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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꽃에 관한 시모음
꽃편지
- 이해인 수녀님
해마다 너의 편지는
꽃으로 말을 건네는
꽃편지
봄에는 진달래
여름엔 장미
가을엔 코스모스
철 따라 꽃잎을 붙여
내게 보내 온
네 편지를 읽으면
네 고운 마음과 함깨
글씨도 꽃으로 피어났지
네 얼굴 네 목소리
꽃 위에서 흔들리고
네가 보고 싶은 나는
마른 꽃잎 향기에
가만히 입맞추고
끝나는 게 싫어서
일부러 천천히 읽는 네 편지는
꽃마음으로 사랑을 전하는
꽃편지
꽃멀미
- 이해인 수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서 멀미가 나지
살아 있는 것은 아픈 것
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지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이해인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우리 모두
꽃이 됩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작은 평화
작은 위로
살며시 피어납니다
“벌써 꽃이 피고 있어요”
밝게 말하는 이의 목소리에도
꽃향기 묻어나고
“이젠 꽃이 지고 있어요”
슬프게 말하는 이의 목소리에도
꽃향기 묻어나고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누구도 남의 흉을 보지 않네요
죄를 짓지 않네요
안개꽃
-이해인
혼자서는
웃는 것도 부끄러운
한 점 안개꽃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빛이 되고
소리가 되는가
장미나 카네이션을
조용히 받쳐주는
기쁨의 별 무더기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은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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