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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낙화, 꽃 지는 날, 지는 꽃에 대한 시 모음

by 늘해나 202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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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는 꽃에 대한 시 모음> 섬네일 이미지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물 위로 떨어진 꽃잎

 

 

 

낙화 유수

 

- 이원규

이리 쉬 질걸

화르르 서둘러 피었나

 

꽃 속에 이미

남 몰래 씨눈 틔운

정녕 보지 말아야 할 얼굴이었나

 

공중에 찍힌 새들의 발자국

내 얼굴의 낙화유수여

 

 

하늘 배경의 꽃나무

 

 

 

저무는 라일락 꽃그늘 아래

 

- 유하

 

​저무는 봄날

라일락 꽃그늘 아래

그늘진 마음을 기대면

모든 몸 받은 이들

꽃잎같이 씁쓸해 보인다

 

이 몸 지고 또 져도

라일락 꽃그늘처럼

무심할 세상아

 

빛이 꽃그늘을 만들 듯

향기도 몸이 만드는 것이니

 

몸이 저물면

몸이 만든 그늘이여

슬픔이여

자취도 없겠구나

 

 

라일락 꽃

 

 

 

꽃 지는 날

 

- 도종환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실려

아름답던 날은 가고

바람 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갑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살고자 하던 그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대에게 꽃 지는 날이

찾아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대 이기고 지고

또 지기 바랍니다

 

햇살로 충만한 날이

영원하지 않듯이

절망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

 

가지를 하늘로

당차게 뻗는 날만이 아니라

모진 바람에 가지가 꺾이고

찢겨진 꽃들로 처참하던 날들이

당신을 더욱 깊게 할 것입니다

 

슬프지만 피었던 꽃은

반드시 집니다

 

그러나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입니다

 

꽃잎들이 땅에 떨어지는 모습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아름답던 날은 가고, 바람은 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갑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꽃 지는 날이 찾아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찬란한 날만이 아니라 절망의 날이 찾아온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바람에 가지가 꺾이고 꽃잎이 처참하게 찢겨지는 날을 겪으며 우리의 생은 깊어지는 것입니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지만 지는 날도 우리 생의 소중한 하루입니다.

 

기쁨과 영광도 우리 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지만,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우리 삶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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