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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레시피/우리문학

김주영 <아무도 모르는 기적> 줄거리와 해설

by 늘해나 202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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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작가의 신작 소설

 <아무도 모르는 기적> 줄거리와 해설

 

커다란 호랑이 앞에 던져진 아이의 운명은?

 

< 아무도 모르는 기적 > 김주영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객주>를 쓴 장편소설의 대가의 이례적 시도
설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를 통해 짧고 강한 메시지를 전달

 

원로 작가 김주영의 짧은 소설 <아무도 모르는 기적>은 1950년대로 짐작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설화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골 마을에 사는 여덟 살 아이 준호가 난생 처음 아버지를 따라 고개 넘어 장마당에 갔다 오는 과정이 소설을 이루는데, 아이의 눈에 비친 장터 풍경이 우선 인상적이다.

 

“(…)멧돼지 네 다리를 새끼로 꽁꽁 묶어 짊어지고 오는 사람, 잎담배를 겨드랑이에 끼고 오는 사람, 미역과 말린 가오리 짐을 지고 나타난 건어물 장수, 대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오는 아낙네, 땔나무 짐을 지고 나타난 늙은이, 돗자리를 어깨에 메고 팔러 오는 사내, 지게에 곡식 자루를 짊어지고 오는 사람, 강정이나 떡을 시루에 담아 이고 오는 아낙네,(…)”

 

아이의 눈에 비친 장터 풍경은 현란하고 무질서하다. 책으로 한쪽 반에 이르는 장꾼들 신분과 풍모 소개는 그들의 역동적인 언행 묘사로 이어진다.

 

“(…)엄살을 떨거나, 곡절 없이 패악을 부리거나, 입에 게거품을 물고 대들거나, 그런가 하면 넉살 좋게 웃거나, 멱살잡이한 채 담판을 짓거나, (…) 삿대질을 하거나, 더럽거나, 보기 민망하거나, 보기에 흉하거나(…)”

 

< 아무도 모르는 기적 > 삽화. 그림 이명애

 

열거와 누적을 통해 장터 풍경을 묘사하는 수법은 화가의 거듭된 붓질을 연상케 한다. 일찍이 청송 진보 장거리를 뛰놀며 성장했고 작가가 된 뒤에도 소설 <객주> 취재 등을 위해 전국 각지의 시장을 답사한 김주영의 경력과 내공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읍내 장에 간 아버지는 어린 아들 준호에게 새 고무신을 사 신기는데, 아이는 자신의 신발 못지않게 닳고 해진 어머니의 신발이 눈에 밟힌다.

 

아이는 신발 좌판 주인이 조는 틈에 제 신발과 어머니 신발을 바꿔치기 한다는 게 그만 어머니 신발만 도둑질한 셈이 됐고, 설상가상으로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놓치는 바람에 크고 낯선 장터에서 미아가 되고 만다.

 

< 아무도 모르는 기적 > 삽화. 그림 이명애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하자 눈물을 쏟으며 아버지를 찾아다니던 아이는 이웃인 삼복이 아저씨의 도움으로 홀로 화물트럭에 올라 낯선 어른들과 함께 집으로 향하는데, 여기서부터 소설 후반부는 크게 요동치며 색깔을 달리하게 된다.

 

어둠 속에 고개를 넘던 트럭 앞에 몸집이 코끼리만한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트럭은 멈춰선 채 꼼짝을 못하고, 트럭 적재함에 타고 있던 어른들은 호식(虎食)을 피하고자 꾀를 내고 의논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성의 추한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농사꾼들의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연명하는 야바위꾼, 가짜 약을 팔아먹는 약장수, 멀쩡한 이를 충치라고 속이고 돈을 챙기는 돌팔이 발치사, 썩은 생선을 파는 생선 장수, 원가보다 몇십 배로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신발 장수, 노름방을 전전하면서 속임수로 남의 주머니를 터는 타짜꾼, 잘난 체하며 말만 앞세우는 넥타이를 맨 사내는 서로를 탓하며 나 아닌 남이 호환(虎患)의 희생양이 되기를 바라다가 급기야는 어린 준호를 호랑이 밥 삼기로 한다.

 

“발치사의 말이 채 땅에 떨어지기 바쁘게 생선 장수와 약장수가 벌떡 일어나서 짐짝 속에 숨어 있는 준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아이의 윗도리를 벗겼다. 벗긴 옷을 타짜꾼에게 넘기는 데 일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일행 중 누구도 옷 벗기는 두 사람을 만류하지 않았다. 넥타이의 말에 일리가 있었고 발치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거짓말이란 것을 알고 있었어도 믿었을 것이다.”

 

어리고 힘없는 아이를 아무 망설임도 없이 적재함 아래로 내동댕이쳐 호랑이 앞에 떨구고 간 비겁한 어른들은 트럭을 몰아 고개 아래로 달려 내려가는 데에까지는 성공한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상황 전개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트럭이 떠나고 호랑이도 모습을 감추자 아이는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끝까지 가슴에 껴안고 있던 두 켤레의 고무신도 어디다 내던진 것인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먼동이 트기 시작한 새벽 즈음에 간신히 집에 도착한 아이는 어머니의 간호를 받으며 잠자리에 든다.

 

한편 준호 아버지와 삼복이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화물트럭과 여기저기에 흩어진 채 널브러진 시신들을 발견한다.

 

아버지는 아들도 죽은 줄 알고 시신을 찾아 헤맸고, 삼복이 아저씨는 트럭 전복 사고를 알리기 위해 마을로 뛰어갔다가 준호가 멀쩡하게 살아서 귀가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두 켤레의 새 고무신이 준호네 마당 한복판에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고, 신발에 짐승의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작가는 "호랑이를 산신령으로 여긴 민담을 바탕으로 탐욕과 위선에 물든 요즘 우리 사회를 비판한 소설"이라고 풀이했다.

 

소설 <아무도 모르는 기적>은 순진무구한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친근한 삽화도 곁들였지만, 팔순 작가의 경륜과 지혜가 압축적으로 담긴 작품이다.

 

김주영 작가

 

 작가에 대하여 

 

김주영

 

1939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1년 단편소설 「휴면기」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주영 소설의 특징은 농촌을 배경으로 할 경우에는 토속적인 배경의 설정, 향토색 짙은 언어와 현장감 있는 비속어, 해학의 구사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도시를 배경으로 할 때는 소외된 인간에 대한 묘사와 생존에 대한 진한 회의, 이를 통한 비극적인 정황의 제시 등으로 요약된다.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화척』 『홍어』 『아라리 난장』 『멸치』 『빈집』 『잘 가요 엄마』 『뜻밖의 생』 등 다수의 작품이 있으며, 유주현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무영문학상, 김동리문학상, 은관문화훈장, 김만중문학상, 인촌상 등을 수상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줄거리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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