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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레시피/외국문학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줄거리와 작품해설

by 늘해나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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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줄거리와 작품해설

 

'도련님' 책표지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가지않은길 펴냄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국민적 소설가로,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만큼 훌륭한 작품을 많이 썼다. <도련님>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타고난 무모함에 강직함, 고지식함,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 ‘도련님’의 좌충우돌하는 학교생활을 다룬 이야기이다.

 

 

❐ 등장인물

 

• 도련님(주인공 ‘나’)

도쿄 출신으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시코쿠 지방에 있는 어느 중학교의 수학 교사가 된다. 타고난 무모함과 고지식함, 정의감을 가진 인물이다.

 

• 기요(도련님 집의 하녀)

‘도련님’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고 있는 할머니. 원래는 지체 있는 집안의 딸이었으나 메이지 유신에 의해 막부가 무너지며 집안이 몰락하여 남의집살이를 하게 되었다. 집안의 골칫거리로 낙인찍힌 ‘도련님’을 애지중지한다.

 

• 거센 바람(수학 선생)

몸이 억세 보이는 까까머리로 절의 스님같이 생겼다. 성급하고 괄괄한 성격이지만 불의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인물이다. 정의롭고 정직하여 학생들에게 깊은 신뢰를 받는다.

 

• 너구리(교장 선생)

수염이 듬성듬성하고 얼굴색이 검고 눈이 커다래서 너구리의 생김새를 닮았으며, 항상 훌륭한 이야기를 하듯 포장한다.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전체의 이익보다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 빨간 셔츠(교감 선생)

문학사 출신으로, 일 년 내내 빨간 셔츠를 입는다. 상냥한 척하지만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인물이다. 교활하여 간사한 꾀로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거나 속인다. 끝물 호박의 약혼자인 마돈나를 가로챈다.

 

• 알랑쇠(미술 선생)

빨간 셔츠인 교감 곁에 붙어서 아부하며, 그의 비위를 맞추는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그와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 끝물 호박(영어 선생)

안색이 안 좋고 창백하며 부어있어 ‘끝물 호박’이라는 별명이 생겼지만, ‘성인군자’라 칭할 만큼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이다.

 

• 마돈나(끝물 호박의 약혼자)

약혼자 끝물 호박을 버리고 교활한 빨간 셔츠에게로 간다. 돈과 권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인물이다.

 

 

「도련님」 삽화
「도련님」 삽화 ⓒ가지않은길

 

❐ 줄거리

 

▷ 사고뭉치 도련님을 편애하는 기요

 

이 소설의 주인공 ‘도련님‘은 어릴 때부터 온갖 말썽을 부려 부모며 형에게까지 골칫거리,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집안의 나이든 하녀 기요는 주인공을 늘 ‘도련님’이라 부르며 무한한 애정을 보인다.

 

기요는 똑똑하고 얌전한 형에게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사고뭉치 도련님에게는 반드시 성공한 삶을 살 것이라고 격려하며 예뻐하고 챙겨준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시자 기요는 친척집으로, 도련님은 시골마을로 떨어져서 살게 되는데 그때도 기요는 언제고 집을 마련하면 꼭 불러달라고 부탁을 한다.

 

 

▷ 시골 중학교의 교사가 된 도련님

 

물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련님은 도쿄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골의 작은 중학교에 수학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워낙 좁은 지역이라 사소한 행동 하나도 소문거리가 되는 이곳에서 도련님은 도쿄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일들을 겪는다.

 

도착한 첫날 묵은 숙소에서는 웃돈을 얹어주지 않았다고 널찍한 방을 두고도 좁고 컴컴한 방에서 묵어야 했다. 또 세를 든 집의 주인은 값비싼 골동품이라며 모조품을 도련님에게 팔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집에서 나가게 만든다.

 

도련님이 부임한 중학교의 상황은 더 안 좋았다. 도련님이 ‘너구리’라고 부르는 교장을 비롯해서 ‘빨간 셔츠’ 교감에 ‘알랑쇠’인 미술 선생까지 모두가 권력과 출세에 눈이 먼 인물들이다.

 

학생들은 또 어떤가. 도련님이 메밀국수 가게에서 국수를 네 그릇이나 비운 것을 식당 한쪽 구석에서 본 학생들이 다음 날 학교에 소문을 내고 '도련님'을 마구 놀려댄다.

 

도련님은 ‘메밀국수 사건’ 외에도 숙직을 하다가 이불 속에서 메뚜기 수십 마리를 발견하는 등 학생들의 웃음거리나 장난 대상이 되는 나날을 보낸다.

 

나는 본래가 자질구레한 것까지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서 어떤 일이건 걱정하지 않고 오늘까지 살아왔지만, 이곳에 온 지 아직 한 달이 될까 말까 하는 동안에 갑자기 세상사가 만만치 않게 생각되었다. 
별로 두드러진 큰 사건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나이를 대여섯은 더 먹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빨리 정리하고 도쿄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 본문 중에서

 

「도련님」 삽화 ⓒ가지않은길

 

 

▷ 불의를 참지 못하는 도련님과 거센 바람

 

도련님은 빨간 셔츠의 계략에 속아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거센 바람을 오해한다. 그리고 ‘메뚜기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을 조종하며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가는 교활한 빨간 셔츠, 알랑쇠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끝물 호박의 소개로 하숙을 옮기면서 그 집 할머니에게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끝물 호박과 마돈나가 약혼한 사이인데 빨간 셔츠가 마돈나를 유혹하여 가로채고 끝물 호박을 먼 시골로 전근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서로 오해를 푼 도련님과 거센 바람은 그들을 혼내줄 궁리를 하던 중, 학생들의 싸움에 말려들어 주동자로 몰리게 된다. 빨간 셔츠는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거센 바람을 내쫓기 위해 "학생들 간에 일어난 싸움에 수학 선생이 관여했다"고 거짓말까지 퍼트려 학교를 그만두게 만든다.

 

그리고 도련님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업 시간도 줄여주고 월급도 올려주겠다"고 회유하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한다.

 

논리정연하다고 해서 다 좋은 사람이란 법은 없다. 돈과 권력, 논리로써 사람 마음을 살 수 있다면 고리대금업자나 순경, 대학교수가 사람들의 호감을 가장 많이 사야만 한다. 중학교 교감 정도의 논법에 어떻데 내 마음이 움직인단 말인가. 사람은 좋고 싫은 감정에 움직이는 존재다. 논리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선생님 말씀은 지당합니다만, 나는 승급이 싫기 때문에 아무튼 거절합니다. 생각해 본들 마찬가지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문을 나섰다. 하늘에는 은하수가 한 줄기 걸려 있었다.
- 본문 중에서

 

불의를 참지 못하는 거센 바람과 도련님은 빨간 셔츠와 알랑쇠가 기생과 함께 여관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그들을 흠씬 두들겨준다. 그리고 도련님은 미련 없이 학교를 관두고 기요가 기다리는 도쿄로 돌아온다. 이후 도련님은 철도회사 직원으로 묵묵히 살아간다.

 

 

서재에 앉아있는 나쓰메 소세키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 ⓒ교토대학인문과학연구소

 

 

❐ 작품 해설

 

1906년 발표된 <도련님>은 세상 물정 모르는 주인공 ‘나’가 세상을 알기까지의 삶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이제 갓 전문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은 시골학교에서의 교사 생활을 통해 첫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세상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그가 체험한 세상은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고 윤리와 도덕이 무너진 곳이었다.

 

끝물 호박과 같은 성인군자나 거센 바람처럼 정의로운 사람은 살기 힘들고, 반면에 빨간 셔츠나 알랑쇠, 마돈나처럼 이기적이고 사리사욕이 가득 찬 사람들이 승리하는 곳이었다.

 

이러한 곳에서 좌충우돌하던 도련님은 스스로 자신을 지혜롭지 못하다고 말할 정도로 미숙한 모습을 보이지만, 불의 앞에서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면 변명 없이 정직하게 용서를 비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자그마한 시골에서 벌어지는 황당하고 부도덕한 일 속에서 도련님은 노력 없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뚝심과 정의로움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이런 도련님의 모습을 통해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이 소설에서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 교사의 별명과 인물평은 희화되어 웃음과 순진함, 그리고 뭔가 속 시원함을 안겨 준다.

 

도련님이 정의감에 불타 교활한 빨간 셔츠, 알랑쇠 등 사회에서 흔히 발견되는 인간의 부조리에 대항하며 두들겨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여기에서의 빨간 셔츠, 알랑쇠는 기회주의자, 자신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근대의 사회의 대표자들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하녀로 등장하는 ‘기요(清)’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맑은 세계’이다. 그녀는 메이지 유신 때 몰락한 집안 출신으로, 구시대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도련님을 극진히 보살핀다. 그리고 도련님에게 우러러볼 만한 훌륭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기요는 빨간 셔츠, 알랑쇠 같은 인물과는 거리가 먼 인정의 세계에 속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련님은 기회주의적이고 속물적인 근대 세계를 벗어나 이러한 기요가 있는 곳, 자신의 정의로움과 순수함을 지킬 수 있는 세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도련님이 도쿄로 올라오는 것은 윤리와 도덕이 무너지고 근대의 속물성만 존재하는 곳에서 ‘기요’로 상징되는 윤리적이고 순수한 세계로의 회귀를 상징한다.

 

* 작품해설 : 네이버 지식백과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일본문학> 참고

 

 

1000 엔 지폐에 실린 나쓰메 소세키 이미지
1000엔 지폐에 실린 나쓰메 소세키 ⓒ위키피디아

 

 

❐ 작가 소개

 

나쓰메 소세키(1867~1916)

 

나쓰메 소세키는 1984년부터 2004년까지 1000엔짜리 지폐에 그의 초상이 사용되었을 정도로 일본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이다.

 

1867년 도쿄에서 유복한 집안의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한문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나 문명 개화 시대에 영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1893년 도쿄제국대학 영문과에 진학했다.

 

1900년 영국 유학길에 올라 셰익스피어 연구가인 윌리엄 크레이그 밑에서 수학했지만, 유학비 부족과 고독감, 영문학에 대한 위화감 등으로 신경 쇠약에 시달렸다.

 

1903년 귀국해 도쿄제국대학의 강사로 활동하다 1905년 데뷔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호평을 받으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후속작으로 『도련님』, 『풀베개』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인기 작가로 자리 잡았다.

 

1907년 교직을 그만두고 아사히신문에 입사하여 이후 『산시로』, 『그 후』, 『마음』 등 주요 작품들이 모두 동 신문에 연재되었다. 1916년 지병인 위궤양이 악화되어 49세에 사망했다.

 

나쓰메 소세키는 소설뿐 아니라 한시, 하이쿠, 수필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작품을 남겼으며, 근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도련님'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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