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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인생시]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by 늘해나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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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책표지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글,  곽수진 그림  /  언제나북스

 

 

비에도 지지 않고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음 짓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내 잇속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다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서 볏짐을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두려움을 달래주고

북쪽에 다툼과 소송이 있다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추운 여름이면 걱정하며 걷고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중에서

 


 

&lt;비에도 지지 않고&gt; 본문 삽화
&lt;비에도 지지 않고&gt; 본문 삽화
&lt;비에도 지지 않고&gt; 본문 삽화
&lt;비에도 지지 않고&gt; 본문 삽화
&lt;비에도 지지 않고&gt; 본문 삽화
&lt;비에도 지지 않고&gt; 본문 삽화
&lt;비에도 지지 않고&gt; 본문 삽화
&lt;비에도 지지 않고&gt; 본문 삽화

 

* 그림출처 : <비에도 지지 않고> 본문에서

 


 

<비에도 지지 않고>는 미야자와 겐지의 자화상 같은 시 한 편이 책 한 권에 실려 있는 그림책입니다.

 

미야자와 겐지(1896~1933)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며 사랑받는 동화작가이자 시인이지만, 살아생전에는 전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늑막염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명 존중과 공생의 행복관을 담아내던 그의 작품들은 훗날 재평가되어 일본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겐지 붐'이라고 할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은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미야자와 겐지가 시를 메모한 수첩
미야자와 겐지가 시를 메모한 수첩

 

시 ‘비에도 지지 않고’는 미야자와 겐지가 투병 중이던 1931년 11월 3일 수첩에 쓴 것으로, 그가 죽은 후 유품인 트렁크에서 발견된 한 권의 검은 가죽수첩에 메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의 고향 이와테 현은 냉해와 가뭄이 심한 곳이었는데, 미야자와 겐지는 그 시대에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감하며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그의 순수한 정신과 이타적인 마음이 고스란히 깃든 ‘비에도 지지 않고’는 사람들의 지치고 힘든 마음에 용기와 위로를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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