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주택> 줄거리와 해설
저자 : 유은실
출판사 : 비룡소
발행 : 2021
▒ 줄거리
- 순례주택에 사는 사람들
거북마을에 위치한 4층 구조의 '순례주택'에는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다.
먼저 402호에는 건물주 김순례 씨가 산다. 75세의 순례 씨는 때를 미는 세신사 일로 재산을 일구어 일명 ‘때탑’ 순례주택의 건물주가 되었다. 나머지 인생을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라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 이름을 ‘순례’로 개명하였으며 썩지 않는 쓰레기,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인간들, 쓰고 남는 돈이 인생 3대 고민이다.
그래서 순례 씨는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될 물건을 거의 사지 않고, 쇼핑도 싫어한다. 꼭 필요한 물건은 중고로 사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차 타는 것도 싫어한다. '내가 벌어서 내가 쓴 것만 내 돈'이라며, 입출금통장에 1,000만 원이 넘지 않도록 거의 매달 잔고를 털곤 한다. 그리고 임대료는 시세대로 받지 않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만 받았다.
401호에는 새벽 옥상과 커피를 좋아하는 영선 씨가 혼자 살고, 301호에는 대학 시간강사인 허성우 씨가 산다. 이웃들에게는 ‘박사님’으로 불리지만 여러 가지 알바를 하며, 순례주택 계단과 엘리베이터 청소를 맡아서 한다.
302호에는 홍길동 씨와 남편이 산다. 순례 씨의 전 직장동료인 길동 씨는 ‘이군자’라는 본명보다 길동 씨로 불리는 걸 좋아한다. 1층 상가엔 10년째 '조은영 헤어'가 입점해 있고, 원장 조은영 씨는 202호에서 병하, 진하 남매를 키우며 살고 있다.
201호에는 순례 씨의 오랜 연인이었던 수림이의 외할아버지가 살았다. 외할아버지는 오랫동안 전파사를 했고, 전파사를 닫은 뒤에는 인테리어 현장에서 전기 공사일을 했다. 외동딸이 수림이를 낳고 힘들어하자 얼떨결에 어린 수림이를 맡게 되었고 순례 씨의 도움을 받았다.
- 16세 수림이와 부끄러움을 모르는 1군들
수림이는 순례 씨와 할아버지 품에서 잘 지냈고, 1년에 몇 번만 부모님께 가며 지내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되었다.
하지만 순례 씨와 속 얘기까지 나누는 ‘최측근’으로 자란 수림이는 마음이 늘 순례주택에 있었다, 그리고 생물학적 가족인 엄마, 아빠, 언니를 '1군들'이라고 칭하며, 자신은 1군 사이에 어색하게 낀 2군 후보선수라고 생각했다.
수림이네 가족이 살고 있는 원더 그랜디움 103동 1504호는 외할아버지의 소유이고, 대학 시간강사인 아빠는 15년째 전임교수를 꿈꾸며 부족한 돈은 부모형제에게 받아쓰는 것으로 해결한다. 전업주부인 엄마는 빌라촌과 아파트 주민을 구분짓으며 빌라촌 사람들을 대놓고 무시하고, 고등학교 1학년인 수림이 언니 오미림은 공부를 잘하지만 자기밖에 모른다.
수림이는 뭐가 부끄러운지 모르는 사람들과 가족으로 사는 걸 부끄럽게 여기고, 1군들은 수림이가 공부에 관심 없는 무기력한 애이자 집의 유일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 순례주택에 이사한 수림이네 가족
어느 날 갑자기 수림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족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외할아버지가 태양광 발전 투자를 하다가 사기꾼에게 속아 명의를 빌려준 사실을 돌아가신 뒤에 알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재산이 은행과 사기를 친 사람들의 몫이 되면서 아파트도 경매에 넘어갔다. 아빠는 늘 그랬듯이 누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더 이상 돈을 주지 않겠다고 거절하자, 그때서야 집을 알아보러 나갔다. 하지만 거북동에 보증금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고시원뿐이었다.
순례 씨는 수림이의 사정을 알고 가족들과 순례주택 201호로 들어오라고 했다.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 원에 2년간 빌려주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줄자를 주면서 짐을 최대한 줄이고 이사 준비를 하라고 했다.
얼마 후 201호로 이사온 수림이네 가족은 달라진 게 없었다. 엄마와 미림은 불편한 생활에 징징거렸고, 아빠는 둘째 누나에게 톡을 보내며 답장을 기다렸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는커녕 공동생활 구역인 옥탑방을 독차지하며 온종일 에어컨을 켜고 옥탑방 냉장고 음식들을 거덜내는 기족들이 수림이에게는 누가 누가 더 어린가 내기하는 ‘덜 자란’ 사람들로 보여졌다.
- 수림이와 길동 씨 부부가 짠 작전
수림이와 길동 씨 부부는 1군들이 달라지도록 하기 위해 작전을 짰다.
길동 씨는 김치 담그는 것을 도와 달라며 302호로 수림이 엄마를 불렀다. 길동 씨는 함께 김치를 담그면서 순례주택 시세가 20억이며, 캐나다에 사는 아들이 상속을 포기했기 때문에 수림이가 순례 씨 상속녀가 될 수 있다고 오해하도록 말했다. 그리고 순례 씨는 사람들을 구분짓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일러주었다.
이 작전에 수림이 엄마와 아빠는 완전히 넘어갔다. 순례 씨와 마주치면 매우 깍듯하게 대했고, 옥탑방 냉장고에 과일을 사다 넣었고, 말도 조심하느라 애를 썼다. 수림이 엄마는 새벽 2시에 일어나 거북 분식에 출근해 오전 8시까지 일했고, 순례 씨에게 반찬을 해서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자기 방도 안 치우던 수림이 아빠는 옥탑방을 청소하고 성실한 301호의 박사님을 따라 했다.
- 1군들 사이에 생긴 낯선 불화
길동 씨 부부와 수림이가 짠 작전을 알게 된 순례 씨는 수림이 부모가 아무리 철없고 함부로 말한다고 해도,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한 게 아니라며 야단친다. 그리고 반찬을 만들어 찾아온 수림이 엄마에게 순례 씨는 자기 아들이 유산 상속을 포기한 이유를 알려주면서 순례주택의 상속자는 국경없는의사회이며, 수림이에게는 자기가 아끼는 줄자를 물려주기로 했다고 말한다.
이를 들은 수림이 엄마의 표정은 참혹하게 변했다. 하지만 수림이를 구박하지도 않았고, 새벽 김밥 알바도 계속했다. 수림이 아빠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전임교수를 꿈꾸며 둘째 누나의 연락을 기다렸다.
온실 밖 세상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수림이 엄마는 결혼 17년 만에 첫 부부싸움을 했다. 오미림은 공부에 방해된다며 삐죽삐죽 울었지만, 부부싸움은 잦아들지 않았다.
수림이는 타인이 아닌 서로를 공격할 수 있는 엄마와 아빠가 신선했고, 집의 '낯선 불화'가 눈물 나게 반가웠다. 그동안 1군들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다른 사람들을 깔보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지 못했는데, 그들 사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 작품 해설과 감상
유은실 작가의 장편소설 <순례주택>은 자기 힘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온실 안 화초 같은 수림이네 가족이 망하여 평소에 무시했던 ‘순례주택’으로 이사 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남 탓을 하거나 남에게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경제적 지원을 해주던 수림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집까지 경매에 넘어가고 쌀도 떨어졌지만 수림이 엄마와 아빠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그저 태양광 사기 당한 것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또다시 누나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뿐이었다.
반면에 수림이는 "16살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20살에는 독립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순례 씨는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수림이에게 ’어른 같다‘고 말한다.
순례 씨 또한 삶의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세신사로 일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 내미는 걸 주저하지 않고, 감사할 줄 아는 인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순례 씨의 삶의 태도를 통해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이 소설에는 상징적인 물건이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줄자'이다. 출자는 수림이 외할아버지가 아끼던 물건이고, 순례주택에 처음 이사 오는 사람에게 순례 씨가 빌려주는 물건이기도 하다.
줄자를 당기는 것은 곧 이사 준비의 시작으로, 사람들은 이사라는 어려운 일 앞에서 줄자를 이용해 스스로 사물의 길이를 재며 적극적으로 이사 준비를 해나가게 된다.
다시 말해서, 출자는 자기 앞에 놓인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할 줄 아는 '어른다움'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 소설은 내 인생의 줄자는 누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 소설 속 인상 깊은 구절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 순례 씨가 수림이에게 해준 말 중에서
“순례 씨, 있잖아. 나는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꼭 태어난 게 기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왜?”
“태어난 게 기쁘니까, 사람으로 사는 게 고마우니까, 찝찝하고 불안한 통쾌함 같은 거 불편해할 거야. 진짜 행복해지려고 할 거야. 지금 나처럼.”
- 수림이가 순례 씨에게 한 말 중에서
순례 씨는 ’감사‘라는 말을 잘한다.
1군들에게선 거의 들은 적이 없는 말이다.
순례씨가 좋아하는 유명한 말
–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 가 떠올랐다.
나도 순례자가 되고 싶다.
순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내 인생에 관광객은 되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 수림이가 혼자 다짐하는 말 중에서
"어떤 사람은 90키로,
어떤 사람은 50키로야.
때 미는 값은 똑같아.
어떤 손님은 싸가지가 없고,
어떤 손님은 예의 발라.
그래도 똑같이 밀어 줘.
그게 내 인생관이라고."
- 순례 씨가 수림이에게 한 말 중에서
▷ 작가 소개
유은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필두로 『일수의 탄생』 『내 머리에 햇살 냄새』 『마지막 이벤트』 『드림 하우스』 『우리 동네 미자 씨』 『나도 편식할 거야』 등의 동화를 썼다.
청소년소설 『변두리』 『순례 주택』 『2미터 그리고 48시간』, 그림책 『나의 독산동』 『심청전』 『송아지똥』, 인물 이야기 『유관순』 『제인 구달』 등에 글을 썼다.
『만국기 소년』으로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변두리』로 권정생문학상을 받았다. 『멀쩡한 이유정』이 2010 IBBY(국제아동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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