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삼석 시인의 재밌는 동시 모음
기린과 하마
- 문삼석
하마가 기린을 보고
걱정을 했어요.
― 저렇게 키만 크다가
하늘이 뚫리면 어떻게 하지?
기린도 하마를 보고
걱정을 했어요.
― 저렇게 살만 찌다가
땅이 꺼지면 어떻게 하지?
난 알지요
- 문삼석
엄마는 나 몰래 나가셨지만
어디 계시는지 난 다 알지요.
달그락달그락 그릇 소리가
부엌에 계신다고 알려 주거든요.
날 놀래 주려고 몰래 만드시지만
무얼 하시는지 난 다 알지요.
내가 좋아하는 부침 냄새가
소올솔 찾아와서 알려 주거든요.
국수와 젓가락
- 문삼석
빼빼다리 국수는
빼빼다리라서
빼빼다리 젓가락만
좋아한대요.
빼빼다리 국수
빼빼다리 젓가락
빼빼다리 빼빼다리
서로 좋아 한대요.
그냥
- 문삼석
엄만 내가 왜 좋아?
― 그냥···
넌 왜엄마가 좋아?
― 그냥···
우산 속
- 문삼석
우산 속은
엄마 품 속 같아요.
빗방울들도
들어오고 싶어
두두두두
야단이지요.
빗방울
- 문삼석
빗방울은 즐겁다.
동 동 동….
발걸음이 가볍다.
동 동 동….
빗방울은 즐겁다.
줄 줄 줄….
미끄럼도 신난다.
줄 줄 줄….
아침 눈길
- 문삼석
바알간 아가 볼
포옥 싸안고
자박자박 털모자가
걸어갑니다.
호오호오 손 시린
아침 눈길을
비뚤비뚤 발자국도
따라갑니다
겨울 바람
- 문삼석
콧잔등이
따끔따끔
귓부리가
따끔따끔
따끔따끔
겨울 바람
따끔따끔
바늘 쌈지
그림자
- 문삼석
난 꼬마도 될 수 있고
엄청난 거인도 될 수 있다.
아파트 벽쯤 단숨에 오르고
물 위로 벌렁 누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난
혼자서는 안 논다.
꼭꼭 누구랑
같이 논다.
누구가 누구냐구?
바로 너지 누구야.
언제나 너를 따라
함께 노는 나.
그럼 난 누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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