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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꽃시] 정호승 시인의 꽃에 관한 시모음

by 늘해나 202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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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꽃에 관한 시 모음

 

노핳게 핀 수선화 사진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활짝 핀 분홍색 꽃 사진

 

 

꽃과 나

 

-정호승

 

 

꽃이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꽃을 바라봅니다.

 

꽃이 나를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나도 꽃을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십니다.

 

꽃은 아마

내가 꽃인 줄 아나 봅니다.

 

 

연못 위에 수련이 핀 모습

 

 

수련

 

-정호승

 

물은 꽃의 눈물인가

꽃은 물의 눈물인가

 

물은 꽃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은 인간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해지는 저녁들판의 꽃들

 

 

꽃 지는 저녁

 

-정호승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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