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작품 소개
일제강점기에서 6·25 전쟁을 배경으로, 시대 상황이 곳곳에 잘 드러난 이 소설은 작가 박완서(1931~2011)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송도 부근 박적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 ‘나’가 서울로 상경하여 서울대 문리대에 입학할 무렵까지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 간단 줄거리
■ ‘나’는 박적골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냄
작품 첫머리는 박적골에서 살던 주인공 ‘나’의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시작하고 있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읜 ‘나’를 할아버지는 특별하게 예뻐해 주셨다. ‘나’는 친구들과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놀고 할아버지에게 천자문도 배우며 지낸다. 그런 유년시절을 뒤로 하고 ‘나’는 일곱 살 무렵 오빠를 서울 학교에 보내겠다고 먼저 올라갔던 엄마의 손에 이끌려 상경하게 된다.
■ 서울 현저동으로 이사해 국민학교를 다님
처음 서울에 올라온 ‘나’는 서울의 더럽고 삭막한 풍경에 실망을 한다. 게다가 엄마의 교육열 때문에 주소를 속여 가며 명문 초등학교에 입학해 다니게 된 ‘나’는 서울 생활이 낯설고 어색했으며, 동네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룬 뒤 창씨개명 문제로 오빠와 집안 어른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오빠가 강력하게 반대를 하는 바람에 큰숙부와 작은 숙부는 창씨개명을 하지 않게 된다.
■ ‘나’는 광복의 혼란을 겪은 뒤 문학에 빠져듦
광복 즈음 오빠가 일본인이 하는 철공소에 취직하면서 살림은 나아지지만, 엄마는 삯바느질을 계속하여 서울에 집을 장만한다. 오빠는 잠시 공산주의 사상을 접하기도 했으나 곧 관심을 접고 교사가 되었으며 결혼도 하였다. ‘나’는 중학교 5학년이 되면서 문과를 선택하고 박노갑 선생님에게 창작 지도를 받는다. 그리고 책 읽는 데 몰두하게 된다.
■ 6.25전쟁의 혼란을 겪음
1950년 스무 살의 ‘나’는 서울대에 입학하지만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나’와 가족들에게 고난이 닥친다. 의용군으로 전쟁에 끌려간 오빠 때문에 빨갱이로 의심받은 ‘나’의 가족은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경찰에 끌려가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작은 숙부는 처형당한다.
■ ‘나’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기록하겠다는 각오를 함
그런데 갑작스런 중공군의 개입으로 1·4후퇴가 시작되자 빨갱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나’의 가족도 피난을 가야 했지만 엄마는 오빠가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가 피난 가기 직전에 오빠가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다.
하지만 얼마 후 오빠가 총에 맞아 다리를 다치게 되어 피난을 가기 힘들게 되자 ‘나’의 가족들은 현저동에서 숨어 지내기로 한다. 사람들이 모두 피난을 떠나버려 텅 빈 서울에 가족과 함께 남게 된 ‘나’는 자신의 겪었던 고통의 시간들을 글로 증언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그래, 나 홀로 보았다면 반드시 그걸 증언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다. 증언할 게 어찌 이 거대한 공허뿐이랴.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 그래야 난 벌레를 벗어날 수가 있다.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
❐ 작품 해설
박완서 작가에게 글쓰기는 ‘나’만 알고 있는 진실을 대중에게 까발리는 증언의 도구일 뿐 아니라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 그래야 난 벌레를 벗어날 수가 있다”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전쟁의 기억과 성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갈망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는 분단 이전의 개성이나 서울의 옛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 해방 이후 혼란과 좌우 이념의 대립, 한국전쟁 등 역사 속 굵직한 사건들이 등장인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등장한다.
작가 본인이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써 보았다”고 표현했듯이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세세한 기억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억들은 작가와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모든 개인들의 비극과 나아가 민족적 차원의 비극을 상기시키고 있다.
❐ 작품 속에서 ‘싱아’가 의미하는 것은
싱아는 작품 속에서 서울과 박적골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소재이다. ‘나’의 유년시절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박적골에서 싱아는 아무 데서나 찾아볼 수 있는 들풀이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박적골에서의 ‘그 많던 싱아’를 찾을 수가 없다.
누가 다 먹어버려서 이곳 서울에는 싱아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일까? 서울에서의 고단한 삶이 박적골에서 누렸던 풍족하고 안온한 삶에서 한 발짝씩 멀어져 가는 과정이라면 ‘싱아’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삶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작가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 출생.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나목』으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40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선보였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친절한 복희씨』 『기나긴 하루』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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