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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재밌는 동시] 함민복 시인 ‘비린내라뇨!’ 외

by 늘해나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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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의 재밌는 동시 모음

 

'함민복 시인의 재밌는 동시 모음' 섬네일 이미지

 

 

비린내라뇨!

 

- 함민복

 

우리들한테

비린내 난다고 하지 마세요

 

코 막지 마세요

 

우리도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미끄러운 피부. 거친 피부

다 특성에 따라

정성 들여 화장한 거에요

 

이렇게

향기가 다양한 걸

무조건 다 비린내라뇨!

 

이건. 정말

언어폭력이에요

 

- 물고기 일동 -

 

고추 이미지

 

가을 소묘

 

- 함민복

 

고추씨 흔들리는 소리

한참 만에

에취!

 

바싹 마른 고추가

바싹 마른 할머니를 움켜쥐는 소리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마당가 개도

취이!

 

마주 보는 주름살

다듬는

세월

 

 

강아지 안고 있는 그림

 

반성

 

- 함민복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씼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꽃향기 맡고 있는 소녀

 

자석

- 함민복

꽃들은 자석인가 봐요

나를 끌어당겨요

꽃에게 끌리는 것 보면

나는 꽃과 다른 극인가 봐요

고운 빛깔 만져보고

향긋한 향기 맡다 보면

나도 조금은 꽃과 같은 극이 되는지

꽃 떠날 때 마음이 밝아져요

 

 

농부가 낫을 들고 풀밭 사이에 있는 모습

 

 

용감한 풀들

 

- 함민복

 

 

날카롭게 간 낫을 든 농부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밭둑에 서서 한마디합니다.

 

이제부터

풀들과의 전쟁만 남았구나!

 

이 말을 들은 푸른 풀들이

바람에 맨 몸을 부드럽게 풀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제부터

저 시퍼런 낫날과의 전쟁만 남았구나!

 

 

복어 이미지

 

 

졸복

 

- 함민복

 

나는 화가 나면 배를 공처럼 부풀린다

나는 겁이 나도 배를 공처럼 부풀린다

그러면 내 배보다 큰입 가진 고기 없어

나를 못 잡아먹지 내 이름은 졸복이야

 

나는 복,복,복,복 울어서 복어다

나는 독,독,독,독이 있어 독어다

나는 커 어른이 되어도 졸복이다

우리는 대장이 없고 다 졸복이다

 

 

물고기 이미지

 

 

 

- 함민복

 

물고기들은

물고기들은

 

비가 온다고 말하지 않고

동그라미가 온다고 하지 않을까

 

봄 동그라미

소나기 동그라미

 

똑 똑 똑

후드륵 후드득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그라미

깜짝 커지고 활짝 커지는 것 보다가

눈이 동그래진

물고기들

 

눈이 큰 물고기일수록

동그라미 오는 것을 좋아하는

물고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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