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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레시피/외국문학

<아버지의 결혼 승낙> 줄거리와 해설, 치누아 아체베

by 늘해나 202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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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누아 아체베 단편소설

<아버지의 결혼 승낙> 줄거리와 해설 

 

&lt;아버지의 결혼 승낙&gt; 섬네일 이미지

 

 

▷ 등장인물

• 네네

은나에메카의 아내. 여학교 교사. 서구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제적인 분위기의 도시 라고스에서 성장하였고,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은나에메카

오케케의 아들. 라고스에서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 만난 네네와 결혼하기 위해 아버지를 설득하려고 고향에 간다. 그리고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한다.

 

• 오케케

은나에메카의 아버지. 결혼은 사랑과 관계가 없으며,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해야 하고, 같은 부족끼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8년 동안 아들 부부를 인정하지 않다가 손자에 대한 편지를 보고 흔들린다.

 

편지를 읽고 있는 모습

 

 

▷ 줄거리

나이지리아의 대도시 라고스에 살고 있는 은나에메카는 연인 네네와 자신들의 결혼 소식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어떻게 전할지에 대해 의논했다.

 

국제적인 분위기의 라고스에서 성장한 네네는 부모가 정해준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같은 부족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모가 결혼을 반대할 거라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네네는  편지로 결혼 소식을 알리자고 말한다. 

 

하지만 은나에메카는 자신을 위해 직접 결혼 상대를 구했다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은 터라, 이미 라고스에서 여학교 교사인 네네와 약혼을 하였고 결혼을 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직접 전하기로 결심한다.

 

너한테 잘 어울리는 아가씨를 찾았단다. 우리 이웃 야콥 은웨케의 맏딸인 우고예 은웨케 말이다. 기독교 교육도 적당히 받았더구나.

몇 년 전 학교를 중퇴했을 때, 그 아이의 아버지가(생각이 건전한 사람이지.) 어떤 목사의 집에서 살도록 했는데, 거기서 얘가 결혼을 앞둔 여자한테 필요한 교육을 모두 받았어. 주일학교 선생님 말로는 성경도 아주 유창하게 읽는단다.

12월에 네가 집에 오거든 상의를 하면 좋겠다.


- 아버지 오케케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휴가를 받아 고향에 간 은나에메카는 아버지 오케케에게 네네와 결혼을 하고 싶다며 설득을 했다.

 

“교사라고 했느냐? 얘야, 네가 좋은 아내의 자질을 잘 모르는구나. 기독교인 여성은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사도 바울도 고린도서에서 여자는 과묵해야 한다고 했거든.”

 

아버지는 완강히 반대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다음 날 아버지는 은나에메카를 불러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아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은나에메카의 마음은 굳건했고, 아버지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네네를 보면 마음이 바뀌실 거라는 은나에메카의 말에 아버지는 “나는 결코 그 아이를 보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아버지의 슬픔 때문에 깊이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슬픔이 빨리 사라져 버리기를 희망하며 라고스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여섯 달 후 은나에메카는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아내 네네에게 보여주었다.

 

나한테 네 결혼 사진을 보낼 정도로 냉정할 수 있다는 게 놀랍구나. 사진을 그대로 되돌려 보내야겠다 싶었지만 생각을 바꾸어 네 아내만 잘라 돌려보낸다. 그 아이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어떻게 너와도 인연이 없기를 바라겠느냐.

- 아버지 오케케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네네는 편지를 읽고 토막 난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흐느끼며 울었다.

 

“울지 마, 여보. 아버지는 원래 성품이 좋은 분이야. 언젠가 친절하게 우리 결혼사진을 바라보실 날이 있을 거야.”

 

은나에메카가 아내를 위로했지만, 세월이 흘러도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8년 동안 오케케는 아들 은나에메카를 만나지 않았다. 꼭 세 번(은나에메카가 집으로 가서 휴가를 보내겠다고 했을 때) 편지를 썼을 뿐이다.

 

나는 너를 내 집에 받아들일 수가 없다. 네가 언제 어디서 휴가를 보내는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네 인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아버지 오케케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은나에메카와 그의 아내가 가장 행복한 부부라는 이야기가 이보족의 작은 마을까지 전해졌으나, 그의 아버지는 그런 이야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아들 이름만 나오면 바로 화를 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있을 때면 이야기를 피했다.

 

그는 엄청난 노력으로 마침내 아들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의 가문에서 아들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고, 그는 굳건히 지켜냈다. 그리고 이겼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네네가 보낸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는 건성으로 편지를 읽어 갔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얼굴 표정이 바뀌더니 아주 주의 깊게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저희의 두 아들이 할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을 안 뒤로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쓰고 있어요. 할아버지께서 너희를 보려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제발 다음 달에 있는 은나에메카의 휴가 때 잠시 아이들을 데리고 가도록 허락해 주세요. 저는 여기 라고스에 남아 있겠습니다.


- 네네의 편지

 

아버지 오케케는 순간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쌓아 온 결의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절대로 항복해서는 안 된다고 되뇌었다. 감상적인 호소에 맞서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마음의 갈등만 만들 뿐이었다.

 

그는 창문에 몸을 기대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두 손자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지금 자신이 이기지 못할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아이들을 향한 생각의 문을 닫을 수 있을까? 그날 밤 그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손자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후회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지도

 

 

 

▷ 작품 해설

단편소설 <아버지의 결혼 승낙> 원제는 ‘Marriage is a Private Affair(결혼은 개인적인 일)’로, 결혼에 대한 가치관 차이 때문에 아버지와 아들이 갈등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전통을 고수하려는 부모 세대와 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인 자식 세대의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이 소설은 급속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전통을 고수해야 하는지,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제쳐 두기 전에 아버지에게 그 전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타의에 의해 자신이 믿어왔던 모든 것이 흔들릴 때면 어떤 심정일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참고로 나이지리아는 인구나 경제면에서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를 이끄는 대국이다. 나이지리아는 인구만 많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소 250여 개 이상의 민족집단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보족은 북부의 하우사-풀라니(29%)족과 남서부의 요루바(21%)족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남동부 지역에 주로 거주하고 있고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치누아 아체베(Chinua Achebe) 사진
치누아 아체베(Chinua Achebe 1930~2013)

 

 

▷ 작가에 대하여

치누아 아체베(Chinua Achebe 1930~2013)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치누아 아체베는 1930년 나이지리아 동부의 이보족 마을인 오기디에서 태어났다.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대학에서 의학과 문학을 전공하였고, 그 후 라고스의 나이지리아 방송국에서 일했다.

 

그가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발표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의 고전으로 가장 사랑받는 아프리카 소설 중 하나이자 전 세계에서 8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또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나중에 발표한 <더 이상 평안은 없다>, <신의 화살>과 함께 '아프리카 3부작'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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