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의 단편소설 <꿩>
줄거리와 작품이해
친구들의 부당한 요구에 용감하게 맞서는 이야기
작가에 대하여
이오덕(1925~2003)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농촌 아이들의 생활 모습을 담은 작품을 많이 썼다. 또 우리말연구소를 만들어 알기 쉬운 우리말을 가꾸어 쓰는 일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주요 작품으로 동시집 《별들의 합창》, 《탱자나무 울타리》, 《까만새》 등이 있고 동화집 《아기별이 사는 세상》 등이 있다. 또 우리말과 글을 가꾸고자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우리말 바로쓰기》 등을 펴냈다.
작품 줄거리
“엄마, 정말 나 이제 학교 안 갈래요.”
4학년이 되는 첫날, 용이는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뒷집 순이처럼 글도 모르고 초등학교도 졸업 못하면 안 된다며 타이른다. 순이는 작년에 학교에 입학했다가 아이들이 곰보딱지라고 놀려서 한 달도 다니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버지가 남의 집 머슴살이를 올해만 하면 그만두신다는 어머니의 말에 용이는 책보퉁이를 허리에 둘러매고 일어났다. 그리고 아이들과 마을을 지나 밭둑길을 걸어가면서 향토예비군의 노래를 함께 소리쳐 불렀다. 그러다가 산기슭을 돌아 고갯길에 올라섰을 때 아이들은 모두 용이 발밑에 책보퉁이를 던졌다.
용이 아버지가 동네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용이까지 남의 짐을 날라 주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용이는 3년 동안 아이들의 책보퉁이를 대신 들어주는 일을 해왔다.
“자! 인마, 너 이제 4학년이 돼서 기운도 세졌잖아. 하나 더 날라라.”
지금까지 같은 반의 아이들 것만 들었는데 5학년인 성윤이까지 책보퉁이를 놓고 가버려서 용이는 자기 것까지 모두 일곱 개나 들어야 했다. 아이들은 먼저 산길을 달려 올라갔고, 용이는 언제나처럼 바위 밑에 가서 지겟작대기를 찾아와 책보퉁이를 모두 꿰어 달았다.
고갯마루까지는 산허리를 세 번이나 돌면서 올라가야 하는데, 용이는 책보퉁이가 너무 무거워 첫 굽이를 돌아가기도 전에 마른 잔디 위에 앉아 쉬어야 했다.
그때 저 밑에서 따라 올라오던 2학년, 3학년 아이들이 용이를 돌아보면서 저희끼리 무엇이라 수군거렸다. ‘못난 아이’라고 수군거리는 것 같아 용이는 화가 났다.
벌써 고개 위에 다 올라갔는지 아이들의 고함이 산 위에서 들려왔을 때, 갑자기 용이는 눈앞에 있는 책보퉁이들을 그냥 콱콱 짓밟아 버리고 싶었다.
용이가 벌떡 일어나 돌멩이를 집어 힘껏 골짜기 아래로 던지자, 꿩 한 마리가 날개를 쫙 펴고 멋지게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야, 참 멋지다!’
아침 햇빛에 눈부신 모습으로 산을 넘어가는 꿩을 쳐다보던 용이는 어떤 힘이 마구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용이는 책보퉁이를 하나씩 집어서 하늘 위로 던졌다.
또 하나, 또 하나……. 공중에서 몇 바퀴 돌던 책보퉁이가 모두 골짜기에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작대기까지 던져버린 용이는 가슴이 시원해지고 떠가는 구름을 따라 마구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정말 못난이였구나! 이제 다시는 그런 짓 안 한다!’
용이는 제 책보퉁이만 허리에 둘러매고는 고개를 향해 날듯이 뛰어올라갔다.
고갯마루에서 앉아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이 책보퉁이를 어쨌는지 묻자 용이는 “저 밑에 두꺼비 바위 아래 던져 놨어.”라고 말하며 “나, 이젠 못난 아이 아니야!”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아이들의 발과 주먹이 용이를 덮쳐 왔을 때, 용이는 번개같이 빠져나와 발밑에 있는 돌을 두 손으로 한 개씩 거머쥐고는 커다란 바윗돌 위에 껑충 뛰어올랐다.
“자, 덤빌람 덤벼! 누구든지 오는 녀석은 가만두지 않을 끼다!”
지금까지의 용이와는 아주 다른 모습에 놀란 아이들은 자신들의 책보퉁이를 가지러 갔다. 아이들이 아까 올라온 길을 내려가는 뒷모양을 보면서 용이는 가슴을 확 펴고 ‘하하하.’ 웃었다.
“나 인제 못난 아이 아니야!”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용이는 “내일 아침에는 순이를 데리고 오자. 순이를 놀리는 녀석은 어떤 녀석이고 용서 안 할 끼다.”라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학교를 향해 두 팔을 마구 내저으면서 뛰어 내려갔다.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꿩이 소리치면서 날아오르는 모습과도 같았다.
작품 이해
이오덕의 단편소설 <꿩>은 1960년대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머슴살이’, ‘책 보퉁이’, ‘향토 예비군의 노래’등의 구절을 보면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학교 가기 싫다고 밥상머리에서 투정을 부리는 용이를 보면 마냥 철없는 어린아이 같다. 하지만 자신이 힘든데도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보면 용이가 보기보다 참 속이 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는 아버지 때문에 친구들의 괴롭힘도 꾹 참고 지내던 용이는 어느 날 날아오르는 꿩을 본 후 자신이 결코 못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감을 찾는다. 꿩은 바로 용이의 ‘자신감’이자 ‘용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용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글을 읽는 우리도 무언가 벅찬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꿩을 본 이후 용이의 모습과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나?’, ‘용이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와 같은 질문을 하며 읽으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더 잘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천재학습백과 미리보는 중학 문학> 작가와 해설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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