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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글/시 한편의 여유

[위로시] 한강 시인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외 3편

by 늘해나 2024.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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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저녁 나는> 섬네일 이미지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효에게> 섬네일 이미지

 

 

효에게

 

- 한강

 

괜찮아

아직 바다는 오지 않았으니까

우리를 쓸어 가기 전까지

우린 이렇게 나란히 서 있을 테니까

흰 돌과 조개껍데기를 더 주울 테니까

파도에 젖은 신발을 말릴 테니까

까끌거리는 모래를 털며

때로는

주저앉아 더러운 손으로

눈을 훔치기도 하며

 

 

 

<회복기의 노래> 섬네일 이미지

 

 

회복기의 노래

 

- 한강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괜찮아> 섬네일 이미지

 

 

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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