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지옥편, 주요 내용과 해설

 

세계고전문학 해설

단테 <신곡> 지옥편, 주요 내용과 해설

 

단테의 <신곡>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알고는 있어도 끝까지 읽은 사람은 드물다.

 

단테의 <신곡> 원제목은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comedia)>이다. 코메디아? 희곡? 지옥에서 벌을 받고 연옥에서 참회하고 천국으로 가는 내용처럼 희망을 뜻할 수 있고, 기득권층인 권력과 인물, 부자들을 풍자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우리가 번역한 <신곡>은 서양문물을 우리보다 일찍 받은 일본인들이 번역한 것으로 ‘신의 노래’라는 뜻이다.

 

단테 알리기에르(1265~1321)

 

단테는 이태리 피렌체 사람이며, 본명은 ‘두란테’로 몰락한 귀족 출신이다. 그의 생애는 순탄치 않았다.

 

이른 나이인 30대 중반, 1294년 행정 최고책임자 중 하나로 성장했으나, 피비린내 나는 당쟁의 격변에 휘말려 외국 출장 중 부패와 공금횡령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태리 동북부 작은 도시 라벤다에서 죽는다. <신곡> 지옥편에서 당시 피렌체 정적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신곡>은 체제를 전복시키는 책, 특히 중세시대를 마감시키는 책이다. 중세시대는 소위 ‘암흑기’라고 한다. 인간이 중심이 아니고 신 중심이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인간과 삶에 대한 고민이 없던 시절이다.

 

단테의 <신곡>은 인간 본능에 대한 성찰의 서막이며, 인간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이를 실천하도록 한다.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느낌이있는책 펴냄

 

 

❐ <신곡> 주요 내용과 해설

 

<신곡>은 지옥 3일, 연옥 3일, 천국 1일을 다녀온 저승 여행기이다. 단테는 숫자 3을 좋아한다. 지옥은 서곡 하나와 33곡, 연옥 33곡, 천국 33곡 합하여 100곡으로 이루어졌다. 곡이라고 칭한 것은 형식이 시운율 형태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순례자는 본인 단테이다. 지옥과 연옥의 안내자는 로마 건국 신화 〈아이네이스〉를 쓴 유명한 시인 베르길리우스이다. 그리고 천국의 안내자는 단테가 연모한 베아트리체이다.

 

단테의 세계관은 철저한 중세적 세계관이지만, 이야기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배경은 로마나 그리스 시대이다. 게다가 철학자, 예술가도 나오고 당대의 정치인이나 역사적 인물도 나온다.

 

그래서 읽기가 어렵다. 단테가 로마 그리스 문예부흥시대, 즉 르네상스 시대를 처음 연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여기서 나온 이야기이다.

 

순례자는 정확히 1300년 3월 25일 목요일에 시작하여 4월 1일 목요일 아침에 순례를 마친다.

 

<신곡>을 든 단테

 

- 어두운 숲길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길로 가야 한다

 

<신곡>의 첫머리에 나오는 시구이다.

 

우리네 인생길 반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나는 어두운 숲길에 있었네. (지옥 1곡 1~3 )

 

인생의 반고비는 단테의 나이 35세를 말한다. 구약 시편에 인생을 70으로 노래했다. 여기서 어두운 숲길은 당시의 피렌체의 더럽고 어지러운 사회상을 뜻한다. 그리고 숲속에서 순례자의 길을 가로막는 짐승은 표범, 사자, 암늑대인데 이는 각각 욕망과 권력, 재물 욕을 뜻한다.

 

이 숲속을 벗어나려면 다른 길을 가야 한다. 다른 길은 지옥과 연옥,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천국의 하느님 옆에 있는, 단테의 지고지순한 연인 베아트리체는 위험에 처한 단테를 보고 베르길리우스에게 단테를 안내하도록 권유한다.

 

실제로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9살 때 만나 마음으로 품은 사람으로, 18살 때 다시 한 번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자기에게 인사를 건넨 인연이 있다. 단테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말을 건네 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24살 때 저 세상으로 떠났다.

 

이 책에서 지옥과 연옥까지는 베르길리우스가 안내하고, 천국은 베아트리체가 맡는다. 베르길리우스는 로마 건국 때 시인으로 기독교 세례를 받지 않아 천국에 들어 갈 수 없는 사람이다.

 

베르길리우스 (BC70~BC19)

 

 

- 하늘을 바라볼 희망일랑 버려라

 

저승세계는 순전히 단테의 상상력으로 묘사된 것이다. 너무나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지옥 형상이 실감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정의라고 믿고 있다. 형벌은 끔찍하고 처참하여 꿈에 나타날까 두려울 정도다.

 

단테는 고향을 떠나 이리저리 떠도는 비참한 생활하는 가운데 <신곡>을 쓴 것으로 증오하는 대상이 많다. 예를 들어 단테하고 앙숙인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는 당시에 살아 있음에도 지옥에 미리 자리매김하여 등장시켰다.

 

아직 지옥문을 통과하기 전인데 어디선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분노와 고통의 절규였다. 단테가 베르길리우스에게 물었다.

 

“누가 이렇게 고통 속에서 울부짖습니까?”

 

“이 불쌍한 영혼들은 오명도 없고 명성도 없는 미지근한 영혼들이다.”

 

이들은 오로지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인생의 최우선으로 생각한 사람들이다. 하느님께 복종하지도 반항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지옥 3곡 32~39)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은 사람들이다. 단테는 이런 어중간한 사람을 아주 싫어했다.

 

지옥의 문

 

뱃사공 카론은 지옥으로 갈 영혼을 아케론 강가로 실어 날랐다.

 

“하늘을 바라볼 희망일랑 버려라. 나는 너희를 저편 강둑, 영원한 어둠 속의 불과 얼음의 지옥으로 실어가려 왔노라.” (지옥 3곡 86~87)

 

지옥문에 이르자 꼭대기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지옥은 빛이 없는 곳이다. 비전이 없는 곳이다. 그곳을 빠져나올 가능성이 없는 곳이다. 지옥은 영원히 저주받은 자들의 영혼이 있는 곳이다.

 

그들은 땅속에 있다. 지옥은 땅속 깔때기 모양의 9개 옥(獄)으로 구분되어 있다. 밑으로 내려 갈수록 죄가 크고 죄의 성격에 걸맞은 형벌이 가해져 고통이 크다.

 

지옥의&nbsp; 9 개의 옥

 

 

-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도 제1옥에 있다

 

제일 위에 있는 제1옥은 림보(Limbo)라고 한다. 죄는 없고 공덕은 있으나 예수 탄생 전에 활동했던 사람으로, 세례 받지 않고 하느님을 믿지 않아 이들은 천국에서 하느님을 대면 못하는 자들이다.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톌레스 같은 자들입니다. 물론 베르길리우스도, 호메로스도 여기에 머물러있다.

 

제2옥부터 진짜 지옥이다. 무서운 모습의 미노스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는 괴물이다. 뱀의 꼬리를 단 미노스는 지옥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지옥으로 내려오는 인간들을 꼬리로 감아 그 횟수로 지옥의 자리를 판단하여 배치한다.

 

제2옥은 쾌락에 빠진 망령들, 사랑으로 삶을 버린 망령들이다. 어두운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떠돈다.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그리스 최고의 미인 헬레나, 아킬레우스, 파리스가 이곳에 있다.

 

당시 단테가 살고 있던 라벤나 영주의 딸 프란체스카와 그의 시동생이자 연인인 파울로도 있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나누다 남편에게 발각되어 죽음을 당했다.

 

프란체스카가 “비참할 때 행복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는 만큼 괴로운 것이 없어요.”라고 말할 때 단테도 동병상련의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단테는 비교적 그들에게 관대한 마음으로 연민을 느끼다가 베르길리우스로부터 꾸중을 듣는다.

 

케르베로스

 

 

- 피렌체 정적들 모조리 지옥에서 보다

 

제3옥은 탐욕의 망령들이 있는 구역이다. 아주 독하게 묘사했다. 어두운 하늘에서 거대한 우박과 구정물이 눈과 뒤섞여 쏟아져 내리고, 대지는 지독한 냄새가 진동하는데 머리가 3개 달린 잔인하고 섬뜩한 짐승 케르베로스가 망령들을 할퀴고 뜯어 조각조각 찢어버린다.

 

여기서 피렌체 사람들이 돼지라고 부르는 치아코를 만난다. 시기와 모함으로 분열되고, 서로 파당을 만들어 싸우고 있는, 피렌체 앞날에 대한 비관적인 정치적 예언을 듣는다.

 

당시 교황파에 속했던 자신의 정적들이 여기보다 더 아래 지옥에서 현재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 예언은 단테의 생각을 옮긴 것이다. 당시 정적들을 얼마나 미워했으면 하나도 빠짐없이 더 지독한 지옥에 배치했을까.

 

제4옥은 사치와 낭비벽으로 인생을 탕진한 망령들과 구두쇠와 수전노로 불리는 인색한 자들의 영혼이 있는 곳이다. 그들은 무거운 짐을 가슴에 안고 서로 밀어내고 비명을 지르며 “왜, 그렇게 모으기만 하지?” “왜, 쓰기만 하는 거야?” 소리를 지르며 서로 욕보이고 폄하한다.

 

제5옥은 부글거리는 거품이 이는 진흙탕 속에 돼지처럼 뒹구는, 불만과 분노로 끝없이 투덜거리며 제 영혼을 갉아먹는 발가벗은 영혼들로 가득 차 있다. 일생 동안 누구도 자기를 따뜻하게 대해준 기억이 없어서 사납게 구는 것이다.

 

하늘의 사자의 도움으로 지옥의 늪 스틱스를 건너가 만난 제6옥은 타오르는 불꽃으로 뜨겁게 달군 관 속에서 고통을 당하는, 하느님을 믿지 않고 우상을 섬긴 이교도 분파들의 망령들이 있는 곳이다.

 

육신과 함께 영혼도 죽는다는 에피쿠로스와 그 추종자들, 대화 중에 나타난 피렌체 반대 당파의 우두머리였던 파리나타의 자기중심적인 오만한 태도도 단테는 이단의 전형으로 보고 있다. 카톨릭 교회를 혼란에 빠트린 이단자의 주장을 방조한 추기경도 여기에 함께 있었다.

 

단테의 친구이자 시인이었던 구이도 카발칸티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과 단테가 친구인 걸 알고 단테의 옆에 자신의 아들이 함께 하지 않는 것을 보자 그 이유를 물었다.

 

단테가 대답을 망설이자, 자신의 아들이 이미 죽었다고 지레 짐작하고는 절망에 빠져 모습을 감추었다. 단테는 양심에 찔렸는지 파리나타와 헤어질 때 카발칸테에게 "구이도가 아직 현세에 살아있다고 대신 전해달라."라고 부탁한다. 단테는 구이도하고 당시에 사이가 좋은 관계는 아닌 것 같다.

 

 

- 회교 창시자 마호메트 맨 밑바닥 지옥에 있다.

 

제7옥은 점점 좁아지는 원통형으로 이루어진 3개의 지옥으로 구성되여, 끔찍한 악취를 내뿜는 깊은 골짜기이다.

 

첫 번째 지옥은 모든 악덕 중에 최고로 살인자와 재산 강탈자와 같은 폭력과 배반으로 다른 사람을 해친 자들이 갇혀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천지분간 못하고 날뛰던 포악한 군주들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지옥은 자기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자살하거나 자해한 자들, 세 번째 지옥에는 하느님을 깔보거나 모독한 자들이 들어있다. 고리대금업자들, 동성애자들도 여기에 있다.

 

단테는 사기나 기만을 폭력보다 더 나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사기나 기만은 자연의 법칙이나 순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고 자기를 믿는 사람을 배신하는 일은 극악이라고 말한다.

 

아주 넓고 깊은 웅덩이인 제8옥에는 마레볼제라는 10개의 사악한 구덩이마다 여러 종류들의 망령들이 있다.

 

더러운 포주, 권세를 이용하여 남의 재산을 가로챈 자, 도적질한 자, 뇌물을 받은 자, 그리스 시대 점성술사와 마술사, 소문난 아첨꾼들, 사기와 모략한 자, 이간질한 자, 금을 위조한 연금술사들이 제각각 다른 벌로 고통당하고 있다.

 

불화와 분열의 씨를 뿌렸다는 이유로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도 지옥에 있었다. 그는 난도질 당하여 턱부터 똥구멍까지 깊게 갈라져 내장이 드러날 정도다.

 

돈으로 성직이나 성물을 매매한 교황과 추기경의 망령들도 고통당하고 있었다. 중세 시대의 신 중심 세계에 정면으로 돌을 던지고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이다.

 

 

마왕 루키페르

 

 

- 가롯 유다는 마왕 루키페르 아가리 속에 있다

 

제9옥은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신의와 조국을 배신한 집단이다. 단테가 가장 증오한 집단이다. 그래서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그들은 두꺼운 얼음 속에 채워져 있다.

 

그 중 한 망령이 단테를 아직 이승에 살아있는 보니파시오 8세로 착각하고 저주를 퍼부었다. 그 교황이 오면 빛 한 줄기 비치지 않는 더 아래 구덩이로 갈까봐 그랬다. 단테는 교황 보니파시오 8세를 참으로 증오했다.

 

단테는 교황을 옹호하는 구엘프당의 입장에서 황제를 받드는 기벨린당과 맞섰다. 당쟁은 구엘프당의 승리로 끝났으나 다시 흑파와 백파로 갈라져 백파인 단테는 보니파시오 8세가 지지한 흑파의 승리로 추방당하여 긴 유배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몬타 페르티 전투에서 적에 빌붙어 피렌체를 패전으로 이끈 보카 델리 아바타도 여기서 있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지옥의 순례를 하면서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와 지옥의 맨 끝, 즉 지구의 중심에 도달했다. 단테는 마왕 루키페르를 보고 공포에 사로잡혀 정신이 혼미해졌다.

 

지구의 중심에 사는 한 개의 머리통에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피눈물이 흘러내리는 악마의 아가리 속에 최악의 배신자 3명을 물고 있었다.

 

예수를 팔아먹은 가롯 유다가 가운데, 양옆에는 독재를 막고 공화정을 위하여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 브루투스를 도운 카시우스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루키페르의 아가리 속에 머리통을 처박고 있었고, 다리는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물론 브루투스나 카시우스는 단테의 생각과 달리 역사적 평가가 다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우골리노 백작과 루지애리 대주교

 

가장 섬뜩한 장면은 우골리노 백작이 루지애리 대주교의 뒤통수를 미친개처럼 파먹는 장면이다. 루지애리 대주교는 정쟁의 패배자인 우골리노 백작을 반역자로 몰아 감옥에 가두는 것도 모자라 우골리노의 두 아들과 두 손자를 탑 속에 가두어 굶겨 죽였다.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은 단테의 <신곡>을 읽고 또 읽고 하여 높이 7.75m의 지옥의 문>이라는 이름으로 조각을 하였다. 이 조각의 내용 속에 우골리노가 나온다.

 

로뎅의 '지옥의 문'

 

지옥의 맨 끝, 즉 지구의 중심에 도달한 베르길리우스는 마왕 루키페르의 털북숭이 옆구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다가 거꾸로 털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이 지옥을 빠져나왔다. 이곳에서 맞은편에 뚫려있는 동굴을 통하여 연옥의 산에 오른다.

 

단테의 상상에 의하면 지옥의 마왕 루키페르는 원래 아름다운 천사였다. 그러나 하느님을 반역하여 땅으로 떨어져 흉측한 마왕이 되었다.

 

원래 남반구는 땅으로, 북반구는 바다로 되어 있었으나, 그의 추락에 놀란 땅은 물을 뒤집어쓰고 북반구로 옮겨갔고, 남반구의 흙들은 솟아올라 동굴을 남기고 산이 되었다고 한다.(지옥 34곡 121~126) 그 산이 바로 ‘연옥의 산’이다.

 

-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