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풍자소설 <하늘길>
줄거리와 작품해설
❒ 줄거리
1 하늘을 향해서
"왜 우리만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야 하나요? 저는 이제 하늘로 가서 그분을 만나 왜 우리가 이렇게 가난한지 따져 볼 거예요. 저 또한 헐벗고 굶주려 죽게 되더라도 왜 그렇게 죽어야 하는지 까닭은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가난 때문에 가족을 모두 잃은 소년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옥황상제를 만나러 길을 떠난다. 하지만 아무도 가보지 못한 하늘길은 참으로 멀고 막막했다. 그렇게 하늘길을 찾아 헤매던 소년은 어느새 젊은이가 되었다.
2. 젊은이가 만난 사람들
어느 날, 젊은이는 끝없는 길을 걸어 땅끝이 있다고 여겨지는 넓은 벌판을 향해 가다가 외딴집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홀로 지내는 한 아가씨의 사연을 듣고 요괴로부터 그녀를 구해 준다. 젊은이는 아가씨에게서 그보다 앞서 하늘길을 찾던 선비 얘기를 듣고 찾아간다.
그런데 젊은이가 만난 늙은 선비를 비롯해 악사, 시인, 화가, 광대, 도사, 이무기는 일생을 바쳐 하늘에 오르고자 애를 썼지만 모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선비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하늘길을 찾고 있었고, 악사는 신비한 가락으로, 시인은 아름다운 말과 가락으로 하늘을 땅 위로 불러 내리고자 했다.
도사 역시 신선이 되기 위해 100년 동안이나 도를 닦고 있었고, 이무기도 1000년 동안 용이 되어 하늘에 오르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은 모두 '왜 하늘에 못 오르는지' 그 이유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젊은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늘길을 찾아가는 것을 대견히 여겨 하늘길을 찾는 것을 도와준다. 그리고 하늘에 올라 옥황상제를 만나면 자신들은 '왜 하늘에 오르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 달라 부탁한다.
3. 마침내 옥황상제를 만나다
이무기의 도움을 받은 젊은이는 마침내 하늘에 올라 옥황상제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이들의 의문에 대한 답을 얻는다.
그런데 허무하고 억울하게도 젊은이는 복단지에 복을 안 넣고 봉해버린 하늘의 실수로 제 몫의 복을 받지 못해서 가난하게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실수를 그제서야 깨달은 하늘나라의 관리들은 이번에는 또 부주의하게도 젊은이의 복단지가 지나치게 넘쳐흐르게 만들어 놓는다. 이에 옥황상제는 그 동안의 가난과 힘든 여정에 대한 보상이라 말한다.
이어서 옥황상제는 선비를 비롯해 악사, 시인, 화가, 광대, 도사, 이무기에 대해 차례로 질타한다.
우선 이무기는 ‘허영’으로 하나 더 가진 여의주의 무게 때문에 승천하지 못하고 마냥 이무기로 남아 있는 것이고, 도사는 ‘욕심’ 때문에 황금덩이로 된 방석에 앉아 뜨지 못해 하늘에 이르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악사, 화가, 광대, 시인은 자신들의 재주에 취해서 헛것을 보고 그것에 속아서, 선비는 하늘과의 일에는 아무 쓸모가 없는 책의 가르침에 갇혀서 하늘에 못 오른 것이라고 했다.
4. 많은 복을 받고 돌아가다
젊은이는 옥황상제로부터 원래 받지 못했던 복에 하늘의 실수에 대한 대가로 넘치는 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길에 앞서 만난 이들을 다시 찾아가 그들의 의문에 대한 답을 일러 주고 그 대가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여의주, 황금 방석, 한 번도 마른 적 없는 술병, 많은 책 등 귀한 물건들까지 얻어 온다.
그뿐인가. 처음 만났던 그 아가씨와 결혼해 혼인하고 뒤뜰에 묻혀 있는 엄청난 금은보화까지 찾아내 행복한 가정을 꾸민다. 그런데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던 젊은이는 어느 날 밤 아내와 자식들 몰래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 홀로 집을 떠나며 이야기가 끝난다.
“젊은이가 그렇게 산 지 여섯 해 만이라던가요. 어느 날 밤 아내와 아이들 몰래 그가 갑자기 집을 나가 버린 것입니다.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 홀로 훌훌 떠나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인데…….”
❒ 작품해설
소설가 이문열이 쓴 <하늘길>은 식구들이 아무 잘못도 없이 가난으로 죽어간 것을 지켜본 소년이 그 이유를 알고자 옥황상제를 만나기 위해 기나긴 순례를 떠났다가 마침내 뜻을 이루고 돌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 옛이야기 <복덩어리 총각>을 토대로 만들었다. 대개의 옛이야기는 '잘 먹고 잘 살았다'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그런데 작가는 왜 주인공이 ‘잘 살다가 집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로 끝맺었을까?
또 <복덩어리 총각>에서는 처음 만난 아가씨와 이무기 정도만 등장하고 선비, 악사, 광대, 화가, 시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작가는 왜 이들을 등장시켰을까?
이들은 모두 보통사람보다 잘난 부류의 인물들이다. 작가는 이들이 한껏 자신들의 재주와 능력을 부려 보지만 하늘에 못 오르는 이유를 교만과 오만과 욕심에 있다고 꼬집는다. 또한 이무기를 통해 인간의 허영까지 꼬집는다.
이들의 욕심과 교만과 오만의 상징이었던 '여의주며, 책이며, 황금 방석' 등을 받아 가지고 돌아온 젊은이가 그것들로 인하여 그저 '잘 먹고 잘 살았다'에서 이 이야기가 끝이 날 수 없는 것이다.
젊은이가 그들을 통해 얻은 그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감으로써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인간의 허영과 욕심과 교만과 오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지만 주제는 결코 얕지 않다. 말하자면 계속해서 생각해 보게 하고 재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 <하늘길> 중에서 ‘해설’ 참고
❒ 작가에 대하여
이문열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 이문열은 경북 영양의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6.25 전쟁 때 부친이 월북한 사실로 인해 그의 가족은 남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문열은 1970년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중퇴하고, 대구매일신문에 입사하여 편집부에서 근무하던 중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소설 <새하곡>이 당선되었다. 이후 그는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그동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이 무렵의 문단에 충격을 주고 큰 인기를 얻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람의 아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어둠의 그늘>, <젊은 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레테의 연가>, <금시조>, <변경>,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이 있다. 평역 소설에는 <삼국지>와 <수호지>가 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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