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인의 재밌는 동시 모음
비린내라뇨!
- 함민복
우리들한테
비린내 난다고 하지 마세요
코 막지 마세요
우리도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미끄러운 피부. 거친 피부
다 특성에 따라
정성 들여 화장한 거에요
이렇게
향기가 다양한 걸
무조건 다 비린내라뇨!
이건. 정말
언어폭력이에요
- 물고기 일동 -
가을 소묘
- 함민복
고추씨 흔들리는 소리
한참 만에
에취!
바싹 마른 고추가
바싹 마른 할머니를 움켜쥐는 소리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마당가 개도
취이!
마주 보는 주름살
다듬는
세월
반성
- 함민복
늘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씼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자석
- 함민복
꽃들은 자석인가 봐요
나를 끌어당겨요
꽃에게 끌리는 것 보면
나는 꽃과 다른 극인가 봐요
고운 빛깔 만져보고
향긋한 향기 맡다 보면
나도 조금은 꽃과 같은 극이 되는지
꽃 떠날 때 마음이 밝아져요
용감한 풀들
- 함민복
날카롭게 간 낫을 든 농부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밭둑에 서서 한마디합니다.
이제부터
풀들과의 전쟁만 남았구나!
이 말을 들은 푸른 풀들이
바람에 맨 몸을 부드럽게 풀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제부터
저 시퍼런 낫날과의 전쟁만 남았구나!
졸복
- 함민복
나는 화가 나면 배를 공처럼 부풀린다
나는 겁이 나도 배를 공처럼 부풀린다
그러면 내 배보다 큰입 가진 고기 없어
나를 못 잡아먹지 내 이름은 졸복이야
나는 복,복,복,복 울어서 복어다
나는 독,독,독,독이 있어 독어다
나는 커 어른이 되어도 졸복이다
우리는 대장이 없고 다 졸복이다
비
- 함민복
물고기들은
물고기들은
비가 온다고 말하지 않고
동그라미가 온다고 하지 않을까
봄 동그라미
소나기 동그라미
똑 똑 똑
후드륵 후드득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그라미
깜짝 커지고 활짝 커지는 것 보다가
눈이 동그래진
물고기들
눈이 큰 물고기일수록
동그라미 오는 것을 좋아하는
물고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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