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줄거리와 해설
□ 등장인물
• 나(한병태)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 처음에는 독재자로 군림하는 엄석대에게 맞서 저항했지만 결국 굴복한 후 순응하고 동조하는 인물.
• 엄석대
선생님들에겐 반장으로서 반 아이들을 잘 챙기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힘과 권력으로 반에서 군림하는 독재자.
• 5학년 담임 선생님
반장인 엄석대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석대의 잘못을 알리는 병태를 고자질쟁이로 몰아가는 안일하고 방관자적, 이기적인 인물.
• 6학년 담임 선생님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교사로 석대의 실체를 알고는 잘못된 체제를 바로잡는 인물. 석대에게 자유와 권리를 빼앗기고도 분해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일깨워 준다.
□ 줄거리
- 힘과 권력을 지닌 반장 ‘엄석대’
서울의 명문 초등학교를 다니던 5학년 학생 '한병태'는 공무원인 아버지가 좌천되어 시골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 오게 된다. 그곳에서 막강한 힘과 권력을 지닌 반장 ‘엄석대’를 만나게 된다.
학년만 같을 뿐 나이가 두셋 많으며 키가 크고 힘도 센 석대는 선생님처럼 반 아이들에게 명령하고 처벌까지 내렸으나, 아이들은 그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점심시간에는 석대에게 먹을 것을 갖다 바치고 마실 물까지 당번을 정해 떠다 주는 등 아이들은 마치 선생님 대하듯 석대를 대했다.
이렇게 반 아이들이 석대에게 순종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석대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석대는 선생님을 대신해 아이들의 숙제나 청소 검사를 했는데, 자기 뜻을 거스르는 아이에게는 폭력적인 보복을 하고 숙제나 청소 검사에서 불이익을 주었다.
그래서 누구도 석대의 뜻을 거스르지 못했고, 잘 보이기 위해 먹을 것을 사서 바치거나 숙제를 대신 해주기도 했다. 심지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시험지에 자기 이름 대신 석대 이름을 적어 제출해야 했다. 석대가 시험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건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 엄석대에게 홀로 맞서 저항하는 '한병태'
이런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 병태는 석대에게 맞선다. 자신이 그동안 옳다고 배워온 ‘합리와 자유’에 너무도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석대에게 물을 떠다 주는 일을 거부하기도 하고, 반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보려고도 하고, 선생님에게 석대가 아이들 물건을 빼앗고 괴롭힌다고 일러바치기도 했다. 병태의 말을 듣고 선생님은 간단한 설문조사를 하지만 병태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백지로 내는 걸 보고 오히려 병태를 나무란다.
석대는 자신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저항하는 병태를 겉으로 나서지 않고 침착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며 괴롭힌다. 병태는 반에서 외톨이가 되고 숙제, 청소 등의 검사에서 불이익을 당했다. 갈수록 병태는 말썽 많은 불량스런 아이로 보여졌고 성적마저 떨어졌다.
외롭고 고달픈 싸움에 지쳐가던 병태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석대에게 굴복을 표시하려는 기회를 노렸다. 그러다 장학관의 순시가 있어 대청소가 벌어진 날, 아무리 공들여 유리창을 닦아도 석대가 합격시켜 주지 않자 결국 눈물을 보이며 항복을 한다.
- 엄석대의 질서 안으로 들어가 누리는 혜택
굴종의 열매는 매우 달았다. 그날 이후 석대의 은혜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주먹 싸움에서의 서열이 올라가고, 친구들과의 놀이도 참여하고, 크고 작은 규칙 위반에도 걸리지 않는 등 학교생활이 편안해지자 성적도 점점 올라 2등을 되찾았다.
병태는 석대의 질서에 온전히 길들여지고 그의 왕국에서 혜택을 누리며 안주한다. 그리고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스스로 맛있는 것이나 아끼던 학용품을 갖다주고, 미술 시간에는 그림을 대신 그려 주기도 했다.
- 새로운 담임에 의해 석대의 왕국이 무너지다
6학년이 되자 새로 부임한 젊은 선생님이 담임을 맡게 된다. 새 담임선생님은 석대가 반장선거에서 만장일치로 뽑히고, 수업시간에 내준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의혹을 가졌다.
그러다가 3월 말에 치른 시험 결과지를 가져와 석대에게 매질하며 잘못을 시인하게 했다. 이어서 반 아이들에게 석대의 잘못이나 당한 일을 모두 고백하게 했다. 병태만 전학온 지 얼마 안 되어 잘 모르겠다고 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석대의 비행을 낱낱이 고발했다.
이에 선생님은 불의를 당하고도 맞서거나 분노하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라며 벌을 주며 혼낸다. 뒤이어 반장 선거가 다시 치러지자 석대는 학교를 떠나버리고, 학급은 새로운 체제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민주적인 질서를 회복한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26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사회인이 되어 부조리한 현실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병태는 수갑을 차고 경찰에게 잡혀가는 석대를 보게 된다. 그날 밤, 그는 잠든 아내와 아이들 곁에서 늦도록 술잔을 비우다가 이유 모를 눈물을 떨군다.
□ 작품 해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60년대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독재와 권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른이 된 병태가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독재자 엄석대의 일그러진 생애가 아니라, 그의 권위에 굴복하고 저항하지 못했던 한병태와 반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도전했던 유일한 인물이지만, 결국 한계를 느끼고 권력과 타협하게 된다.
엄석대가 반장의 권력을 남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5학년 담임이 학급 운영권을 석대에게 맡기고 암묵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반 아이들이 그에게 복종하고 추종하면서 석대의 독재 권력은 커져간 것이다. 권력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무의식적이고 일상적인 복종이 결국 그 권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새로 온 6학년 담임은 달랐다. 반 아이들에게 그동안 자기 몫을 빼앗기고도 분노할 줄 모르고 불의에 굴복하는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일깨우며, 학교를 떠난 후에도 밖애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석대에게 힘을 모아 저항하게 만든다.
이처럼 이 소설은 독재 체제의 부당함을 인지하고 ‘굴종의 열매’가 아닌 ‘자유와 합리’를 찾기 위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함을 전하고 있다.
□ 작가에 대하여
이문열(1948~ )
서울 출생. 1968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대학 공부를 그만두고 소설 창작에 매진해 1977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자레를 아십니까>가 당선되고,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새하곡>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금시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웅시대>, <황제를 위하여 >, <그해 겨울>, <젊은 날의 초상> 등 여러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독보적인 문체로 풀어내어 폭넓은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특히 장편소설<사람의 아들>은 문단의 주목을 이끈 초기 대표작이다. 이밖에도<시인>, <오디세이아 서울>, <호모 엑세쿠탄스> 등 다수가 있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20여 개국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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