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과 원래 자기 모습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이렇게 세 소년은 원예반 활동을 하며 제힘으로 꽃을 피우는 작은 식물이 품은 질긴 생명력에 눈뜨고 기다림과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서 조금씩 배워 갔다. 그러면서 각자가 품고 있던 고민이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믿고 기다려 주는 우정을 쌓으며 성장한 것이다.
[작가에 대하여]
우오즈미 나오코
1966년에 일본 후쿠오카 현에서 태어나 히로시마 대학교 교육학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불균형>으로 고단샤 아동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08년에는 <에이, 바보>로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상을, 2010년에는 <원예반 소년들>로 일본 아동문학자협회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하모니 브라더스>,<오렌지 소스>,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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